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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엘, 아이트로닉스 합병으로 '풀스택 모빌리티' 전환 … "CB 문제, 정면 돌파"[매일인(人)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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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송성근 아이엘 대표
한국형 휴머노이드 내년 상반기 양산
알짜 아이트로닉스와 합병으로 기업 체질 개선
자산 매각으로 CB 상환·재무 안정화

"창업 후 17년간 도전의 연속이었고, CB를 통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오며 회사는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다만 CB 구조가 주가에 일정 부분 부담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명확한 해결책을 실행에 옮겨 시장이 다시 본질 가치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새로운 도약의 국면을 열어가고자 합니다."

아이엘은 지금 새로운 도약의 분기점에 서 있다. 지난 12월 1일 아이트로닉스와의 합병을 완료하며 '신소재 기업'에서 '풀스택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정체성을 전환했다. 글로벌 톱티어 로봇사와 손잡고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했으며, 올해 매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그러나 주가는 좀처럼 박스권을 돌파하지 못하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과 다가오는 전환사채(CB) 만기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CB 구조를 주목하고 있지만 이는 그간 회사가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온 성장의 결과이기도 하다.

송성근 아이엘 대표는 CB 이슈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답은 용인 사옥 매각을 통한 유동성 강화와 로봇·ITS(지능형 교통 시스템) 기술 융합을 통한 신사업 성장의 가속화다. 아이엘은 재무 부담을 떨쳐내고 '모빌리티 전환 원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송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그 해법을 들어봤다.

◆합병으로 모빌리티 풀스택 완성 ... 한국형 휴머노이드로봇 양산

아이엘이 지난 12월 1일 완료한 아이트로닉스와의 합병은 차량 중심 기업에서 모빌리티 전 영역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체질 개편이 핵심이다.

아이엘은 그동안 자동차 램프·광학·전장 제조에 집중해왔다. 실리콘 렌즈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차량 내부 부품 생산이 주력이었다. 반면 아이트로닉스는 지능형교통체계(ITS) 분야에서 입지를 다져온 기업이다. 하이패스 시스템, 다차로 하이패스, RF 기반 통신, 영상 센서, ASIC 설계 등 도로·교통 인프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엘은 그동안 전장·광학 제조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해왔으나 자율주행 및 주문형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갖춘 아이트로닉스를 흡수하면서 차량–도로–도시를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할 기반을 확보했다.

아이엘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로봇 사업이다. 아이엘은 최근 한국형 세미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엘봇C2(ILBOT C2)' 양산형 모델을 발표했다. 로봇 사업 전략에서 주목할 부분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 전략이다. 회사는 최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톱티어 로봇 기업과 협업해 한국 총판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주요 AI 기업들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로봇 지능을 고도화하기 위해 최근 XYZ와 MOU를 체결했으며, 조만간 국내 유력 AI 솔루션 기업과 파운데이션 모델 관련 협약을 맺는다. 개발에 투입되는 과도한 비용을 지출하는 대신 잘하는 기업들의 연합 구축으로 효율적인 한국형 휴머노이드로봇을 양산하겠다는 취지다.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관련 매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엘이 다른 로봇사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실증 환경을 갖췄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봇 기업은 개발과 판매에만 집중할 뿐 실제 제조 현장에서 로봇을 투입하고 검증할 수 있는 인프라가 없다. 반면 아이엘은 천안과 화성에 자체 제조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공장에서 로봇을 직접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한국 제조업 환경에 맞는 최적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게 핵심 경쟁력이다.

자사 공장에서 로봇을 먼저 투입해 학습시키고, 그렇게 축적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른 제조 기업에 검증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주야간 100명 규모의 노동자가 투입되는 아이엘모빌리티 공장은 로봇 자동화의 필요성이 가장 절실한 현장이기도 하다. 사출 공정마다 1~2명씩 배치된 인력을 로봇으로 대체하는 과정 자체가 곧 상용화를 위한 실증 작업이 되는 셈이다.

"한국에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처음부터 개발하려면 막대한 투자와 시간이 듭니다. 이미 완성도 높은 글로벌 플랫폼과 협력해 한국형으로 만드는 게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다른 로봇 기업과 달리 아이엘은 실제 제조 공장을 갖고 있어요. 천안, 화성 공장에서 직접 로봇을 투입해 데이터를 쌓고, 그걸 바탕으로 한국 제조업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만들어 판매하는 전략입니다."

◆재무 안정성 확보 효과도… 아이트로닉스 자산 매각으로 CB 상환

아이엘은 그간 주력해온 본업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아이엘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 8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5.4% 증가한 수치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매출이다.

수주분 반영 시차를 감안할 때 4분기 실적까지 포함하면 1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엘은 테슬라, 포르쉐, 폭스바겐 등 북미와 유럽의 메이저 완성차 업체를 주요 공급처로 확보하며 모빌리티 사업 부문에서 매출을 급격히 성장한 영향이다. 최근 공급처 확대 등을 통해 내년엔 2000억원대 매출 성장을 이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주가다. 매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이름만 대면 알만 한 글로벌 톱티어 로봇사와 협업해 한국 총판을 맡게 됐지만 정작 주가는 올해 내내 200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호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선 내년 9월 만기가 도래하는 5회차 CB는 현재 주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된다.

총액 200억원 중 상당 부분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회사에 의해 만기 전 소각돼 현재 잔액은 110억원으로, 단기적인 상환 및 풋옵션 위험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잠재적 불안 요인으로 주가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번 합병이 재무 안정성 확보 차원에서도 전략적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가액 약 170억원에 해당하는 아이트로닉스 소유 부지는 준공업지역에 위치한 2356㎡ 규모의 토지와 1666㎡ 규모의 공장 및 업무지원 건물로 구성돼 있다. 아이엘은 아이트로닉스가 보유한 일부 자산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해당 자산 매각을 통해 확보되는 현금은 기발행 CB 상환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그동안 주가를 발목잡았던 전환사채 관련 리스크를 완화하고, 중기적인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간 아이엘은 재무구조 개선과 오버행 이슈 해소를 위해 전환사채를 적극적으로 상환하거나 소각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지난 10월 아이엘은 5회차 CB 중 32억9000만원 규모를 만기 전 사채 취득을 통해 소각했다. 오버행 리스크를 해소하고, 풋옵션 행사 가능성 및 만기에 따른 상환 부담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다. 최근 전환된 8억원가량 CB 일부는 관련 회사의 기술력과 사업 가능성을 믿고 투자한 우호 지분이 포함돼 있어 오버행 이슈에서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또한 도로공사 등 공공기관과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갖춘 아이트로닉스(신용등급 A)와의 합병으로 아이엘의 신용등급도 중상 등급으로 상향 조정될 전망이다. 이는 금융권 신용평가나 사업 수주 과정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합병의 본질은 재무구조 안정화와 사업 시너지를 동시에 확보하는 것입니다. CB 때문에 회사가 무거워진 건 사실이지만 그건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생긴 일입니다. 그동안 계속 상환해왔고, 소각도 했고, 이번에도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CB 문제를 해결해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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