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야의 대중가요 문학을 품다]<15>여로(旅路)의 쉼표 '번지 없는 주막'
'어디든 멀찌감치 통한다는, 길 옆 주막(酒幕), 그 수없이 많은 입술이 닿은, 이 빠진 낡은 사발에, 나도 입술을 댄다. 흡사, 정처럼 옮아오는, 막걸리 맛. 여기, 대대로 슬픈 노정(路程)이 집산하고.....소금보다 짜다는, 인생을 안주하여, 주막을 나서면. 노을 빗긴 길은, 가없이 길고 가늘더라만...'. 행운유수처럼 모였다가 흩어지는 저녁나절과 인생길의 한순간이 낡은 영상처럼 겹치는 정경이다. 어차피 주막집 들르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왔다 가는 인생이다. 해질녘 주막에서 낡은 사발로 마시는 막걸리 맛에 나그네의 서정이 물씬 풍긴다. 무겁든 가볍든 시간은 또 그렇게 흘러가고, 노을 지는 아득한 언덕 너머로 남은 길이 있다면 또 걸어가야 한다. 김용호 시인의 '주막에서'는 무상한 세월 속에 계속되는 소박한 서민의 여정과 애환을 관조적으로 노래한 서정시이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주막에, 궂은비 내리는 이 밤이 애절구려, 능수버들 태질하는 창살에 기대어, 어느 날짜 오시겠소 울던 사람아' '아주까리 초롱 밑에 마주 앉아서, 따르는 이별주에 밤비도 애절구려, 귀밑머리 쓰다듬어 맹세는 길어도, 못 믿겠소 못 믿겠소 울던 사람아'. 일제강점기 유랑가요의 고전인 백년설의 '번지 없는 주막'(1940)은 시 작품 속 '주막'보다 이별의 감성이 더 짙게 스며있다. 능수버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무르익은 봄날의 저물녘, 궂은비가 문풍지를 적시니 나그네의 시름도 물기가 흠뻑 배었다. 봉놋방에 둘러앉아 밤이 이슥하도록 주고받는 술잔, 저마다 가슴에 묻어두었던 사연들도 밤안개처럼 피어오른다. 하물며 가물거리는 초롱불 밑에 기약없는 이별주 한 잔을 두고 마주앉은 사람들의 모습이야....나그네의 수심(愁心)이 어둠살 위로 표류한다. '번지 없는 주막'은 식민지 근대인의 떠돌이 삶을 보듬어 주던 상징적 공간이다. 분단과 전쟁이 낳은 이산의 아픔과 산업화에 따른 이촌향도의 물결, 경제적 불안정과 불평등이 빚어낸 서민적 상실감의 서정은 오랜 세월 '번지 없는 주막'의 유랑 서사를 껴안을 수밖에 없었다.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시대, 나그네 인생의 애환을 노래한 서정시와 가요는 그래서 같은 무늬를 띠고 있다. '주막'이란 한잔 술이 떠오르는 이름이다. 옛 정취를 간직한 주막일수록 그럴 것이다. 길 위에 선 나그네나 장꾼들이 다리쉼을 하거나 하룻밤을 묵어가던 곳. 삶이라는 이름으로 주모의 풍상과 행인의 정한이 술잔 속에 어른거리던 곳. 지친 다리를 도닥거려주고, 마른 목을 적셔주던 주막들은 모두 전설의 배를 타고 떠나버렸다. '번지 없는 주막'에 쉬어가던 '나그네 설움'도 노래 속에나 남아 있다. 강석관 시인은 '겨울 주막'이란 시에서 '...마지막 밤 마지막 잔을, 이별의 절차처럼 마신, 겨울 주막에서, 그가 놓고 간 술잔 속에, 웃음 한 점이 외롭게 남아 있다. 겨울보다 더 추운 모습을 하고'라고 읊었다. 그 주막에 가면 못내 겨워 울던 사람이 있을까. 술잔 속에 떠 있던 그 사람의 얼룩진 눈물이 남아 있을까. '번지 없는 주막'은 식민지 시대 조선인들의 처연한 내면 풍경이기도 했다. 필자가 대학 시절 문학 강의를 들었던 이기철 시인은 '주막' 시에서 '...酒幕은 으슬으슬 해가 기울어야 제격이다, 번지수가 없어 읍에서 오던 하가키(葉書)가, 대추나무 돌담에 소지(燒紙)처럼 끼어 있어야 제격이다...'라고 했다. 팍팍한 여로(旅路)에 쉼표마저 잃어버린 현대인들이 지친 걸음을 쉬어갈 주막은 어디에 있는가. 번지가 없어도 좋다. 여수(旅愁)가 스민 그 주막에 가고 싶다. 대중문화평론가
2026-07-17 14:00:00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81년 27회>노력상 이병인 작 "심술쟁이"
1981년 1월, 경북 의성의 한 작은 시골마을.밤새 내린 서리가 아직 녹지 않은 흙길 위로 겨울 햇살이 길게 내려앉았다. 돌담은 차가운 바람을 묵묵히 막아주고 있었고,한겨울 시골집 특유의 훈훈한 삶의 냄새가 풍겨오는 듯하다. 태호는 어린 동생 민호를 세발자전거 뒷좌석에 태우고 골목길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형의 손에 맡겨진 작은 여행이었다. 민호에게 세발자전거는 자동차였고, 태호는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한 운전사였다. 하지만 두 형제의 평화로운 골목길 자전거 여행은 오래가지 않았다.돌담길 모퉁이에서 장난기 많은 동네 친구 진성이와 영길이가 기다렸다는 듯 길을 막아섰다. 영길이는 뒤에서 자전거를 붙잡아 끌고, 또 다른 친구인 진성이는 앞에서 핸들을 잡은 채 길을 내주지 않는다. 얼굴에는 장난기가 가득하다. "어디 가노?", "못 지나간다!" 하는 소리가 금방이라도 들려오는 듯하다. 태호는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아보지만 세발자전거는 꼼짝하지 않는다. 민호는 무슨 일인지 영문도 모른 채 형의 품을 바라보고, 심술꾸러기 친구들은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웃음을 터뜨린다. 지금이라면 괴롭힘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그러나 그 시절 시골 아이들의 심술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몇 번 실랑이를 벌이다가도 금세 웃음으로 끝났고, 잠시 뒤에는 모두 함께 자전거를 밀어주며 마을 끝까지 달려가곤 했다. 세발자전거 한 대만 있어도 하루 종일 웃을 수 있었고, 돌담길 하나만 있어도 최고의 놀이터가 되었다. 사진 속 아이들의 볼은 겨울바람에 빨갛게 익어 있다. 두툼한 솜점퍼와 털 달린 외투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말해주지만, 아이들의 표정만큼은 세상 어느 부잣집 아이들보다 환하다. 세월은 어느덧 40여 년이 흘렀다.돌담은 허물어지고, 흙길은 아스팔트가 되었으며,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은 자동차가 차지했다. 