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제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필자는 ㈜엑스코 사장과 경제단체에서 일하며 여러 기업 현장을 방문하고, 지역 제조업을 이끄는 기업인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갈수록 버티기가 어렵다"는 절박한 호소다.
대구상공회의소가 금년 11월 지역 제조기업 3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기업 10곳 중 8곳이 현재 생산하는 주력 제품이 이미 성숙기 또는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답했고, 향후 5년 내 경쟁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구 제조업의 한계는 구조적인 요인과 깊이 연결돼 있다. 지역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완제품 경쟁보다는 대기업 공급망의 한 부분에 머무르면서 성장의 계단을 오를 기회가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한다.
대구는 전통적으로 제조 기반이 탄탄한 도시다. 70~80년대 섬유산업을 시작으로, 1990년대 이후 기계·금속·자동차부품, 전기·전자산업이 성장했고, 최근에는 의료·로봇 산업이 발전하면서 폭넓은 산업 기반이 집적되어 있다. 이는 신산업 전환을 위한 강력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AI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다면 지역 제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다.
특히 로봇 산업은 이미 전국적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으며, 의료 인프라와 ICT 기반의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도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전동화·자율주행으로 산업 패러다임이 급전환되는 만큼, 모터·전장·센서 등 미래차 핵심 분야 중심으로 구조 재편이 시급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현실 인식'보다 '전환을 실행하는 용기'다.
기술 변화의 속도는 매우 빠르고, 글로벌 경쟁 환경은 이미 새로운 질서로 넘어가고 있다. 전환의 타이밍을 놓치면 뒤늦은 추격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대구 제조업이 새로운 성장 궤도를 만들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실행이 요구된다.
첫째, 신산업 전환을 촉진하는 산업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R&D 지원과 함께 미래차·로봇·의료기기 등 전략 산업에 대한 특화 지원이 필요하며, 신사업 초기 리스크를 완화할 제도적 장치도 확대돼야 한다.
둘째, 디지털 전환 역량 강화가 핵심이다. AI·스마트공장·데이터 기반 생산체계 도입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대구시와 정부는 디지털 전환 자금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보다 체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지역에 전략적 앵커기업을 유치하고 산업 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 대기업·글로벌 기업 투자는 단순 공장 설립을 넘어 기술 이전, 협력 네트워크 확장, 고급 인력 유입 등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강력한 촉매제다.
넷째, 미래 신산업을 뒷받침할 전력망 등 기반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 특히 안정적 전력 공급은 AI·클라우드·반도체 등 디지털 기반 산업의 필수요건이며, 전력망 확충 없이는 신산업 육성도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대안들이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대구시의 강력한 추진력과 중앙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구 제조업은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저력과 기반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미래차·로봇·의료기기·첨단소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과감하게 전환한다면 지역 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구 제조업이 첨단화와 산업 대전환을 이뤄야 할 골든타임이다. 지역의 모든 경제 주체가 변화의 흐름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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