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12월 29일, 20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같잖다'고 했다. 안동에서 열린 경북선대위 출범식에서 이 후보에 대해 "제가 이런 사람하고 국민 여러분 보는 데서 토론을 해야 하나. 참 어이가 없다. 정말 같잖다"며 직격탄(直擊彈)을 날렸다. 당시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터라 '중범죄자를 대통령 후보로 인정하기 싫다'는 것이었다. 그 사이 윤 전 대통령은 계엄 후 탄핵당해 대통령에서 내려와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이재명 후보는 조기 대선을 통해 새 대통령이 됐다.
윤 전 대통령이 이날 사용한 '같잖다'의 사전적 의미는 '하는 짓이나 꼴이 제격에 맞지 않고 눈꼴사납다' '말하거나 생각할 거리도 못 되다'는 뜻의 형용사다. 형태로만 보면 '같지 않다'의 준말인데 의미는 전혀 다르다. '같지 않다'가 '다르다'라는 의미가 아닌 '눈꼴사납다. 아니꼽다. 하찮다'라는 비하·경멸(輕蔑)의 뜻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같잖다'는 '같지 않다'와 어떤 관계일까.
이에 대한 추리와 가설도 다양하다. '같잖다'가 '가치 없다'는 의미의 강조라는 추정이다. '같지 않다'의 준말이 아니어서 띄어쓰기도 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아담과 하와까지 소급(遡及)한 주장도 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지만 뱀의 유혹에 빠져 그 형상을 잃어버려 '신과 같지 않게 됐다'는 뜻을 가지게 됐다는 얘기다. 그래도 '같지 않다'의 준말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 같다. '같다'엔 '동일하다'는 뜻 외에도 '합당·마땅·부합하다'는 의미도 있는 만큼 '제격이다' '격에 맞다'는 가치 판단이 더해지면서 반대말인 '같지 않다'도 '다르다'에서 '못 미친다' '격이 떨어진다'로 의미가 확장됐다는 것이다.
뭐가 맞는진 모르겠다. 설명 방식은 달라도 다들 의미는 일맥상통(一脈相通)하는 것 같기도 하다. 확실한 건 4년 전만 해도 윤 전 대통령이 법의 심판을 받는 처지에 놓일지, '같잖다'고 직격한 당시 이 후보가 자신의 임기 중 대신 대통령 자리에 앉을지, 신세가 이렇게 뒤바뀔지 상상도 못 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왜 그러게 '생각할 거리도 못 되는' 그런 계엄을 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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