세발자전거 대신 전동 킥보드가 생겼고, 아이들의 손에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함께 부딪히며 웃던 골목놀이는 화면 속 게임으로 바뀌었고, 친구를 기다리던 시간은 온라인 접속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변했다. 그래도 이 사진은 말을 걸어 준다.행복은 풍요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겨울바람에 손이 시리고 무릎에 흙이 묻어도, 친구들과 실랑이를 벌이며 웃던 그 순간이야말로 어린 시절 가장 따뜻한 기억이었다는 것을. 태호는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고 살고 있을까. 동생 민호는 형이 자신을 태워주던 그 겨울날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리고 길을 막으며 장난을 치던 친구들은 사진을 보는 순간 "그때는 참 재미있었지." 하며 웃을 수 있을까. 한 장의 사진은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이병인 작 '심술쟁이' 사진은 잊고 살던 우리의 어린 시절을 다시 불러내고, 가난했지만 정이 넘쳤던 시대를 조용히 증언한다.그 위에는 지금도 변하지 않는 우정과 형제애,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겨울 골목의 웃음소리가 여전히 달리고 있다.
2026-07-17 13:36:00
[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 인지 감수성이라는 모호하고 무서운 시대
성인지 감수성은 일상에서 성차별적인 요소를 알아차리는 감지력을 말한다. 2018년부터 쓰기 시작했다는데 말이 참 어렵다. 이거 계도하고 다니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략 이렇다. 우리는 대화중에, 내자를 가리켜 안사람, 집사람이라는 표현을 쓴다. 반대로 남편은 바깥양반이라고 부르는 데 이게 바로 성인지 감수성 위반 사례가 된다. 무조건 배우자라고 써야 한다고 한다. 또 자주 예로 등장하는 게 유모차다. 가운데에 어미 모(母)자를 씀으로써 은연중에 마치 아이의 양육은 여성 담당이라는 무의식적인 인식을 준다. 해서 유모차가 아니라 유아차로 불러야 한다는 얘기다. 슬슬 어지럽고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오랜 시간 굳어진 말투와 언어를 바꾸라고 해서가 아니다. 아예 말을 말라는 얘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말난 김에 그럼 유아차에서 이 차(車)는 정당하게 쓰이고 있는가. 도로교통법 제 2조 제 17호에 따르면 차는 '도로에서 운전되는 모든 교통수단'을 말한다. 도로를 운행하는 유모차(꿋꿋하게 이 표현 버티련다) 보신 적 있는가. 오히려 유모차 끌고 도로 진입했다가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다. 유모차는 차가 아닌 것이다. 그 외에도 처녀작, 효자 종목 같은 단어들이 자주 도마에 오른다. 첫 작품, 효도종목이라고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어를 다 바꾸자는 말로 들린다. 이럴 경우 피해를 보는 단어들도 있다. 모성애가 그것이다. 아마도 부모애로 바꾸어야 한다고 할 것 같은데 부모애에는 모성애가 가진 아름다움과 감동과 절박함이 완전히 휘발되고 없다. 그저 자녀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건조한 시각만 남게 된다. 새로운 조어도 필요하다. 부전자전 대신 모전여전 혹은 부모전자녀전이라고 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왜 북한의 가슴띠, 살물결 같은 단어가 떠오르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느낌은 그렇다. ◇스타벅스 사태와 5.18 인지 감수성 등장 불안감 최근 배재고 스타벅스 사태를 보면서 이러다가는 '5.18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말란 법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지 감수성의 또 다른 문제가 그 정의와 범위가 모호하다는 것인데 가령 5.18을 두고 "광주 사람들 참 대단해" 말하는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5.18인지 감수성 부족이다. 어미를 올리고 내리는 억양에 따라 슬쩍 비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라도 사람에게 "5월인데 고향 안 가?" 라고 물어도 인지 감수성 위반이 될 수 있다. 마치 광주의 도시절(都市節)처럼 5.18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에 지역 차별이라는 뉘앙스가 들어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5.18 영화를 보다가 웃어도 인지 감수성 부족이다. 5.18 행사 때 '임을 위한 행진곡'을 안 따라 불러도 인지 감수성 부족이다. 이러다가는 소급해서 5.18 전날 룸 가라오케에서 여성들 옆에 끼고 노래를 불렀어도 감수성 부족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 하여간 일어날 수 있는 경우를 들다보면 끝도 없다. ◇사고를 막기 위해 광주를 배제하는 최악의 시나리오 계속 그런 식으로 가면 결국 '광주'라는 단어 자체를 입 밖으로 내기 꺼려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범위와 정의가 불투명하니 광주를 언급하는 모든 말이 조심스러워진다. 가령 무단 횡단하는 충청도 사람에게 "뭐여? 다 산 겨?" 하면 조크지만 전라도 사람에게 같은 말을 하면 5.18 연상 모욕적인 말로 들릴 수 있다. 왜? 듣는 사람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사 담당자라면 어떨까. 이 경우 인사 담당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아예 그 지역 사람을 배제하는 것이다. 그 편이 들여놨다가 대형사고 터지는 것보다 100배 낫다. 