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의 계절이다. 공부는 누구나 하지만 잘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이 있다. 공부 방향이 옳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학생의 참의미'라는 칼럼에서 우리 모두를 끊임없이 앎을 추구하는 학생으로 정의하며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주는 다섯 가지 이점(利點)을 밝혔다(매일신문 2018년 10월20일 자). 시험 철을 맞아 취업 준비생을 포함한 모든 수험생과 더불어 우리가 공부한다고 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본다.
필자는 '사고와 언어 그리고 과학과 창의성'(2025)을 출간하면서 필자가 정의한 언어의 역할과 비트겐슈타인의 '논리 철학 논고'(1921)에 나오는 정의들을 이용하여 '사고', '언어', '과학' 및 '창의성'이 거의 동일한 개념임을 보여주었다. 사고, 언어 및 과학의 역할은 이름이 없는 어떤 것에는 이름을 지어 개체화하고, 개체는 그 속성을, 개체 간에는 그 관계를 정의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 일에 능숙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창의성이 있거나 없다고 한다.
결국 공부나 연구를 한다는 것은 다음 세 가지 작업을 하는 것이다. 첫째, 어떤 것에 아직 이름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이름을 붙여 그것을 개체화해야 한다. '개체'는 오감(五感)으로 관찰 가능한 모든 것 중에서 '이름이 붙여진 것'이다. 아직 이름이 붙여져 있지 않은 것은 우리의 인식 밖에 있으므로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이름이 붙여졌을 때, 그것이 비로소 개체가 되어 인식 속에서 유의미한 존재가 된다.
팔공산을 오르고 내릴 때 우리가 본 많은 이름 없는 것들은 의식에서 사라진다. 그곳에 '갓바위', '병풍바위' 같은 이름이 있을 때 그것을 인식하고 기억하게 된다. 그러므로 기존의 이름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 이름이 없는 새로운 것을 찾으면 이름을 붙여야 한다. 가령 천문학자가 새로운 혜성을 발견해서 K153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치자. 그것은 이름을 붙이기 전에도 존재했지만 우리 인식 밖에 있던 무의미한 존재였다. K153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는 순간 개체가 되고 우리 인식 속에 유의미한 존재가 되었다.
둘째, 이름이 붙여져 개체가 된 K153의 속성을 정의해야 한다. 가령 그것의 크기, 속도, 움직이는 궤도 및 혜성 몸체의 성분 등을 규명해야 한다.
셋째, K153의 속성이 밝혀지면 이제 그것과 다른 개체, 예를 들면 지구와 달과의 관계를 설명해야 한다. 지구나 달과의 거리, 충돌 가능성 등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공부, 연구, 과학 등 어떤 용어를 쓰든 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위 세 가지 작업이다. 가령 미생물학을 한다면 전자현미경을 들여다보며 관찰한 것들에게 이름을 붙여 개체화하고 각 개체의 속성과 개체 간의 관계를 정의해야 하며, 천체물리학을 한다면 망원경에 포착되는 것들을 관찰하며 마찬가지의 일을 해야 한다.
이제 어떻게, 즉 방법론을 생각해 보자. 공부 또는 연구를 참이라고 믿는 어떤 것을 찾아가는 과정(過程)으로 인식해야 한다. 공부를 과정으로 인식하면서 적어도 다음 두 가지를 실천해야 한다.
첫째, 책이나 논문엔 당분간 또는 특정 시기에 특정인이 참이라 믿는 사실들이 실려 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그것들이 진정 참인지 아닌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따라서 책이나 논문이 영원한 진리를 담고 있다고 믿어서는 안 되며 그것들을 '비판적으로' 읽으며 참이라 여겨지는 것들을 일시적으로 담고 있을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공부가 과정이라면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 개체들의 이름인 용어를 정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평소에 틈이 날 때마다 자신이 쓰는 용어들의 정의를 점검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리하여 정제된 용어들로 분명한 말과 글을 쓰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공부의 궁극적 목표가 투명한 말과 글을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그 '무엇'을 좇아 공부를 과정으로 인식하고 부단히 노력한다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고양시킬 수 있고 주인 의식을 갖춘 당당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을 니체 철학으로 바꿔 표현하면 위버멘쉬(Übermensch)로 나아가는 길이다. 시련의 크기만큼 공부는 깊어지니 끝까지 정진(精進), 또 정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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