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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4쌤의 리얼스쿨] 배움 속에서 피어난 저마다의 빛깔 존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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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 발표회 결과보다 과정의 배움과 즐거움 중요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색깔과 크기 그대로 격려해야

무지개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무지개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학교마다 연간 교육계획과 학사 일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초등학교의 경우 10월말부터 11월 사이에 날을 정해 '교육과정 발표회'라는 행사를 개최한다. 필자가 어렸을 때는 학예발표회라고도 했는데 쉽게 말해 재능과 끼를 발휘하는 장이었다. 학교에서 배웠든 학원에서 배웠든 간에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다양하게 발표하는 기회였다. 그래서일까? 마치 경연대회를 내보낸 것처럼 내 아이가 제일 잘하기를 하는 마음에서 실수가 나오면 꾸중도 하고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는 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뽐내는 자리에 가까웠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교육과정 발표회는 어떤 모습일까?

◆'교육과정 발표회' 이름에 담긴 의미

발표회 운영 시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점은 규모와 형태다.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학생 수나 발표 장소·시간을 고려해 전교생 또는 학년군, 학년으로 나누어 하기도 한다. 그리고 학급별로 교실에서 운영하는 경우에는 학년에서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균형성을 맞추기 위해 주제나 세부 운영 방식에 대해 사전 협의 과정을 거치기도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3개 학년씩 묶어서 1부와 2부로 나누어 운영하고 발표 장소는 강당이다. 이렇듯 규모와 형태는 다양하게 운영된다.

다음으로 학생들의 발표 내용이다. 말 그대로 교육과정 발표회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동안 수업에서 배운 여러 가지 활동 중에서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 또는 프로젝트 학습 등을 고려해 학년이나 학급별 주제에 맞춰 발표 내용을 정한다. 예를 들면, 교과에서 배운 내용이나 1, 2학기 프로젝트 학습 등에 대해 자신이 가장 관심이 있는 내용을 정해 발표하기도 하고, 창의적 체험활동 중에 배운 것을 학급 전체 학생이 준비해 발표회에 참가하기도 한다. 그래서 학년이나 학급별로 발표 내용이 다르고, 같은 영역이라 하더라도 세부 내용이 달라진다. 내가 맡고 있는 우리 학교의 경우 전 학년이 창의적 체험활동 중 동아리 활동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학급별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2학년은 무용 동아리 활동을 하는데 각반의 무용곡과 세부 발표 내용은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은 일 년 동안 동아리 시간에 배운 것으로 발표하기 때문에 새로 준비할 것은 따로 없다. 물론 무대에 올라가는 긴장감은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듯 교육과정 발표회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교육과정에서 배우고 익힌 것 중에서 개별, 짝, 모둠, 학급, 학년 등 다양한 형태를 활용해 발표 준비를 하게 된다.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각자의 그릇에 세상 보는 지혜 담아

나의 교사 초임 시절 역시 여전히 학예발표회의 의미로 운영되었다. 수업에서 배운 것보다는 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뽐내는 시간이었고 발표 준비도 교실보다는 방과 후 학원이나 가정에서 부모의 노력이 더 많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발표순서나 준비 시 챙겨주었으면 하는 점 등 학부모의 문의 전화나 요구 사항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가장 걱정되면서 해결하기 어려운 점은 역시 발표 내용보다는 발표할 때 일부 학생이 참여하기 어려워하고 혼자만 남게 되는 경우였다. 혼자 발표하기에는 준비가 어렵고 친구들이 함께하자고 하지 않아 난처했다.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 한 번 이상 발표를 다하도록 했지만 그래도 그 점이 가장 힘들었다.

물론 지금도 그런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운 것들을 자신의 언어와 행동으로 표현하고 발표하는 그 과정에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역시 행사 준비를 열심히 하겠지만 준비한 것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 지는 학부모의 몫이다. 어느 반이 또는 누가 얼마나 잘했는가 보다는 우리 아이가 어떤 것을 배웠고 어떻게 준비했으며 그 속에서 자신의 배움과 즐거움이 어땠는지 물어보고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같은 것을 배워도 각자 느끼는 바와 얻는 바는 다르다. 매번 글의 말미에 필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녹여내고자 하는 데 결국 가르치는 것의 본질은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색깔과 크기를 지닌 그릇에 세상을 보는 지혜를 담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고 우리의 몫은 담긴 그대로를 보고 격려해주는 것임을 다시 한번 더 말씀드리고 싶다. 여기서 잠깐! 학교와 교사에게도 부족함이 아닌 격려의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교실전달자(초등교사, 짱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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