전 세계 콘텐츠 시장에서 K-웹툰이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나혼자만 레벨업', '전지적 독자시점' 등 웹툰이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K-웹툰은 더 이상 '만화'가 아닌 글로벌 슈퍼 IP의 출발점이 됐다. 산업 규모 역시 지난해 매출 2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화 종주국 일본을 제치고, 전세계 독자들의 스마트폰을 사로잡은 이 성공 뒤에는 묵묵히 펜을 굴린 작가들이 있다.
대구를 기반으로 9년차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 최영지를 만나 웹툰세계에 대해 들어봤다. 그는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고래'로 데뷔해 인스타툰 '영지의 그림일기'를 거쳐, 현재는 네이버 연재를 목표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최 작가는 아주 어릴 때부터 만화와 함께 자랐다. "유소년기에 형성된 가치관의 절반 정도는 만화를 통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만화 속 우정이나 정의, 열정을 느낄 때마다 가슴이 뜨거워졌어요." 그 역시 그런 감정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중학교 만화동아리를 거쳐 예술고등학교 만화과, 대학교 만화과로 진학하며 자연스럽게 웹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첫 작품 '고래'는 나르시시즘이 강한 인물과 타인에게 쉽게 휘둘리는 순진한 인물의 심리 관계를 중심으로, 감정적 의존과 왜곡된 관계의 메커니즘을 그린 작품이다. 대학 시절 교수님이 지나가면서 말한 '고래 회기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야기를 만들었다. 지금 그는 인스타그램에서 '영지의 그림일기'를 통해 일상툰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네이버 연재를 목표로 신작 '0의 온도'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매일 크로키로 시작한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손을 풀고 시작합니다. 매일 손의 붓기나 관절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손과 다시 친해지는 시간이 필요해요." 스토리는 마지막 화까지 먼저 써둔다. 캐릭터 설정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외형과 성격뿐 아니라 작은 습관, 과거의 사건과 결핍, 욕망까지 촘촘히 짠다. 그는 "입체적인 캐릭터가 두 명만 있어도 이야기는 캐릭터들의 케미만으로 충분히 굴러간다"고 설명했다.
작화 단계부터는 체력과 정신력의 싸움이다. 그는 "웹툰은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작업이 아니다. 스스로 짜놓은 각본에 배우의 연기, 조명, 연출, 음향, 특수효과까지 전부 작가 몫"이라며 "일주일에 영화 한 편을 혼자 찍는 셈"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대구에서 작품 활동 중인 최 작가는 "수도권에 비해 지원 규모나 작가 커뮤니티가 아쉽기도 하지만, 경쟁과 견제가 덜해서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다"며 "주거비와 물가가 싼 것도 이점"이라고 했다.
웹툰 산업은 성장했지만, 작가에게 돌아오는 몫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치열한 퀄리티 경쟁에 어시스턴트 고용은 사실상 필수가 됐지만, 어시스턴트 비용으로 원고료가 모두 나가 본인은 무급으로 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또 불법 웹툰 사이트 문제 역시 작가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순위와 조회수, 유료 수익이 곧 생계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불법 유통은 작업 지속 자체를 위협한다. 그는 "플랫폼과의 계약에서 작가가 조건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정부 차원에서 계약 구조와 유통 환경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작품을 준비하는 공백 기간도 길다. "요즘은 최소 10화 이상을 만들어야 안정적으로 연재를 시작할 수 있다. 기획부터 수정까지 거치면 1년 이상 수익이 없는 시간이 생긴다. 이 시기를 버틸 수 있는 환경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그는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최 작가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라고 믿는다"라며 "앞으로도 장르를 가르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그리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국힘, 한동훈 이어 '친한계' 김종혁 제명…배현진은 징계 절차 착수
李 "부자 탈한국은 가짜뉴스, 이런짓 벌이다니"…대한상의 '후다닥' 사과
대구시장 선거, 대진표 윤곽…현역 의원 각축전에 과열 양상[6·3지선 판세분석]
광주 찾은 이진숙에…시민단체 "내란세력 광주 떠나라"
유영하 "삼성의 고향 대구에 반도체 공장·서울병원 유치… 대구 운명 바꾸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