광주는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있다. ◇배재고 스타벅스 사태에서 '어른' 광주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지난 6일 교복을 입고 버스에서 내린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선수 전원과 학부모, 교사 등 80여 명은 광주일고 학생 선수 등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이규연 광주일고 교장은 "배재고 학생들 고개 들어요. 다음에 저희 일고 학생들 만날 때 정말 당당하게 서로 있는 기량 마음껏 펼치면서 멋진 승부를 펼쳐주는 것, 그것이 여러분이 용서를 구하는 가장 멋진 모습"이라며 쿨하게 사과를 받아들였다. 이런 상식적인 모습조차 미담이 되니 폐해가 얼마나 크고 끔찍할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2026-07-17 13:20:00
[캐나다를 거쳐 본 한국] 어느 날 날아 든 수표 한 장
◇ 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필자는 사람들의 삶이 참 궁금하다. 한 사회에서 나고 자라다 보면, 그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가 자연스레 몸에 밴다. 내게 주어진 이 삶, 이 환경,이것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만 해도 되는 것인가. 그 질문 때문이었던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다른 사회의 일상을 기웃거리고, 낯선 문화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려 했던 것이. 그러나 그렇게 하면서 필자가 정작 보고 싶었던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였다. 그들을 더 많이 알고, 그 눈을 빌려 우리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면 이 삶을, 이 환경을 그리 어렵지 않게 나아지게 할 방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필자는 그 질문을 해보고 싶었다. 14년 전, 짐을 싸서 캐나다로 떠났다. 행정 현장에서 일했던 경험 때문에 더더욱 캐나다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에 눈이 갔다. 도로 위에서, 공사 현장에서, 졸업식장에서 겉으로는 작은 것들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 작은 것들 안에서 계속 같은 종류의 무언가를 보게 되었다. 지난 14년 동안 내가 가장 낯설게 경험한 것은 캐나다의 자연경관도,복지 수준도,어떤 거창한 사건이나 획기적인 정책도 아니었다. 일상의 아주 작은 장면들 안에서, 내가 느낀 것은 이런 것이었다. 내가 규칙을 지키면 그들도 지켰다. 내가 약속을 따르면 그들도 따랐다. 그렇게 사회라는 것이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 내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사회라는 틀 안에서, 나도 그 일부로 살아 있는 존재라는 자각. 말이 서툴러도 그 느낌은 분명했다. 내가 그 사회에서 투명인간이 아니라는 느낌이었다.한국에서도 그것을 원한다. 그것이 이 글을 시작하는 이유다. ◇ 어느 날 날아든 수표 한 장 십여 년 전 10월의 어느 날. 우편함에 캐나다 연방정부 발신의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열어보니 수표였다.1천100달러. 한참을 들여다보았다.신청한 기억이 없었다.한국에서의 우편함에는 거의 언제나 돈을 내야 하는 고지서들이 빼곡했던 기억이다. 그 수표의 사연인즉,교사 파업 관련 보상금이었다.주 정부와 교원 노조 간 분쟁으로 학교 수업이 중단되면서 아이를 집에서 돌봐야 했기에 직장을 빠져야 했던 사람도,사설 돌봄기관에 비용을 써야 했던 사람도 있었다.파업은 정부와 노조 사이의 일이었지만,그 손실은 아이를 가진 가정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정부는 그 손실을 계산했다.해당 가정을 찾아냈다.그리고 먼저 찾아왔다. 나는 한참 멍했다.행정 현장에서 십 수 년을 보낸 사람으로서,이 수표 한 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국가가 나를 보고 있었다.세금을 납부하는 재원으로서, 선거철이 돌아오면 표를 던지는 유권자로서,혹은 일이 터졌을 때 어쩔 수 없이 상대해야 하는 민원인으로서가 아니라,지금 여기서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가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냥 보통 사람들이 시스템 안에 제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 감각이 낯설었다. 그리고 그 낯섦이 오래 남았다. ◇ 우리가 아직 묻지 않은 것들 이 칼럼은 캐나다 예찬이 아니다.캐나다도 지금 많이 흔들리고 있다.주거비 폭등,의료 시스템 과부하,이민 정책 혼란.나는 그 사회의 문제들을 가까이서 보며 살고 있고, 캐나다가 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가 쓰고 싶은 것은 다른 것이다.그 수표 한 장이 내게 물어온 것 ,이 사회는 나를, 개인을 어떤 존재로 보고 있는가? 이 질문이 14년 동안 계속 다른 얼굴로 나타났다.공사 현장의 STOP 사인, 매일 마주치는 교차로, 다섯 시간이 넘는 고등학교 졸업식,태어나서부터 만 18세까지 매월 지급되는 지원금 등에서. 그 수표 한 장이 처음 던졌던 질문의 결국은 이것이었다. 우리 사회는 조건과 처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고 있는가.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존엄을 그만큼 존중하고 있는가.이 글은 정답을 내놓는 글이 아니다. 독자와 함께 들여다보는 글이다. 우리가 그 질문을 제대로 해본 적이 있는가가 먼저다. 묻지 않은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쌓인다.
