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눈 클리닉] 내 혈액으로 내 눈을 치료하는 방법, PRP자가혈청안약

김명준 보라빛안과 대표원장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 본인의 혈액으로 치료제를 만들어 회복을 돕는 치료가 주목받고 있다.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약물을 투여해 증상을 조절하는 기존 치료와는 달리, 우리 몸 속에 이미 존재하는 성분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을 돕는 방식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PRP(Platelet-Rich Plasma,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다.

PRP은 환자의 혈액을 소량 채혈한 뒤 원심분리 과정을 통해 혈액 성분을 단계적으로 분리해 얻는다. 치료에 사용되는 PRP는 혈액 전체가 아니라 아주 적은 비율에 해당하는 특정 성분으로, 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적혈구나 일반 혈장과 달리 혈소판이 농축된 층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교한 분리 과정과 정확한 제작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혈소판에는 조직 회복과 재생에 관여하는 다양한 성장인자가 포함돼 있다. 이들은 손상된 조직에 회복 신호를 전달하고 세포 증식과 상처 치유 과정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PRP 치료는 이러한 생리적 작용을 임상적으로 활용하는 치료 방법이다. PRP는 정형외과에서는 힘줄이나 관절 손상 회복을 돕는 치료로, 피부과와 성형외과에서는 상처 회복이나 피부 재생을 보조하는 치료 옵션으로 활용돼 왔다. 스포츠의학, 치과 영역에서도 조직 회복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와 임상 적용이 이어지고 있다. 공통적으로 PRP는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하는 보조 치료라는 성격을 가진다.

안과 영역에서 PRP는 주로 점안 형태의 안약으로 활용된다. PRP 안약은 환자 본인의 혈액에서 혈소판 풍부 혈장을 정교하게 원심분리해 안약으로 제작되며, 이 과정의 정확성과 무균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PRP 안약은 혈소판에 포함된 성장인자들이 안구 표면에 작용해 각막 상피의 재생과 안정화 과정을 조절해 효과가 나타난다. 성장인자들은 상피 세포의 증식과 이동을 촉진하고, 미세 손상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깨지기 쉬운 각막 표면의 회복을 보조한다. 이러한 과정은 안구 표면의 장벽 기능을 회복시키고, 눈물막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생물학적 반응의 정도는 안구 표면 상태와 염증 수준 등 개인적 요인에 따라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PRP 안약은 중증 안구건조증, 기존 치료에 충분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 반복적인 각막 상피 손상이나 각막 미란이 동반된 상황에서 고려해볼 수 있다. 눈에 감염이나 심한 염증이 있는 경우, 몸에 전신 감염이 있거나 혈액 질환이 있는 경우는 적용이 어렵다. PRP 안약은 인공눈물이나 약물 치료를 대체하는 치료가 아니라, 표준 치료의 효과가 충분하지 않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전문적인 의학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PRP 안약은 자가 혈액을 이용하기 때문에 알레르기나 면역 부작용이 적지만, 무균적인 조제·보관·사용 과정이 아주 중요하다. PRP 안약은 병원의 안내에 따라 냉동 보관해야 하며, 사용 전에는 자연 해동한 후 점안하고 해동한 안약을 다시 냉동하지 않아야 한다. 개봉한 용기는 정해진 기간 내에 사용한 뒤 폐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또한 점안 시 용기 끝이 눈이나 손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위생 관리가 소홀할 경우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PRP 안약은 만능 치료약이 아니다. 적절한 대상에게 신중하게 사용될 때 재생과 회복을 도모하는 치료 방법이다. 내 몸속 자원을 활용하는 치료일수록 정확한 이해와 신중한 적용이 중요하며, 필요한 분들에게는 새로운 치료적 대안이 되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보라빛안과 대표원장 안과전문의 김명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