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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출발기금'에 이은 '새도약기금', 흔들리는 신용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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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이상 장기 연체(延滯) 채권 16조4천억원을 매입·정리하는 '새도약기금'이 이달 초 기초생활수급자와 중증장애인 등 취약계층 7만 명의 채권 1조1천억원을 처음 소각했다. 2022년 출범해 최근 대상을 확대한 '새출발기금'이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소상공인 구제를 위한 응급처치라면, 새도약기금은 누적된 장기 부실을 도려내 113만 명 차주(借主)에게 재기의 기회를 부여하려는 대책이다.

그러나 빚 탕감이 가져올 구조적 부작용과 신용 질서 교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새출발기금 원금 감면자 3만2천여 명을 분석했더니, 변제 능력이 충분한 1천944명이 840억원의 빚을 부당 감면 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월소득 8천여만원인데 채무 2억원을 감면받거나, 4억3천만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갖고도 빚 1억2천만원을 탕감받았다.

자영업자 부채 구조는 경제를 위협하는 큰 부담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영업 대출 잔액은 1천67조원에 이르며, 취약 차주 연체율은 12%를 웃돈다. 고금리와 불경기 탓에 지난해 전체 개인사업자 연체율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대출잔액 기준 연체율은 0.98%로 전년 대비 0.33%포인트 올랐는데, 연체율과 상승 폭 모두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저신용자들이 찾는 비은행권 연체율이 급증한 탓이다. 대출액과 사업 규모, 사업주 연령이 적을수록 연체율이 올라갔다. 이들도 언젠가 새출발과 새도약에 기대야 한다는 말인데, 과연 근본 해결책인지 의문이다.

경제 주체로서 새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채무 조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경쟁력을 상실한 사업자가 빚 탕감에 기대어 시장을 잠식하는 '좀비 부채의 연명(延命)'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저해하고 경제 역동성을 갉아먹는다. 신용은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비싼 자본이다. 국가가 주도하는 대규모 '신용 사면(赦免)'이 일상화하면 지금껏 다져온 자기 책임의 원칙이 무너진다. 공정한 심사와 책임 있는 사후 관리가 전제돼야 '새출발'과 '새도약'을 통한 건강한 경제 생태계 회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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