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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초대석-김형준] '정치 없는 민주주의'가 지배한 계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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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12·3 계엄이 선포된 지 어느덧 1년이 흘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발표하며 내세운 명분은 국정 안정, 사회 혼란 방지, 국가 안보였다. 그러나 계엄 직후 국회가 즉시 대응하는 헌법적 통제 장치가 작동했고, 시민 사회가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

'계엄 선포→대통령 탄핵→정권 교체'라는 경로가 폭력 없이 제도 안에서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면서 외형상 한국 민주주의의 복원력이 강한 것처럼 보였다. 계엄 1년, 과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실질적으로 정상화되고 있는가? 그 대답은 지극히 부정적이다. 여전히 '정치 없는 민주주의가' 대한민국을 억누르고 있다. 정치는 사라지고 적대와 분열만 난무하며 '껍데기만 남은 민주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

그 일차적 책임은 집권 세력에게 있다. 민주당은 끊임없이 국민의힘을 내란 정당으로 악마화하며 사회의 갈등을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고 다양한 이해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정치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 한마디로 계엄 1년 동안 정치는 없고 내란 몰이만 있다. 민생은 없고 이재명 방탄만 있다. 국정 우선순위는 없고 중구난방 정책만 있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주가가 오르는데도 환율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 이런 기형적인 패턴이 지속될 경우 한국 경제는 내수 침체 심화, 외국인 투자 유입 제한, 경제 양극화 심화 등 세 가지 위험을 마주하게 된다. 결국 주가가 뛰고 환율도 상승하면서 국민의 재산은 날아가고 삶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국민의 소중한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을 환율 방어에 동원하고,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를 설치해 75만 공무원 핸드폰을 영장 없이 사찰하고, 범죄자들이 수천억원의 수익을 얻도록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를 포기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동 아프리카 순방 직후 가장 먼저 본인의 사건과 관련 있는 재판에서 검사들이 불합리한 증인 채택 기각에 집단 퇴정하자 감찰을 지시했다. 야당은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권력을 자기 죄 덮는 데 사용한 권력형 수사 방해"라고 비판했다.

이론적으로, 실증적으로 입증된 정부 실패의 법칙이 있다. 정부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를 정하지 않고 정치적 이해관계·보복·정쟁에 매몰될 때 예외 없이 실패한다는 것이다. 국정의 목적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보복과 사익 추구 중심의 정부는 이 목적을 잃고 '정치적 적대'라는 대체 목적을 만든다. 이를 '목적 전도'라고 부른다. 국정 운영의 목적 전도는 결국 정부 실패를 재촉한다. 정치적 복수의 감정이 국정 운영을 지배하면, 정책과 국정은 더 이상 공공선을 향하지 않는다. 정책은 정치적 이익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하고, 국정은 왜곡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전문성이다. 역량 있는 인재는 떠나고, 남는 사람은 "권력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 뿐이다. 그 결과 정책은 실패하고, 오류는 반복된다. 위기 대응 능력은 급격히 약화되고, 국정의 방향은 흔들린다. 국민은 정부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정권의 이해만 챙긴다고 느끼는 순간 신뢰를 접는다. 신뢰가 무너진 정부는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설득력을 잃는다. 심지어 올바른 정책도 반발을 부른다. 정치보복 중심의 정부가 정확히 이 함정에 빠진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초기 권력 자신감과 정치적 우월 의식으로 "정치보복"과 "이재명 구하기"를 국정 운영의 중심에 올려놓고 있다. 이를 위해 내란 청산과 사법부 길들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경제, 미래 전략, 사회적 안정 등이 국정의 최우선 순위에서 사라진 이재명 정부는 하루하루 터지는 정치 이슈에 휘둘리며, 민생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기류가 강화되면 정권의 정당성은 급격히 약화된다. 정치보복이 목적이 된 정부는 초기에 강해 보이지만, 중반부 이후에는 모든 제도·관료·중도층·전문가·시민이 등을 돌리게 된다. 권력의 층위는 남아 있지만 지지 기반은 붕괴한다. 정권은 내부 충성 집단에 둘러싸여 현실 감각을 잃고, 몰락의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정권의 생명은 권력이 아니라 국정 우선순위의 정확성과 일관성에서 시작된다. 이 원칙을 따르지 않는 정부는 예외 없이 국정 실패를 거쳐 몰락했다. 계엄 1년을 맞이하는 이재명 정부가 깊이 깨달아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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