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경주마가 증명한 '재활치료'
2012년 6월, 영국 로열 애스콧 경마대회에서 우승하며 통산 22연승을 달성한 세계적 명마 '블랙캐비어(Black Caviar)'. 그러나 곧이어 근육 파열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은퇴 위기까지 몰렸다.
레이싱팀은 은퇴가 아닌 '재활'을 선택했다. 8개월 동안 레이저 치료, 수중 트레드밀(Aqua Treadmill), 염수 냉스파, 적외선 광열치료, 자가혈(PRP) 치료를 포함한 종합 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특히 PRP 치료는 손상 조직 재생에 큰 효과를 보였다.
그 결과, 2013년 2월 복귀전인 TJ 스미스 스테이크스(G1)에서 극적으로 우승하며 25전 25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고, 이후 호주 경마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블랙캐비어는 '재활치료가 동물에게 얼마나 결정적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반려동물 재활치료의 역사
1990년대 들어 정형외과 수술이 발전하면서, 수술 후 회복을 돕기 위한 재활치료에 대한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었다. 이 시기 수중 트레드밀이 반려견 재활 분야에 처음 도입되었고, 재활 전문 동물병원 클리닉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 수의학계는 사람의 물리치료 개념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에 맞는 표준화된 재활 프로토콜을 구축했다. 정형외과·신경외과와 재활이 긴밀히 연계된 학문적 기반도 이때부터 자리 잡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는 CCRT(미국), CCRP(테네시대학교) 등 전문 자격 제도가 생기며 '동물 재활'이 하나의 독립 의료 분야로 자리 잡았다. 현재 뉴욕동물메디컬센터(AMC)는 세계 최대 비영리 동물병원으로, 20개 이상의 전문 진료과와 24시간 재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필수가 된 반려동물 재활치료
국내에서도 재활치료에 대한 인식이 크게 높아지는 추세다. 2022년 '한국물리치료과학회지'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재활치료를 알고 있다'(75%), '재활치료는 중요하다'(86.5%)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령견을 돌보는 보호자일수록 재활치료의 필요성을 더 크게 인식한다.
'노령동물의 삶의 질 개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면서, 재활치료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CT·MRI가 보편화되면서 정확한 진단을 기반으로 한 수술과 재활 치료가 가능해졌고, 줄기세포·엑소좀·관절연골 재생치료 등 재생의학이 더해지며 치료 효과는 더욱 향상되고 있다.
◆반려동물 재활치료 필요한 이유
동물은 통증을 숨기는 본능이 강하다. 증상이 심할수록 더 웅크리고 조용해지기 때문에 보호자가 반려동물이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를 빨리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로 인해 ▷수술 후 기능저하가 오래 지속되거나 ▷근육 위축으로 이전보다 더 불편해지고 ▷한쪽 다리가 불편해지면서 오히려 반대편 다리에 2차 손상이 생기고 ▷비정상적 보행 패턴이 고착화 되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활치료의 목적은 동물이 숨기는 통증과 기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하고, 동물의 성격과 질병의 진행 정도를 고려하여 각 개체에게 적합한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적용함으로써 균형 있는 운동 기능 회복을 돕는데 있다.
◆CT, MRI검사가 필요한 경우
동물 재활 치료에 앞서서 CT와 MRI를 통한 정확한 감별진단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CT는 뼈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유리하다. 골절, 퇴행성 관절질환을 확인할 수 있다. MRI는 뇌신경, 척추디스크, 연부조직 이상을 확인하기 적합하다
다만, CT와 MRI는 마취가 동반되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수의사는 X-ray검사, 신경계 검사 등을 우선적으로 실시한다. 이러한 1차 검사 과정에서 CT와 MRI 검사를 요하는 질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보호자에게 검사의 필요성을 설명드린다.
특히 다음 환자는 CT, MRI 검사 후 재활치료 계획 수립이 필수다. ▷디스크(IVDD) 의심(후지 마비·보행 장애) ▷교통사고, 개물림 사고 등의 외상 환자 ▷경추 통증 환자 등은 CT와 MRI 영상 진단 없이 일반적인 재활치료를 적용하다 보면 오히려 치명적 후유증을 유발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동물재활 치료의 종류
동물 재활치료는 다양한 물리운동 및 첨단 치료 기법을 조합하여 진행된다. 각 치료법마다 그 목적과 효과가 다른데 수의사는 환자의 질병 정보, 나이,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개별 환자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수중 트레드밀 (Aquatic Treadmill)
물의 부력을 이용해 다리 관절 부담을 줄이면서 근력을 강화할 수 있다. 디스크 질환(IVDD) , 슬개골 수술 후 회복기, 근육 회복, 노령견의 퇴행성 관절질환 회복에 매우 효과적이다.
▶관절 가동범위 운동 (ROM)
굳어 있는 관절 주변 조직을 움직여 관절의 유연성과 운동 범위를 회복시키는 치료이다. 해부학적 소견과 관절 질환의 여부를 정확히 진단 후 운동의 범위와 강도를 결정한다.
▶스트레칭, 근막 이완 (애견 피트니스)
긴장된 근육과 근막을 풀어 통증을 완화하고 움직임을 개선한다. 최근 '애견 피트니스'라 불려지기도 한다.
▶근력 강화 운동
균형 패드, 장애물, 다양한 보행 훈련 등을 이용해 근력을 되찾는 과정이다. 수술 후 흔히 약해지는 대퇴근, 둔근 회복에 필수적이다. 노령 동물의 척추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균형감각을 유지시켜서 치매예방과 신진대사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전침 치료
혈자리를 이용한 한방 수의학 침술 분야로 전침을 사용하여 통증 완화와 치유 효과를 가진다. 디스크 질환 (VIDD) 및 신경계 질환 환자에게 신경 지배가 약해진 부위를 자극하여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탁월하다.
▶레이저 치료
레이저 파장을 이용해서 질환 부위의 염증을 감소시키고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또한 조직 재생을 촉진함과 아울러 피부 면역 활성화 등의 치료 효과를 가진다. 특히 레이저 시술은 시술 대상 동물과 시술자의 시신경 손상에 대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치료다.
▶HTB 파장치료
이 챔버 전체에 작용되기 때문에 동물이 편안한 자세에서도 질환 부위의 염증 감소, 통증 완화, 세포 재생, 면역 활성화 등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고령견이나 만성질환, 난치성 말기암 환자 등에게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이다.
▶자기장 치료 (PEMF)
저주파, 저강도 전자기 펄스를 짧게 반복적으로 전달하여 세포가 회복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저강도 자기 자극 치료 기법이다. 통증 완화와 근력 강화에 사용되는데 신경 지배가 약해진 부위에 자극을 줘서 기능 회복을 돕는 치료이다.
◆재활치료·재생의학의 결합
최근 반려동물 재활치료는 정밀 영상 진단+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줄기세포·엑소좀 중심 재생의학이 결합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정밀 영상 진단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개별 맞춤형 재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지며, 노령동물과 만성질환 환자들을 위해서는 줄기세포와 엑소좀 치료가 더해지기도 한다.
이는 반려동물 의료가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치료'에서 삶의 질을 회복시키는 의료 패러다임의 변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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