2026-07-17 13:13:00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29>파란만장(波瀾萬丈), "물결이 만 길 높이로 인다"
"파란만장 '반도체 38년'; '파란만장' K원전 일대기; 류현진 파란만장 200승…"처럼, 최근 뉴스는 바람 잘 날 없지만 더러 극적인 이야기를 전한다. 파란만장(波瀾萬丈)은 '물결 파, 물결 란, 일만 만, 길 장'으로 "물결이 만 길 높이로 인다"라는 뜻이다. 삶이나 일의 진행에 우여곡절, 시련, 변화가 심할 때 쓴다. 한국과 일본에서 애용하는 사자성어이다. '파(波)'는 바람으로 수면이 울퉁불퉁한 상태 즉 '잔물결과 큰 물결'을 다 일컫는다. '파'자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 북송 때 왕안석이 『자설(字說)』에서 파(波) 자를 '물의 껍질(水之皮)'이라 풀이하자, 이에 소식이 "그럼 '활(滑)' 자는 '물의 뼈(水之骨)'가 되겠구먼!"하고, 뼈 있는 농담으로 응수했다. 파는 '음파・전파'처럼 에너지를 가진 물결인데, 뒤에 오는 글자 여하로 그 내용이 정해진다. 이해를 돕기 위해 현대의 과학·기상학적 개념을 참고한다. 먼저, 바람 때문에 생기는 바다의 모든 물결을 '파랑(波浪)'이라 한다. 다음으로, 파랑 가운데 눈에 띄게 출렁이는 큰 물결을 '파도(波濤)'라 한다. 파도에는, 바람이 불고 있는 해역에서 생기는 '풍랑', 먼바다에서 발생한 파도가 다른 지역으로 밀려오는 '너울', 지진・화산 폭발 등으로 생기는 거대 물결인 '해일(쓰나미)'의 세 가지가 있다. 파란의 '란(瀾)'은 큰 물결 즉 파도이다. 그래서 가끔 어지러울 '란(亂)' 자로 바꿔, 파란만장(波亂萬丈)이라 쓰기도 한다. 만장의 '장(丈)'은 길이의 단위이다. 즉 중국 고대에는 성인 남자의 키를 기준 삼아 10척(尺)을 '1장(一丈)'으로 하였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고 할 때의 '한 길'로, 어른 기준의 몸길이다. 중국의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한 길'은 약 2.25m(고대)~3.33m(현대) 사이에서 증감해왔다. 따라서 만장은 2만∼3만 미터로, 파도의 높이를 과장한 것이다. 중국의 허풍은 세다. "비류직하삼천척(飛流直下三千尺: 날 듯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가 삼천 척)"이나 "붕정만리(鵬程萬里: 붕새의 여정이 만 리)"를 보라. 이런 인문적 허세가 문학・예술의 규모를 부풀리고, 세상을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해낸다. "운우분분작회명(雲雨紛紛作晦明: 구름 비 수시로 흐렸다 갰다가)…파란만장일부생(波瀾萬丈一浮生: 물결 만 길 속 한낱 덧없는 삶이여)" 『동문선』에 실린 이첨(李詹, 1345~1405)의 시 일부다. 파란만장에 휘둘리는 삶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1924년 1월 1일 자 《개벽》 제43호에 문일평은 〈갑자(甲子) 이후 육십 년간의 조선〉이라는 글을 실었다. "60년 전 갑자는 실로 조선사상에 중요한 위치를 점유…이같이 단기간에 대격변이 됨은 물론 외압적 관계도 지대하거니와 내발적 난인(亂因)도 진실로 많으니 외압적 관계의 대부분은 일・청・로(日淸露) 3국의 간섭이오, 내발적 난인의 대부분은 대원군, 명성황후 양파의 알력이다. 그런데 양파의 알력이 매양 3국에게 이용되어…파란만장…처절참절(悽絶慘絶)한 많은 희극 비극을 연출하였다." 아울러 1939년 9월 5일 자 《동아일보》 기사는 〈주식시장에 노도(怒濤), 대전(大戰) 경기로 파란만장…〉이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 꼴은 비슷하다. 삶이란 바다 위엔 전쟁과 권력과 돈과 욕망의 파랑주의보로 가득. 파란만장이 없다면 삶이 너무 밋밋하여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맹탕이 될까 봐 그런가.
