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일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곳이 직장입니다. 초중고, 대학 입시 거치면서 체화(體化)된 경쟁 DNA가 아주 완전히 꽃을 피우는 곳이거든요." 중년들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던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 나온 대사다. 한국 사회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니, 작가의 내공이 부럽다.
이 드라마는 온갖 처세술과 영업력으로 대기업 부장에 오른 50대 김낙수(류승룡 분)의 이야기다. 임원 승진에서 떨어지고, 좌천(左遷)과 희망퇴직을 거치면서 '이불(회사) 밖 세계'로 나온 김 부장의 고군분투(孤軍奮鬪)를 다뤘다. 드라마는 승진 경쟁, 사내 정치, 살벌한 영업 현장, 희망퇴직 압박 등 직장인의 현실을 짠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렸다. 퇴직 후 김낙수가 겪는 상가 투자 실패, 대리운전·세차장 일은 험난한 '인생 2막'의 현실을 보여 준다.
'김 부장 이야기'는 잘 만든 '중년의 서사(敍事)'다. 지금 세상은 어떤가. 기업들은 저성장 여파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은 여기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직장인들의 상당수가 법정(法定) 정년을 채우지 못한다.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의 현실은 서글프다. 경험과 전문성은 쓸 데가 없다. 평생 사무직에 종사했던 사람이 경비원, 대리기사, 택배기사로 일한다. 이도 저도 아니면 폐지를 줍는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37.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다. 공적이전소득 비중(OECD 평균 57.3%)은 30%다. 이는 소득의 70%를 스스로 벌어서 마련하고 있다는 의미다. 공적연금의 취약성(脆弱性)을 드러내는 수치다.
'서울 자가(自家)' '대기업 부장'은 성공의 상징이다. 김낙수는 그런 자존감으로 살았던 인물이다. 하나, 어찌 꽃길만 있겠나. 인생 여정(旅程)에는 가시밭길, 자갈길, 진창길 천지다. 술 취해 무작정 뛰던 김낙수는 지난 삶을 떠올린다. 무엇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는지, 정말로 지키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지…. 김낙수는 알량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과거의 김 부장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며 작별을 알린다. 스스로 짊어진 굴레를 벗고, 진정한 인생 2막에 도전한다. 드라마는 이 시대의 수많은 김 부장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며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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