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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서명수] 12.3 비상계엄 1주년이 축제 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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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더불어민주당의 횡포에 맞선 자위 수단이라며 꺼내 든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은 자폭·자충수였다. 반면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던 이재명 대통령에게는 기사회생의 축포였다. 6시간 비상계엄 사태는 정치생명이 끝날 위기에 직면하고 있던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활로를 활짝 열어 줬다.

계엄 1주년을 맞이하여 이 대통령은 '특별 담화'를 발표하고 외신기자들만 대상으로 한 기자회견을 이례적으로 연다. 그리고 5부 요인을 초청, 오찬도 한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도 비상계엄을 자축(?)하듯 성대한 잔치를 벌이기로 했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 등 여권이 비상계엄 1주년을 자신들의 진영(陣營) 축제로 성대하게 기념하려는 이유가 충분히 이해된다.

국회의장이 주도하는 '그날 12·3 다크투어' 민주당의 시민 대행진 행사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 내란특별법 졸속 처리에 나선 것도 비상계엄 1주년 자축 퍼포먼스로 읽힌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계엄 당시 자신이 국회 울타리를 넘는 장면을 표지로 한 회고록을 출간한 데 이어 3~5일 '다크투어'를 직접 이끌면서 계엄군 헬기가 착륙한 곳과 계엄군이 진입한 국회의사당을 안내하겠다고 한다.

여권의 이런 퍼포먼스는 '대장동 1심 항소 포기'와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사건 재판 개입 논란 및 민주당 장경태 의원의 성추행 논란 등으로 뒤숭숭해진 민심을 내란 몰이 재점화를 통해 반전시키려는 꼼수이다.

계엄이 없었다면 이런 볼썽사나운 축제는커녕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몰락의 길로 갔을 것이다. 조기 대선은 고사하고 중단된 5개 재판은 계속 진행됐을 것이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으로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이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대선 즈음에 끝났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지난 5월 뉴욕타임스는 "비상계엄의 가장 큰 정치적 수혜자는 이재명이었다"며 그가 한국 국민의 민주주의적 불안을 흡수, 강력한 대중 지지를 얻어 조기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분석했다. 비상계엄이 사법 리스크에 처해 있던 이재명을 민주주의 수호의 상징으로 만들었고, 민주당 주도로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내면서 대통령이 될 기회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는 이 대통령이 여러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음을 짚으면서 이것이 "정치적 양극화를 상징하는 요소이자 임기 중 지속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비상계엄 1주년, 우리 사회는 비상계엄 이전보다 더 악화된 민주주의의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 입법권을 장악한 민주당이 행정부를 접수한 뒤 사법부마저 위협·유린하면서 '삼권분립'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형해화(形骸化)됐다. 국민이 바라던 민주주의 회복이 민주당 일방 독주와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면탈을 위한 사법부 해체는 아니지 않은가? 178회에 이르는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와 총리와 부총리 등 국무위원·감사원장·검찰총장 등에 대한 줄탄핵 사태, 특검 법안 남발 등으로 국정을 마비시키려던 사실상의 내란 상황에서 무엇이 달라졌는가.

지금이라도 이 대통령과 여당은 비상계엄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줄탄핵 등 국정 혼란을 이끈 정치 공세에 대해 사과하고 국정 주도 세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비상계엄 1주년은 '당신들의 축제'가 아니라 미성숙한 한국 민주주의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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