2026-07-17 12:24:00
[김석모의 모두를 위한 미술사]모네의 "인상, 해돋이"…탈서사적 전회와 순수한 시각 경험
인상, 해돋이는 인상주의라는 이름을 탄생시킨 작품이다. 흔히 인상주의를 '빛을 그린 미술'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빛을 그리지 않은 그림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라바조도 빛을 그렸고, 렘브란트도 빛을 그렸다. 미술사의 차이는 빛의 유무가 아니라, 빛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있다. 중세와 르네상스에서 부터 19세기 초 낭만주의에 이르기까지 서양 회화의 중심에는 언제나 이야기가 있었다. 성서와 신화, 역사와 영웅담, 초상화와 풍속화까지 그림은 인간과 세계의 사건을 전달하는 서사적 매체였다. 빛과 색채, 원근법과 구도는 모두 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회화는 무엇보다 읽는 이미지였다. 그러나 1874년 모네의 인상, 해돋이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회화의 존재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 화면에는 항구와 바다, 안개와 태양만이 있을 뿐,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건도 인물도 없다. 그림은 더 이상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대신 세계가 인간의 눈앞에 어떻게 나타나는가를 보여준다. 관람자는 그림 속 서사를 해석하는 대신, 빛과 색채, 대기와 시간의 흐름을 직접 경험한다. 이 순간 회화는 서사를 전달하는 예술에서 순수한 시각 경험을 조직하는 예술로 전환되었으며, 이것이 근대미술의 탈서사적 전회를 알리는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사진의 등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진은 현실을 이전보다 훨씬 정확하고 신속하게 기록할 수 있는 새로운 이미지 매체였다. 그 결과 회화는 더 이상 현실을 충실하게 재현하는 일을 자신의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삼을 필요가 없게 되었다. 대신 화가들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보다 어떻게 볼 것인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세계를 객관적으로 복제하는 대신, 세계가 인간의 의식 속에 어떻게 나타나고 경험되는지를 화면에 담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모네가 그린 것은 항구가 아니라 항구를 바라보는 의식이었고, 풍경이 아니라 '본다는 행위'였다. 이 순간 회화는 재현의 예술에서 지각의 예술로 전환되었다. 모네가 열어준 새로운 길을 따라 근대미술은 더욱 멀리 나아간다. 폴 세잔은 자연을 원통과 구, 원뿔이라는 기하학적 구조로 분석하며 보는 방식의 구조를 탐구했고, 파블로 피카소는 하나의 고정된 시점을 해체하여 복수의 시각을 하나의 화면에 담아냈다. 나아가 추상회화는 대상을 재현해야 한다는 오랜 전제를 완전히 내려놓고 색과 선, 형태 자체를 회화의 주제로 삼았다.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에는 회화를 서사로부터 해방시키고, 재현의 예술에서 지각의 예술로 전환시킨 모네의 혁신이 자리하고 있다. 모네의 인상, 해돋이의 위대함은 빛을 아름답게 그렸다는 데 있지 않다. 그는 회화는 무엇을 재현해야 하는가라는 오랜 질문을 회화는 어떻게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꾸었다. 그림은 더 이상 세계를 설명하는 매체가 아니라, 세계를 본다는 행위자체를 탐구하는 매체가 되었다. 이 탈서사적 전회는 회화를 재현의 예술에서 지각의 예술로 전환시킨 결정적 사건이었으며, 이후 모더니즘 미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2026-07-17 12:23:00
2026-07-17 11:30:00
〈strong〉◆가로 풀이〈/strong〉 1. ○○○룡: 물고기가 변하여서 용이 이루어진다. 어렵게 지내던 사람이 영화롭게 됨. 3. ○○○미: 산과 바다에서 나는 온갖 진귀한 물건으로 차린, 맛이 좋은 음식. =산진해미. 5. ○○고금: 동양과 서양, 옛날과 지금을 통틀어 이르는 말. 7. ○○성시: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집 문 앞이 시장을 이루다시피 함을 이르는 말. 8. ○○말직: 지위가 아주 낮은 관직이나 벼슬. =미말지직. ↔고관대작. 10. ○○○교: 가난하고 어려울 때의 사귐. 또는 그러한 때에 사귄 친구. 12. 불가○○: (천재지변이나 우발적인 사고 따위) 사람의 힘으로는 저항할 수 없는 힘. 13. ○○고와: 세속을 떠나 초야에 은거하며 자유롭게 살고 있음. 14. 막역○○: 허물이 없이 아주 친한 친구. 15. 진군○○: 군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라는 신호로 부는 나팔. 16. ○○○무: 앞에도 없고 뒤에도 없다는 뜻. =공전절후. 광전절후. 18. ○○이대: '장씨의 갓을 이씨가 썼다'는 뜻으로 이름과 실상이 일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 20. ○○봉황: 아침 해를 배경으로 봉황을 그린 것. 21. ○○박명: 여자가 아름다우면 단명한다는 뜻=미인박명. 23. ○○○통: '자기를 지켜 주던 성이 무너지는 고통'이라는 뜻으로,남편의 죽음을 맞은 부인의 슬픔. 24. 결○○○: 남남끼리 의리로써 형제의 관계를 맺음. 〈strong〉◆세로 풀이〉〈/strong〉 1. ○○○○: 물고기는 머리 쪽, 짐승은 꼬리 쪽이 맛 있다. =어두봉미. 어두일미. 어두진미. 2. ○○격서: 동쪽을 공격하는 척하다가 실제로는 서쪽을 공격하는 병법. 3. ○○수전: 세상의 온갖 고생과 어려움을 다 겪어 경험이 많음. 4. ○○○○: 충성을 다하고, 있는 힘을 다 바침. 6. ○○○목: 무조건 남의 흉내를 내어 웃음거리가 됨. 