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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범식] 수능을 앞둔 수험생,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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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처럼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 보내는 수험생들
시험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대하는 태도

정범식 달서고 교사·교육학 박사
정범식 달서고 교사·교육학 박사

수능을 앞둔 전국의 교실은 고요하다. 말수가 줄고, 교실 안에는 긴장과 설렘이 뒤섞여 흐른다. 학생들은 각자의 리듬으로 마지막 점검을 이어간다. 연금술사가 불의 온도를 다루듯, 지금의 교실은 마음의 열을 조절하는 시간이다. 시험이 가까워질수록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공부가 아니라 평정을 유지하는 일이다.

지금의 불안은 실패의 징후가 아니라 필요한 신호다. 수험생의 몸과 마음이 예민한 것은 그만큼 진심으로 준비해 왔다는 증거다. 그동안 학생들은 오랜 시간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때로는 지치고 흔들렸지만, 그 모든 과정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었다. 수험생의 몸과 마음은 예민하지만, 그것이 바로 지금 '정련의 순간'을 지나고 있다는 뜻이다.

연금술사들이 빛나는 금을 얻기 위해 수많은 실패를 견디며 불을 다루었듯, 지금의 수험생들도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가는 금은 성적표의 숫자가 아니라 인내와 집중, 그리고 자신을 믿는 마음이다. 불안과 고뇌를 견디는 힘이야말로 시험이 남기는 가장 값진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문제집이 아니라 개방적인 태도와 긍정적인 마음이다. 책을 덮으며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용기. "조금 더 해야지"라는 초조함보다 "여기까지 잘 왔다"는 인정이 더 큰 힘을 만든다. 시험은 실력을 증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과정을 정리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함께 견뎌 온 이들도 있다. 교사와 학부모는 각자의 자리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살피며 세심한 관심으로 곁을 지킨다. 긴장과 설렘이 공존하는 학생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과도한 격려보다 평소와 같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필요할 때 조용히 지켜보며 곁을 지키는 일, 그 차분한 배려가 수험생의 심리적 안정을 돕는다. 이들의 조용한 뒷모습이 이 시간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다.

시험의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대하는 태도다. 남은 시간의 목표는 더 많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익숙한 하루를 반복하고, 평소의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안정된다. 자신을 믿는 신뢰가 곧 집중력으로 이어진다.

불은 금을 만들고, 시간은 사람을 단련한다. 수험생들이 견뎌온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믿고 차분히 걸어가는 일, 그것이 곧 배움의 완성이다.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 모두에게 조용한 쉼이 필요한 때다. 결국 수능을 앞둔 사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평정이다. 그 평정 속에서 진짜 금이 만들어진다.

정범식·대구 달서고 교사(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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