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소멸 지역의 한 상징으로 개펄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
이번 심사에 임하면서 먼저 "우리 시대에 시조의 존재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답하는 작품에 방점을 찍기로 했다. 정형의 틀 속에서 시심의 확장을 위한 본원적 의지를 잘 표현한 작품을 찾는 일이 현대시조의 오늘과 내일을 담보하는 명제이기 때문이다. 갈수록 시가 난해하고 산문화되는 이때 형식 미학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응모한 400여 편의 작품은 대체로 그런 기준 위에서 내면 의식을 치열히 투영하고 있었다.
심사자의 손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네 편이었다. 이지영의 '블랙홀'은 저마다 손전화를 보면서 식사하는 한 가족의 풍경을, 박하영의 '아크릴 수세미는 얼룩을 응시하잖아'는 삶의 얼룩을 지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현대인의 세태를 그려낸다. 두 작품은 공이 우리 시대의 우울한 풍경화에 주목하였는데 아쉬운 점은 현실에 치중한 나머지 또 다른 한 축인 서정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한계를 드러내었다.
그에 비해 유귀덕의 '비와 세레나데'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면서 감각적으로 구와 구, 장과 장을 구성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비를 동반한 환경 묘사에는 성공하였으나 주제 의식이 잘 드러나지 않은 아쉬움이 있었다.
마지막 남은 김경덕의 '개펄 여자'는 현실에 바탕을 두면서도 서정성을 잘 조화시킨 작품으로 눈길을 끈다. 시인은 개펄을 지방 인구 소멸 지역의 한 상징으로 바라본다. "꽃게가 하도 깨물어 못쓰게 된 젖꽃판"은 분주한 생명 활동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뱀장어 따개비 저어새를 수태'하는 개펄은 살아나지만, 정작 이곳을 의지해 삶을 꾸려가는 사람은 점점 사라진다. 이렇듯 대비되는 두 상황에 돋보기를 들이대어 공존을 생각하게 한 능력은 공감의 폭을 넓혀주기에 충분하다.
현대시조 창작에 있어 이런 시각은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미덕이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에서도 그런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 이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는다. 당선의 영예를 안은 시인에겐 축하를 보내고, 선에 들지 못한 분들에게는 가열한 정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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