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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로 보는 세상] N년차 솔로남만 남았다…젊은 여성 떠난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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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지역의 변화를 숨기지 않습니다. 대구·경북의 다양한 사회적 지표를 통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편집자주〉

24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24일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2025 인천 여성 일자리 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만나러 왔습니다" TV 연애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남성의 절규가 떠오른다. 경북에서 왔다는 그는 N년차 솔로였다. 여자 만날 기회가 없다는 그의 고백은 웃음으로 소비됐지만 지방 청년 남성들 사이에서는 낯설지 않은 고백이다. 특히 경북을 비롯한 일부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20~30대 남성 인구가 여성보다 크게 많은 '남초 지역' 현상이 고착화됐다.

◆여성 1명당 남성 비율 경북 '1위'

통계청 주민등록인구를 분석한 결과 남성과 여성의 성비가 맞지 않는 이른바 '성비 미스매치'가 비수도권에서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애와 결혼이 집중되는 20~30대에서 성비 불균형은 특히 심했다. 서울과 세종을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남초 현상이 뚜렷했다.

특히 경북은 20대와 30대 성비가 각각 1.33과 1.17로 전국에서 불균형이 가장 심각했다. 이는 20대 여성이 100명일 때 남성은 133명 있다는 뜻으로 남녀 모두가 짝을 이룬다고 해도 남성 상당수는 미혼 상태로 남는다.

경북 포항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모 씨(34)는 이성을 만나는 일을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한다. 외모나 직업 조건이 나쁘지 않은데도 여전히 솔로라는 말에 주변에서는 "눈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돌아온다. 하지만 이 씨는 억울하다고 말한다. "눈높이 문제가 아니라 주변에 또래 여성을 찾기 자체가 어렵다. 여자친구를 만들려고 동호회까지 가입해봤는데, 회원의 80%가 남성이더라"

◆여성 청년의 지방 이탈, 일자리 질 문제?

이러한 불균형의 핵심 원인은 '일자리 구조'와 연관 있다. 남성은 제조업 중심의 비수도권에 남는 반면 서비스직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하고 있다. 실제 대구에서 서울로 이직한 최 모 씨(29)는 "지역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직무 자체가 제한적이다"며 "같은 일을 하더라도 경력 확장 가능성에서 차이가 컸다. 주변 여성 친구들 대부분이 취업이나 이직을 계기로 수도권으로 떠났다"고 말했다.

고소득 일자리 역시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 간 격차를 더욱 벌린다. 국가데이터처의 '청년 인구이동에 따른 소득변화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한 청년 여성의 평균소득은 전년보다 25.5% 상승했다. 이는 남성 증가율 21.3%보다 4.2%포인트 높은 수치다.

지역별 격차는 더 뚜렷하다. 대구·경북(대경권) 청년 여성이 수도권으로 이동했을 때 소득 증가율은 무려 37.4%에 달했다. 같은 조건에서 비수도권 지역으로 이동한 여성의 소득 증가율이 16.4%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도권 이동의 효과는 2배 이상이었다. 대경권 청년 남성의 수도권 이동 시 소득 상승률은 26.5%로 여성보다 낮았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대구·경북의 제조업에 남성 일자리 비중이 크다 보니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자리들이 많지 않고, 산업단지 자체도 많이 빠져나갔다. 이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수도권 쪽으로 이동하려는 요인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인구 붕괴, 여성 이탈 수년째 반복된 결과

이처럼 '남초 지역'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남성 청년만 남고 여성 청년은 빠져나가는 구조가 수년째 반복된 결과다. 실제로 경북을 비롯한 비수도권에서는 여성 청년의 이탈이 성비 불균형을 더욱 고착화시키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연애·결혼의 어려움을 넘어, 지역의 인구 구조와 출산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대구·경북 청년층 혼인·출산 분석'에 따르면 1992년생(92년생) 청년층에서 결혼을 경험한 사람의 수는 1983년생(83년생)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1983년생의 경우 대구 1만6805명, 경북 1만8250명이었지만, 1992년생은 대구 8017명, 경북 8444명으로 각각 52.3%, 53.7% 줄었다. 불과 한 세대 만에 혼인율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셈이다.

결혼 후 출산한 여성 수도 크게 감소했다. 1983년생이 31세였을 당시 출산 여성은 대구 7749명, 경북 8260명이었으나, 1992년생은 각각 3282명, 3564명으로 줄었다. 감소율은 대구 57.6%, 경북 56.9%로 혼인율 감소폭과 유사했다.

이 같은 인구 붕괴의 배경에는 청년 여성의 수도권 이탈이라는 구조적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청년 여성의 이동이 개인 선택이라기보다 지역 노동시장 구조에 따른 결과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대한지리학회지에 실린 연구는 청년 성별 분포의 차이가 지역 노동시장 구조와 연관됐다고 분석했다. 청년 여성 1인 가구는 특정 산업이 밀집한 수도권과 대도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기준으로 한 선택 가능한 지역과 직업의 폭이 남성보다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출산율과 혼인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 역시 일자리 구조를 외면한 채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보건사회연구원과 국토연구원 등 국책 연구기관들은 청년 여성의 고용 기회와 경력 지속 가능성이 보장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혼인과 출산을 유도하는 정책의 실효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역의 인구 구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청년 여성이 지역에 남아도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 구조를 만드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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