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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칼럼-이호준] 종심(從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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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논설위원
이호준 논설위원

"일흔에는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 논어 위정 편에 나오는 '종심(從心)'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法度)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은 범인(凡人)이 쉽게 오를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대체로 도덕, 도리, 규범, 규정, 원칙, 법 등에 어긋나지 않게 살려고 노력한다. 혹여 법도에 어긋난다 싶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지 않는다. 의도와 달리 결과적으로 법도에 어긋나는 경우도 있긴 하다. 문제는 '법도에 어긋나든 말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우다. 어긋난다 싶으면 원하는 대로 법을 바꾸거나 만든다. 이미 어긋났으면 아예 없애 버린다. 원하는 대로 법을 바꾸고 만들고 없애 버리면 마음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날 수가 없다. 결과만 보면 공자의 '종심'과 같다. 흔히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과 비슷한 맥락이다. 지킬 법이 없는데 누군들 법 없이 못 살겠는가.

작금의 여당 작태(作態)가 이와 비슷하다. 위헌, 사법부 독립 침해·장악, 삼권분립·법치주의 붕괴 등 갖은 우려와 비판에도 원하는 대로 법을 만들고 바꾸고 없앤다. 22일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대법원이 예규로 내란 재판의 신속한 처리를 위한 전담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데도 법안 상정을 강행했다.

이뿐 아니다. 법 왜곡죄, 대법관 증원,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재판소원(4심제), 검찰청 해체, 중수청·기소청 신설 등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 해소를 위해 공직선거법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에서 문제의 '행위'를 삭제해 버리는 개정안도 국회 법사위 통과 후 대기 상태다. 지난 6월 대선을 앞두고 대법원이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문제가 되는 조항을 없애 버리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막을 자가 없다. 이쯤 되면 사회 곳곳에서 강력한 저항이 따르기 마련으로, 아무리 여당이라도 마음대로 하기가 쉽지 않다. 통상 정부 여당의 폭주 시 제동을 거는 것은 제1야당의 역할이지만 그럴 만한 힘이 없다. 능력도 안 되는 데다 내부 분열로 당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지경이다. '계엄 사과' '윤 어게인' '당원 게시판' 등을 두고 친장(동혁), 친한(동훈), 초선 의원 등 이리 나뉘고 저리 쪼개졌다. '고름 짜내겠다'느니,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 죽인다'느니, '내부의 적 한 명이 더 무섭다'느니 내부 총질이 난무한다. 한쪽에선 '고름' '내부의 적'이 아니라 당의 '보배'라며 치켜세운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여당이 우습게 볼 만하다. 야당이 알아서 지리멸렬(支離滅裂)하니 여당은 법 만들고 고치는 데 거칠 게 없다. 오히려 내부 경쟁이 더 치열하다. 여당 법사위 의원들과 정청래 당 대표 등 지도부 간 속도·강약 조절이 안 돼 삐걱댈 정도다.

법 위에 있는 자는 없다. 말 안 듣는 사법부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법까지 마음대로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높다'고 착각하는 건 자유지만 사법부를 장악하고 재판권까지 마음대로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주권(主權)을 빼앗긴 국치(國恥)처럼 사법부 유린·법권(法權) 찬탈의 법치(法恥)로 기억될 수도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마음대로 하려는 것도, 법도에 어긋난 시도도 멈춰야 한다. 아직 일흔이 안 된 탓으로 여기고 싶다. 그렇다고 일흔까지 기다릴 순 없다. 그땐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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