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선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치솟았던 한국 증시가 중동 전쟁 발발로 인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4일 하루 만에 12% 넘게 급락했다가 다음 날은 9% 이상 급등하는 등 지수가 종잡을 수 없이 요동쳤다. 중동 전쟁의 여파로 오일 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세계 경제를 덮치고 있는 가운데 작은 뉴스 하나에도 증시가 부침(浮沈)을 반복하는 취약한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쉽게 쌓아 올린 모래성은 작은 충격에도 쉽게 허물어지기 마련이다.
이란 사태 발발 직후인 이달 4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12.1% 하락한 반면 일본과 대만 주가지수 하락률은 각각 3.6%와 4.4%에 그쳤고,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오히려 0.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유독 변동 폭이 크다.
지정학적 충격은 언제나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유독 심각한 한국 증시의 변동성을 설명하기엔 한계가 있다. 여기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빚투(빚을 내서 투자)' 규모가 역대급으로 커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유례없이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린 '불장'에 너도나도 빚내서 투자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33조원까지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5일 기준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0조7천여억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닷새 만에 1조3천억원이 급증했을 정도다.
한국 증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코스피 5,000'이라는 목표 아래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등 강력한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덕분에 무려 1.5배 이상 지수를 끌어올리며 과거 어느 때보다 외형을 확장했지만, 아직 그에 걸맞은 시장의 체질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 개인투자자 비중과 거래 회전율이 높다. 그만큼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하고 주가수익률의 변동성도 높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증시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손바뀜은 더욱 빨라졌고, 빚투는 무려 82%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외국은 연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금, 기관투자자, 기업 자금 등 장기 자본이 시장의 중심을 이루면서 단기적 시장 변동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외부 영향으로 시장이 급락할 때 완충(緩衝) 역할을 하는 것도 이런 자금들이다.
금융자금이 기업 투자나 장기 자본으로 흘러가기보다 단기 자산시장으로 몰리는 현재 구조는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자산시장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인 확장 구조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단기 투자에 집중된 개인투자자 탓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궁극적으로 금융자금의 흐름을 바꿔 금융이 단기 자산 투자보다 기업과 산업으로 흐르고, 장기 자금이 시장을 굳건히 하는 중심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자산시장도 안정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도 이런 맥락(脈絡)일 것이다.
쉽게 무너지는 모래성이 아닌 우리 경제를 뒷받침할 탄탄한 경제 기반으로 주식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주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장기·가치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 증시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건전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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