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본연 기능 약화… 운영 공백·인력난·전략 부재 지적

경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 경북연구원·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행정사무감사
경북연구원, "감사 공석·이사회 부실…연구 독립성과 정책 대응력 떨어져"
"이직률·재위탁·행사사업 증가… 연구 중심 기능 약화"…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질타

지난 7일 경상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경북도의회 제공

경상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위원장 이선희)가 지난 7일 경북연구원과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연구기관의 운영 공백, 인력난, 전략 부재 등이 집중적으로 도마에 올랐다.

감사에 참여한 위원들은 "지역 미래 전략을 제시해야 할 핵심 연구기관들이 정작 내부 체계 미비와 행사성 사업 증가로 본연의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며 구조적 개선을 촉구했다.

이번 감사는 오는 19일까지 6일간 진행되며, 기획경제위원회 소관 8개 실·국과 6개 출연기관을 대상으로 기관 운영 전반과 정책 성과 반영 여부를 종합적으로 점검한다.

가장 먼저 지적된 것은 경북연구원의 감사직 공석 장기화(2023년~현재)와 이사회 운영 부실 문제였다.
이선희 위원장은 "조직 견제 기능의 핵심인 감사직을 1년 넘게 비워둔 것은 사실상 내부 감시 기능을 포기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또 정관상 이사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당연직 비율이 과도한 점, 일부 이사의 원거리 거주로 비대면 회의가 반복되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이는 연구 정책 반영과 결정 속도를 늦추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연구 인력 부족 문제도 제기됐다.
김창혁(구미) 도의원은 "정부의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전략에서 경북의 핵심 산업 방향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며 "정주 여건 개선 등 우수 연구 인력 유입 체계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 자율성 확보와 지역 균형발전 전략의 실효성 문제도 거론됐다.

김홍구(상주) 도의원은 "발주처 과업지시서에 맞춰 결과만 맞추는 연구 방식으로는 정책 제안 기능이 살아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선하(비례) 도의원도 연구원 소속 여러 위원회가 거의 열리지 않았다며 "운영체계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일만항 북극항로 연계, COP33 유치 논의, 3도 접경 상생발전 전략, 산불 피해 대응 연구 등 지역 의제별 후속 연구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태림(의성) 도의원은 "역대급 산불이 있었음에도 연구원이 현장 조사와 사례 분석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책 연구기관으로서 지역 현장 감각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에 대해서는 높은 이직률, 연구 조직 안정성 부족, 수탁사업 재위탁 비중 증가, 행사성 사업 확대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김창혁 도의원은 연구 참여율 산정 오류 사례를 언급하며 "성과평가 지표가 부정확하면 기관의 연구 신뢰성과 업무 투명성이 흔들린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관 내 장애인 차별 요소에 대한 지적이 눈에 띄었다.

박선하 도의원은 "정관에 '신체장애 시 임원 해임 가능'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이는 장애인 차별금지법에 저촉될 뿐 아니라 기관의 가치와 시대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말하며 즉각적인 개정을 요구했다.

손희권(포항) 부위원장은 "행사성 위탁사업 확대는 연구기관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신호"라며 "연구 기능 강화보다 실적 확보 위주의 사업 운영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선희 위원장은 "재무·경리 전문 인력 부재로 재정 집행의 신뢰성이 낮다"며 내부 관리 체계 재정비를 주문했다.

기획경제위원회는 이번 감사의 핵심 목표를 기관의 연구 성과를 실제 도정 정책과 도민 체감 개선으로 연결시키는 것으로 제시했다.

이선희 위원장은 "단순 실적 점검을 넘어 연구기관의 존재 의미인 정책 제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남은 감사에서도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일 경상북도의회 기획경제위원회가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을 대상으로 행정사무감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이선희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경북도의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