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함양 산골 마을에 옻나무를 불에 그을려 진액을 얻는 화칠(火漆) 장인, 안재호 씨가 산다. 하루 12시간씩 불 앞에 앉아 작업을 이어간다. 그렇게 하루 종일 매달려 얻는 진액은 400g 남짓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사람의 진이 빠져나와야 옻 진액, 즉 화칠을 얻을 수 있다. 거의 명맥이 끊긴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곁에서 묵묵히 손을 보태는 아내, 허금자 씨는 화칠을 하던 시어른들이 돌아가시고 남편의 조수가 됐다
화칠 작업을 할 때만큼은 엄격한 재호 씨는 일을 내려놓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착한 순둥이가 된다. 아내의 시시콜콜한 심부름도 싫은 내색 하나 없이 척척 해낸다. 아내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이고, 아내의 짜증은 곧 자신의 괴로움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갑자기 장모님이 계단에서 굴러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에 금자 씨는 애간장을 태운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는 재호 씨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 간다. 그의 어머니가 병환으로 고생할 때 성심껏 간호해 주던 아내. 아들인 자신도 못 할 일을 서슴없이 해내는 모습을 보며, 재호 씨는 아내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때의 다짐을 지키려, 올겨울 장모님의 병원비를 마련하느라 더욱 부지런히 일에 매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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