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철이나 벼가 익을 때면 고향을 찾곤 했는데, 논을 팔고 나니 이제 고향 갈 일도 없어졌네요."
경북 출신 출향인 김성태(44·인천시 서해구) 씨는 5년 전 모친이 세상을 떠난 뒤 고향집을 처분했다. 올해 초에는 물려받은 논까지 팔았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해 직접 농사를 짓지는 못했지만 다른 농민에게 경작을 맡기며 이어오던 고향과의 마지막 연(緣)도 끊겼다.
◆농지 팔고 나니 끊긴 '고향과의 마지막 연'
고향에 남은 논과 밭은 단순한 생산수단, 재산을 넘어 출향민과 고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집이나 땅이 사라지면 고향이 없어지는 것과 같아진다. 농촌에서는 이런 상황을 빗대 '경자실향'(耕者失鄕)이라 부른다.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내세운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계기로 소규모 상속농지를 처분하려는 출향인이 늘고 있다. 이를 두고 농촌에서는 사람과 농지가 함께 빠져나가 지역 공동체가 흔들려 지방소멸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농지법상 상속농지 가운데 1만㎡ 이하는 비농업인이라도 소유가 가능하다. 법원도 2019년 이 범위의 상속농지는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분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소규모 상속농지를 처분하려는 출향인은 늘고 있다. 농지에서 얻는 재산적 가치나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아 재도권 안에서 농지를 관리하기보다 이참에 처분을 하겠다는 것이다.
김 씨는 "말이 1천평(약3천300㎡)이지 시골 중에 시골에 땅이라 재산가치는 크지 않았다"며 "부모가 물려준 땅이라 도지를 맡겨서라도 유지해 왔지만, 행정 절차까지 밟아 관리하느니 팔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매물 늘고 직불금 부담까지…'경자실향' 확산 우려
이 같은 움직임은 지역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감지되고 있다. 안동의 한 부동산 중개소에 따르면 이곳 부동산에 등록된 풍천면 농지 매물은 2024년 35건, 지난해 42건에서 올해 상반기에만 70여 건으로 크게 늘었다. 상주와 경주 등 경북의 다른 지역에서도 이 같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상속 농지 소유자나 고령 지주들의 농지 매도 문의가 갑자기 늘고 있다. 규모는 3천평(약 1만㎡) 미만의 작은 농지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도지를 주고 지주가 공익직불금을 부정수급 경우도 적지 않아 환수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도 매도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한 상속 지주는 "1년에 100만원 정도 직불금을 실경작자 대신 받아왔다"며 "한 달로 치면 10만원도 안 되는 돈이지만 10년 넘게 도지를 줘온 만큼 전액 환수한다고 하면 1천만원이 넘어 그냥 조용히 농지를 매도할 생각"이라고 했다.
상속농지의 상당수는 소규모 농지에 몰려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를 보면 도시민이 상속받은 농지 가운데 0.5㏊ 미만은 79.8%, 0.5~1㏊은 7.8%로 1㏊(1만㎡) 미만이 전체의 87.6%를 차지했다.
출향인의 농지 처분이 늘면 농촌의 인구·경작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상속농지를 매각할 경우 기존 임차농은 경작지를 잃게 되고, 출향인의 발길이 끊기면 지방소멸 정책 중 하나인 관계인구는 감소하게 된다. 매각되지 않은 농지는 휴경지로 남아 농촌의 활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한 농촌 주민은 "큰돈이 되는 땅이 아니어도 내 땅이 있다고 1년에 몇 번씩 내려오던 친구들도 땅을 팔고는 고향을 찾는 일이 거의 드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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