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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옷 말고, 나를 위한 옷" 20대 대표가 만든 프리미엄 홈웨어 '라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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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옷'에서 시작된 라끄(LAC), 채유라 대표가 말하는 홈웨어의 품격

채유라 대표.
'Wrapped in calm. Dressed in grace. - 고요함에 감싸이고, 우아함을 입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브랜드 '라끄(LAC)'를 세상에 선보였다. 라끄 제공.

창 너머 오후 빛이 은은하게 번지던 날, 서울 성수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채유라 대표(29)는 브랜드를 설명할 때마다 단어를 고르고 또 골랐다. 프리미엄 홈웨어 브랜드 '라끄(LAC)'의 시작에 대해 묻자, 그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제가 입고 싶은 옷이 없어서 시작했어요. 아주 단순하죠. 그런데 그게 시작이었어요."

말은 담담했지만, 그 시작이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았다는 건 이후 한 시간여의 대화 속에서 드러났다.

채유라 대표는 'Wrapped in calm. Dressed in grace. - 고요함에 감싸이고, 우아함을 입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브랜드 '라끄(LAC)'를 세상에 선보였다. 일과 일상 사이, 특히 집이라는 공간에서 입는 옷에 대한 고민이 출발점이었다.

"회사 다닐 때였어요. 하루 종일 외부에서 긴장감 있게 일하다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잖아요. 근데 문득 거울을 봤는데, 제 모습이 너무 무심하더라고요. 그게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어요. '왜 난 집에서조차 이렇게 아무렇게나 입고 있지?' 그런 생각이 들었죠."

'편안함과 세련됨은 양립할 수 없다'는 기존 홈웨어에 대한 인식에 물음표를 던졌고, '왜 집에서는 나다운 옷을 입기 어려운 걸까'라는 질문에서 브랜드가 탄생했다.

'라끄'는 그렇게 시작됐다.

홈웨어 그 이상의 것을 제안하는 브랜드, 라끄는 오가닉 코튼, 텐셀, 모달 같은 고급 소재를 바탕으로 한 실내복을 선보인다. 단지 잠옷이 아니라, '내 일상의 품격을 높이는 옷'이라는 철학을 담았다.

"침대에 누워도, 주방에 가도, 거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을 때도—그 모든 순간에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싶었어요. 내 몸이 편한 건 기본이고, 눈에 비치는 모습도 정제되어 있으면 훨씬 기분이 다르거든요."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단어는 '존중'이었다. 스스로를 대하는 방식, 집에서도 나를 존중하는 태도가 옷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것. 라끄의 모든 제품은 그 철학의 연장선이다.

"이건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게 아니었어요. 일상에 조금 더 따뜻하고 단정한 시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부터 그랬으니까요. 퇴근 후 '무너진 나'가 아니라, 여전히 나다운 나로 있고 싶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그는 제품의 소재나 단추의 간격, 봉제선의 위치까지 세세하게 설명했다.

"한 치수라도 옷이 붕 뜨면 그 고요함이 깨져요. 그래서 피팅은 몇 번씩 하고, 봉제는 직접 공장에서 체크해요. 옷 하나에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그게 라끄다움을 지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채유라 대표.

채 대표는 디자인과 유통, 패턴 개발까지 모두 직접 챙긴다. 브랜드 론칭 전에는 패션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했지만, 모든 걸 처음부터 배워가며 하나씩 만들어냈다.

"옷을 만드는 사람이라기보다, 문제를 해결해가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패턴을 하나 수정하는 데도 제작자들과 밤늦게까지 얘기하고, 소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원단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골랐어요."

가장 반응이 좋았던 제품을 묻자, "로브와 드레스 라인"이라고 답했다.

"드레스를 집에서 입는다는 게 생소할 수 있어요. 그런데 입어보면, 그 느낌이 정말 달라요. 편안한데 흐트러짐이 없어요. 라끄를 처음 구매한 분들이 드레스를 입고 '이제 실내복이 뭔지 알겠다'고 해주시거든요."

그는 고객 리뷰를 거의 매일 본다고 했다. "고객 한 분 한 분이 친구처럼 느껴져요. '집에서도 우아하게 있고 싶었는데, 이제 그런 옷이 생겼다'는 리뷰를 보면 정말 힘이 나요."

포장 방식에도 그의 철학은 이어진다. 선물처럼 정갈하게 감싼 패키지, 은은한 향기, 열었을 때 기분 좋은 포장지의 감촉까지—모든 요소가 브랜드의 연장선이다.

"나를 위한 선물을 내가 주는 거잖아요. 그게 바로 '라끄'가 지향하는 정서예요. 작은 여유 하나에도 정성을 담고 싶었어요."

그는 인터뷰 말미에 "라끄는 결국 '나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집에서도 내가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게 돕는 것, 그게 우리가 만든 옷의 역할이에요"라고 조용히 말했다.

채유라 대표의 말과 태도에는 단단한 고요함이 있었다. 브랜드의 슬로건처럼, 그녀는 자신이 만든 옷처럼 고요하게, 그러나 우아하게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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