옛날 중국의 미인 서시와 관련 있음. 7. 불○○○: '묻지 않아도 뻔히 알 수 있음'이라는 뜻.=불언가상. 불언가지. 9. ○○○경: 강원도 동해안에 있는 여덟 명승지를 이르는 말. =영동팔경. 11. ○○○구: 아주 흠이 없이 천진함. 또는 조금도 때 묻음이 없이 순진함. =천진난만. 12. ○○○사: 힘이 아주 센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5. ○○○○: 푸닥거리하는 소리. 16. ○○○양: 앞날이 희망차고 전망이 밝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17. ○○○외: 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 19. ○○○○: 갓 쓰는 의식인 관례와 혼례, 상례, 제례를 아울러 이르는 말. 20. ○○약차: 일찍이 이와 같은 일을 알았더라면의 뜻으로, 뒤늦게 후회함. 22. ○○예지: 유학에서,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이나 성품. ◆27회 정답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7-17 11:30:00
[임무상의 1957 그림일기]7월 11일 목요일/7월 17일 수요일
◆7월 11일 목요일 흐림/ 시험 컨닝오전(午前), 나는 이번 시험(試驗)에 "컨닝구(컨닝)" 하지 않고 보통으로 쳤다는 것을 기뻐한다. 그러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 그리고 못 하는 아이들 대부분 "컨닝"을 하는 것을 볼 때 학교의 성적(成績)은 옳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며 나는 앞으로도 무엇이든지 정의(正義)롭게 나가겠다고 이 자리에서 맹세하였다. 오후(午後), 형님께서 부르기에 나는 부리나케 뒷방으로 뛰어갔다. 다름 아니라 과수원(果樹園)에 갔더니 "복숭아 200,~가치를 사가져 오너라" 하시기에 하마 복숭아를 먹을 수 있나 중얼거리면서 우산을 들고 과수원에 갔더니 붉고 누렇게 익은 복숭아가 과연 먹음직하였다. 심부름한 덕택(德澤)으로 복숭아 3개를 얻었는데 한 개를 입에 넣었더니 맛이 정말 꿀맛이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복숭아를 먹어 보았다. ◆7월 17일 수요일 흐림 비 맑음/소 먹이기 오전(午前),오늘은 제헌절(制憲節)이다. 오늘 나의 책임은 소(⽜) 책임이다. 태욱이와 함께 골 안에 가서 소를 띠겼다(방언), 아이들이 하는 말이 "너는 왜 얼굴빛이 그렇게 누리냐,무슨 병이 없느냐?" 묻는다. 아니 병은 없지만 그렇게 보이냐며 나는 대답하였으나 혹시 병이 걸리지 않았나 속으로 걱정 되었다. 나의 생각에 지나친 과로 때문인가 생각되어 앞으로 규치적(規則的)인 생활하겠다고 명심하였다. 오후(午後), 오후에도 역시 소를 몰고 남산(南⼭)으로 갔다.날은 개었다. 이어서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소낙비가 정신 못 차리게 퍼부었다. 어느새 강물은 붉게 물들고 소들은 먹음을 멈추고 사람들은 모두 황급히 자기 집으로 달리었다. 나도 소를 몰고 미끄러운 비탈길을 내려서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비는 그치고 또 구름은 사라지고 해가 솟았다. 세상은 한층 더 밝았다.
2026-07-17 10:30:00
◆사단법인 한울림 기획 '보도지침' 7월 18일(토)~19일(일)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오후 3시 한울림 소극장/3만원/053-246-2925 사단법인 한울림(대표 박영주)이 기획한 '2026 베스트 3 소극장전'은 소극장이 직접 전국의 공연 가운데 세 편을 골라 대구 무대에 올리는 기획 공연 시리즈다.보도지침(작 오세혁·연출 정철)은 1986년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정부의 언론 통제 지침, 이른바 '보도지침'을 폭로한 실제 사건과 그 재판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사건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신, 폭로한 기자와 잡지 편집장, 이들을 변호한 변호사와 맞서는 검사를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에서 청춘을 함께 보낸 친구 사이로 그렸다. 무대는 재판이 열리는 법정이면서, 이들이 함께 연극을 하던 과거의 동아리방이기도 하다. 그 안에서 친구들은 언론과 권력 사이에서, 또 신념과 우정 사이에서 부딪히며 '나를 움직이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초연 이후 대학로에서 꾸준히 관객을 만나 온 작품이다. ◆최동헌 사진展 '셀레노그라피(Selenography)' 7월 11일~7월 26일 갤러리 토마 문의 053-555-0770 성형외과의사·의학박사인 동시에 오랫동안 달 촬영 작업을 이어온 최동헌의 개인전이다. 작가가 올해 5월 사진집을 출간하고 대구에서 처음으로 사진가로 발표식을 가진다는 의미의 전시다. 달의 표면과 인간 존재의 시간성에 대한 감각적 연결을 탐구해온 작가의 대표 연작을 소개한다. '셀레노그라피(Selenography)'는 달의 표면과 지형을 연구하고 기록하는 월면학(月面學)을 의미한다. 최동헌은 이 개념을 단순한 천문 기록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삶과 시간, 그리고 세월 속에서 변해가는 존재의 흔적들에 대한 시선으로 확장시킨다. ◆달서아트센터 기획 DSAC 달서 아트 플래닛 -문상직 초대展 7월 14일~7월 29일 달서아트센터 달서갤러리 문의 053-584-8968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양(羊)'을 주요 모티프로 작업하는 문상직 작가 초대전이다. 산과 안개, 무리 지은 양의 반복적 구성과 절제된 색감의 조형미를 통해 인간 사회의 관계성과 내면의 풍경을 은유적으로 탐구하며 고요하고 정적인 화면을 통해 치유와 위안의 가치를 전한다.
