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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한 '염전 노예'에 합의 종용…법원 "국가가 1천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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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광주노동청 국가 배상 책임 인정
문자 따라 적는 방식으로 진정 취하 종용
재판부 "장애인 차별 금지 관해 공무원 과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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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에서 노동 착취를 당하다 탈출한 지적장애 피해자가 노동청 근로감독관의 합의 종용으로 피해 구제가 늦어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1단독 김승곤 부장판사는 24일 박영근(57)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배상 소송에서 "피고(대한민국)는 박씨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장애인 차별 금지 및 편의 제공 부분에 관해 공무원의 법령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적장애인인 박씨는 2014년 7월부터 약 7년간 전남 신안군의 한 염전에서 사실상 감금된 상태로 노동 착취를 당했다.

지난 2021년 5월 간신히 탈출에 성공한 박씨는 광주노동청 목포지청에 염전 운영자 장모 씨를 상대로 한 진정을 제기했다. 당시 진정을 맡은 근로감독관은 "체불임금이 400만원 수준이고, 이를 박씨에게 지급하겠다"는 장씨의 주장을 듣고 박씨에게 합의를 종용, 그대로 사건을 종결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씨는 근로감독관이 문자로 보낸 진정 취하 의사 표현 문구를 그대로 따라 적어 다시 문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진정을 취하했다.

박씨가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취하'를 '치하'로, '형사처벌'을 '형서처벌'로 적는 등 오타·오기가 반복됐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박씨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조력에 관한 내용을 안내하지도 않았다.

이에 박씨 측은 지난 2023년 4월 "노동청으로 인해 피해 구제가 늦어졌다"며 국가가 3천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박씨 측은 당초 "국가배상 청구권이 공법상의 권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이송해 재판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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