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무심히 지나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 묶인 것처럼 목줄에 당겨져 앞발을 치켜들게 만들기도 한다. 자신의 목을 조이는 그 순간 속에 시가 있다. 그때는 분명 현재지만 어쩌면 과거와 미래가 한꺼번에 체감되는 몸의 시간일 것이다. 달려온 시간과 달려갈 시간을 한꺼번에 보여주는 속도계 같은 것. 그 불가능한 계측의 눈금이 바로 시일 것이다. 예년보다 늘어난 응모작들이 하나같이 일상의 감각을 놓치지 않으려는 고투를 선보였기에 꺼낸 말이다. 역사나 담론 혹은 차이와 차별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을 내세운 시편들보다 파도처럼 넘어오는 하루하루의 정념들에 바쳐진 시는 그래서 매번 인생의 극점을 정확하게 겨냥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좋은 작품이 많았고 때문에 논의가 길었다. 김태훈의 '자습'이 세계와 화자의 만남을 곡진하면서도 눈부시게 그려냈다면, 김도열의 '얼음의 문법'은 단단한 정념으로 세계를 포착하는 힘이 느껴졌다. 다만 그 수려함 때문에 세계에 대한 응전이 짚이지 않다는 점이 아쉬웠다. '역할놀이' 등을 보낸 나은이는 경쾌한 언어를 구사하면서도 세계의 비의를 놓치지 않는 재능을 보여주었으며, 김다은의 '시력표'는 노련한 시선을 통해 세계의 침범을 구체적 형상으로 그려낼 줄 아는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당선작과 겨루었지만 자신의 언어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해 보였다.
성유림의 '물왕저수지'는 잔잔한 저수지와 불타는 주유소를 꿈과 현실의 교차 속에 보여준다. 그런 평온과 재난은 내면의 일이지만 또한 세계의 일기도 해서 우리는 물길과 불길 사이에서 기이한 불안을 함께 겪을 수밖에 없다. 마침내 삶의 모든 순간들이 휘발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다다른 뒤에야 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함께 보내온 '쏟아지고 있었다'가 보여준 날카로운 도약이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안전한 짜임새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상쇄한다는 점도 미래에 대한 믿음을 두텁게 하였다. 심사자들은 예외 없이 성유림의 시를 당선작으로 뽑는 데 합의하였으며 다른 이들의 시 역시 곧 지면에서 보게 되리라 예측했다.
심사위원 : 정끝별, 장석남, 조용미, 신용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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