2026-07-17 09:30:00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독도학과 총동문회, 2026년 하계 단합대회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독도학과 총동문회(회장 황병철)는 지난 11일·12일 양일간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2026년 하계 단합대회를 개최했다. 독도학과는 2013년 1회 졸업생을 배출후 현재까지 대구, 인천, 부산 등 전국에서 독도 교육사 1천 여명이 활동히고 있다. 황병철 회장은 "독도가 학술·역사·지리적 대한민국 영토임을 강조하고 더 많은 독도 교육사가 배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6-07-14 11:52:38
[이야기로 만나는 약선(藥膳)] 불로장생의 과일, '천도(天桃)'
김홍도의 '낭원투도(閬苑渝桃)'는 신선 낙원의 복숭아를 훔친 도둑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옷섶의 흩날림은 구름 위를 걷는듯하고, 큼지막한 복숭아를 오른손바닥으로 받치고 왼손가락으로 섬세하게 보듬는다. 달큼한 냄새에 끌리는 듯 복숭아를 귀히 바라보는 눈빛이 주변을 살피는 듯하면서도 은근하다. 중국의 '한무고사(漢武故事)'에 복숭아 이야기가 나온다. 곤륜산 서쪽의 선녀 서왕모(西王母)가 삼천 년에 한 번 열리는 복숭아를 한 무제(漢 武帝)에게 보냈다. 심부름하던 동방삭은 서른 개의 복숭아 중에서 세 개를 훔쳐 먹고 영생을 얻었다. '삼천갑자 동방삭(三千甲子東方朔)'의 유래이다. 김홍도의 '낭원투도' 속 인물은 동방삭이 아니었다. 장수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표현해 놓았다. 천도(天桃)는 '하늘의 복숭아'라는 뜻으로,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과일 '반도(蟠桃)'에서 유래했다. 신선의 열매라고 '선과(仙果)', 과일 표면에 털이 없는 게 스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하여 '승도(僧桃)'라고도 불렸다. 옛사람들은 복숭아는 신비한 효능을 가진 영약(靈藥)으로, 복숭아나무는 오행의 정기를 갖추어 사기(邪氣)를 진압하는 영목(靈木)으로 보았다. 예부터 잔칫상에는 복숭아와 복숭아 문양을 사용하여 장수와 복과 다산을 기원했다. 하지만 제사상에는 복숭아를 금했다. 복숭아나무는 귀신을 쫓기에 조상신이 들어오지 못한다고 믿었다. 집 안에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는 이유이다. 복숭아의 맛은 달고 시며(甘酸) 성질은 따뜻하다(溫). 폐와 대장 경락에 작용하고, 윤장통변(潤腸通便)과 활혈화어(活血化瘀) 한다. 여름 과일의 대부분은 성질이 차가운 편인데, 복숭아는 따뜻한 성질을 가진다. 복숭아를 미인에 빗대는 것은 따뜻한 성질이 혈(血)을 다스리고 건조함을 없애주어 여성 건강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복숭아는 항암 효과가 탁월한데, 특히 유방암을 예방하며 유방암의 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간 기능 향상과 신경 안정을 돕고 담배의 니코틴을 상당 부분 배출시킨다. 고향 집 돌담 사이에 복숭아나무가 있었다. 옆집에는 허리 꼬부라진 할매와 '도꾸'라는 하얀 개가 있었고, 우리는 그 집을 '도꾸할매네'라고 칭했다. 복숭아나무는 그야말로 눈을 희롱하며 도화살을 부렸다. 화르르 꽃 진 자리에 푸릇하던 열매가 맺히고, 그것이 불그스레 익어갈 때쯤 몇몇이 담장을 타고 나무에 기어올랐다. 누군가 도꾸할매 온다고 소리쳤다. 몇 개의 복숭아를 앞섶에 넣어 미끄러지듯 내려왔으나 할매한테 딱 걸리고 말았다. 그날 저녁답에 도꾸할매와 엄마의 언성이 담장을 넘었다. "이웃 간에 조금 나눠 먹으면 좀 좋으냐, 막내가 앓아 누었다"는 엄마의 푸념이 길었다. 그 후로 도꾸할매와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릉거리는 도꾸를 피해서 다녀야만 했다. 어린 날 복숭아털 알레르기에 앓아누워 식겁한 이후 아직도 털복숭아를 꺼리고 있다. 다행히 천도(天桃)가 있어 입맛을 다신다. 두류산(頭流山) 양단수(兩端水)를 녜 듣고 이제 보니 도화(桃花) 뜬 맑은 물에 산영(山影)조차 잠겼어라 아희야 무릉(武陵)이 어듸오 나는 예인가 하노라-조식(曺植)
2026-07-10 14:30:00
[매일신문 전국 어린이 사진공모전 70년]<1981년 27회>은상 이동식 작 '할머니의 옛이야기'
1981년 어느 따뜻한 봄날이었다.경북 선산의 작은 시골마을에는 겨우내 얼어붙었던 흙이 풀리고, 논두렁에는 이름 모를 들꽃이 하나둘 얼굴을 내밀었다. 멀리서는 쟁기를 끄는 소가 느릿느릿 걸어가고, 들녘에서는 모내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마을까지 흘러왔다. 용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용규야, 할매 말 잘 듣고 있어라." 당부하고 이른 아침부터 논으로 나갔다. 잠시후 툇마루에는 흰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백발의 할머니와 일곱 살 먹은 손자 용규가 오손도손 앉았다. 그 앞에는 장난기 많은 누렁이 강아지가 혀를 내민 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용규는 강아지 등을 쓰다듬다가 할머니 무릎 앞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할매, 옛날 이야기 하나 해주이소."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셨다. "또 듣고 싶나?" "응. 호랑이 나오는 거." 할머니는 주름진 손으로 용규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 옛적에,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에 말이야..." 할머니의 구수한 목소리가 툇마루를 감싸 안았다. 도깨비가 나와 방망이로 금은보화를 뚝딱 만들어내는 이야기, 호랑이가 꾀를 내어 사람을 골탕 먹이는 이야기 등은 일곱 살 용규에게는 세상 그 어떤 동화보다 흥미진진했다. 할머니는 이야기에 맞춰 손짓 발짓을 더해가며 용규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용규는 할머니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눈을 반짝이며 할머니의 얼굴을 올려다보는 용규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곁에 앉은 강아지조차 꼬리를 흔들며 할머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가끔은 "정말?" 하고 되묻기도 하고, 강아지는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둘 사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할머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이사이 꼭 한마디를 덧붙이셨다. "사람은 욕심내면 안 된다." "거짓말은 결국 들통난다." "남을 도우면 언젠가는 복이 되어 돌아온다." 어린 용규는 그 말뜻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할머니의 따뜻한 목소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 씨앗처럼 심겨 갔다.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 논에서 일을 마친 부모님의 모습이 저 멀리 보였다. "아부지 왔다!" 용규는 벌떡 일어나 뛰어나갔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단순한 옛이야기가 아니었다. 그 속에는 삶의 지혜와 손자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비록 가난하고 소박한 시골 생활이었지만, 할머니의 사랑과 이야기가 있었기에 용규의 어린 시절은 풍요로웠다. 그날 툇마루에서 나눴던 할머니와 손자의 따뜻한 시간은 용규의 마음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다. 할머니는 이제 곁에 안 계시지만, 할머니의 옛 이야기는 용규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고 있다.툇마루의 따뜻한 시간, 그 시간은 할머니와 손자의 사랑을 잇는 소중한 징검다리가 되어 주었다.
