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통령이 교육부를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말 제일 듣기 싫은 게 '저희 나라'라는 말"이라고 한 뒤, "'대인배'라는 말도 하는데 '소인배, 시정잡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배'는 저잣거리의 건달이나 '쌍놈'을 뜻하는데, 결국 '대인배'라는 단어는 '훌륭한 나쁜 놈'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후, 여기저기서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맞느니 틀리느니 논란이 이어졌다.
일반적으로 소인(小人)은 '나이가 어린 사람', '키나 몸집 따위가 작은 사람',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말한다. 대인(大人)은 '어른(성인)이 된 사람', '보통 사람보다 몸이 아주 큰 사람',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사람'을 말한다. 대인은 도량이 크고 덕 있는 자라는 점에서 군자와 함께 쓰여 '대인군자'로도 언급된다.
'소인'이란 말은 『논어』 등에 자주 나온다. 『논어』에는 소인의 의미를 군자와 대비하여 정리하고 있다. '소인'은 자신의 이익[利]과 혜택[惠]에 관심이 있는, 한 영역에만 신경 쓰며 살아가는 국한된 그릇[器]의 인간을 말한다. 요즘 말로 전문가/스페셜리스트로, 자신의 직무에만 관심을 쏟으며 이익을 위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
반면 '군자'는 사회적 의리[義]와 사람 간의 도덕[德]에 관심 있는, 여러 영역에 두루 신경을 쓰며 살아가는 한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은 기량[不器]의 인간을 말한다. 요즘 말로 CEO/제너럴리스트로, 공동선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소인은 눈앞에 보이는 이익을, 군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추구한다.
언어는 시대적, 지역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생물이다. 그래서 어떤 말이 유행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소인배'(小人輩)라는 말은 중국이나 일본의 고전이나 현대어에 거의 보이지 않는다. 유독 우리나라 책들 예컨대 『양촌집』, 『조선왕조실록』 , 『소재집』, 『송자대전』 등 여러 문집에 숱하게 보인다. 따라서 소인배는 당쟁이 많던 조선에서 만들어낸 신조어라 해도 될 것 같다.
이어서, '대인배'(大人輩)는 중국이나 일본의 고전이나 현대어에서도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전에서도 사실 『담헌서』 등을 제외하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인배는 한국의 신조어로 보는 게 옳다. 실제로 만화 『럭키짱』에서 언급된 이래 노래나 방송 등에서 두루 쓰이게 됐단다.
문제는 '배(輩)'의 해석이다. 배에는 여러 뜻이 있는데, 소인배/대인배와 관련짓는다면, '무리, 줄(행렬)'의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소인+배는 소인 '무리'(=패거리)로 비하하는 것이고, 대인+배는 대인의 '행렬(줄)'로 존중하는 뜻이다. 다만 '무리'의 경우, 유독 한국에서만 그 떨림이 심하다.
다시 말해서 ① '님/분'처럼 '존중'의 의미(→대인배, 선배), ② '패거리/놈'처럼 '비하'의 의미(→소인배, 시정잡배, 폭력배), ③ '비교'하는 '중립적' 의미(→동배, 동년배)의 셋으로 갈린다. '대인배'를 '훌륭한 나쁜 놈'으로만 본 것은 '배'를 ②의 의미로만 읽은 탓이다.
정리하자면 소인배는 '소인 패거리에 끼는 자들', 대인배는 '대인 행렬에 드는 사람들'이 된다. 게다가 대인배는, 신조어이건 아니건, 잘못된 조합이 아닌 정상적인 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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