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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매일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작 '물왕 저수지' / 성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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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 김재경 작가
일러스트 : 김재경 작가

〈물왕 저수지〉

저수지 옆 주유소에서 일하는 남자는
주유소에 산다

남자가 자주 꾸는 꿈은
주유소에 불이 나는 꿈

불이 나는 꿈을 꾸고 나면
다음 날은 꼭 비가 내렸다

젖은 수건으로 등을 닦으며 그는 생각했다
샤워를 마치는 순간 잊혀지는 꿈의 장면들에 대해

그는 밤마다 저수지 주변을 걷는다
남자는 주유소에서 머무르는 시간보다
더 오래

빛이 튀는
저수지를 바라본다

반짝이는 저수지를 배경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다
플래시가 터질 때마다
웃는 표정들이 젖어간다

나무 틈에서 튀어나온 고양이가
젖은 도로로 달려 나가고
막을 새도 없이

비가 쏟아진다

남자의 바로 앞에서

주유소가 타오른다

번져가는 불빛 속에서 누군가
예쁘다, 예쁘다하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고

남자는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반쯤 젖은 담배를 입에 문다

타오르는 것들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은 채

서서히

어두운
빛 속에서 눈을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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