2026-07-10 14:30:00
◆가로 풀이 1. 소나 돼지 따위의 갈비를 양념해서 구운 음식. 3. 설거지할 때 음식 그릇을 씻는 물.=개숫물. 7. ○○ 가는 데 실 간다.(속담) 8. 재화를 소비하는 사람. 그는 ○○○ 권익 보호에 함쓰다. 9. 고인이 생전에 사용하다 남긴 물건. =유품. 12. 매우 뛰어난 작품. =가작. 달작. 명작. 13. 두렵고 무서움. =겁. 죽음의 ○○가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빌고 또 빌었다 17. 유학에서 공자 다음가는 성인(聖人)이라고 하여 '맹자'를 이르는 말. 18.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움. ↔자연미. 19. 사기로 만든 밥그릇이나 국그릇. 흰죽 먹다 ○○ 깬다.(속담) 22. (나라·사회·집안 등의 일을) 보살피고 관리하거나 처리하다. 23. (전에 혼난 일이 있어) 걸핏하면 반사적으로 두근거리는 가슴. ◆세로 풀이 1. '남서풍'의 뱃사람 말. 남서쪽에서 북동쪽으로 부는 바람. 2. 사람을 함부로 때림. 어느 학교에서 집단 ○○ 사건이 일어났다. 4. 어떤 사건이나 문제에 대하여 밝히는 태도. =입장. 그는 은퇴에 대하여 ○○를 밝혔다. 5. 매우 물렁한 모양. 매우 부드럽고 무른 모양. 이것의 작은 말은 '말랑말랑'이지요. 6. 개인의 소비에 대하여 부과하는 세금. 10. 우리 나라 고유의 술의 한 가지. =탁주. ↔ 맑은술. 11. 세포질을 둘러싸고 있는 막. =세포벽. 14. 다른 옷으로 바꾸어 입다. 15. 사람이 계획적으로 심어 가꾸어 이룬 숲. ↔자연림. 16. 발이 개의 발처럼 생긴 큰 고라니. 20.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에 밀물이 가장 높을 때. 21. 작약과의 낙엽 활엽 관목. =목단. 〈strong〉 ◆26회 정답〈/strong〉 〈응모요령〉 ▶낱말맞히기 정답 공모(이름·휴대폰 번호·주소를 반드시 기재) ①우편엽서 ②이메일: mincho@imaeil.com ▶당첨자는 지면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 ▶보내실 곳: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 매일신문 주간본부(우편번호 41933) ▶당첨자는 본지 지면 발표
2026-07-10 13:20:00
[뉴스로 보는 고사성어]<28>기사회생(起死回生), "죽은 자를 일으켜서, 산 자로 되돌리다"
"벼랑 끝 자율구조조정으로 '기사회생' 노린다.…컷오프서 '기사회생'.…31살 다음, AI시대 맞아 '기사회생'" 등등, 최근 기업과 정치계 등에서 기사회생이란 말이 부쩍 늘고 있다. 기사회생(起死回生)은, "일으킬 기, 죽을 사, 돌아올 회, 살 생"으로, "죽은 자를 일으켜서, 산 자로 되돌리다"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죽음의 문턱에서 일으켜 세워 살아있는 상태로 되돌려 놓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희망을 잃은 상태에서 되살려놓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 사자성어는 『태평광기(太平廣記)』의 태현여(太玄女: 전설 속의 여성 신선) 항목에서 유래했다. 『태평광기』는 북송(北宋) 때 이방(李昉, 925~996) 등이 태종의 칙명을 받아 편찬한 유서(類書: 키워드별로 분류한 백과사전)이다. 여기 '태현여' 항목에는 『여선전(女仙傳)』을 인용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태현녀는 성이 전(顓)이고 이름이 화(和)인데…서른여섯 가지 술법을 부렸다…'죽은 자를 일으켜 산 자로 되돌려서(起死廻生)' 수없이 사람을 구했다"라고 나온다. 이후 "죽음을 앞둔 사람을 살려내다"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역전시키는 비유로 자리 잡아왔다. 다만 "죽은 사람을 살린다"(生死人)라는 가장 오래된 사례는, 명의(名醫) 편작(扁鹊)과 창공(倉公) 순우의(淳于意)의 사적을 합한 『사기』제105권 「편작창공열전(扁鵲倉公列傳)」에 보인다. 편작은 전국시대의 유명한 의사였다. 어느 날 괵(虢)나라를 지나가던 중 태자가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궁궐 문으로 가서 시종들에게 사인을 물었다. 태자의 증상과 죽은 지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았고, 아직 관에도 안치되지 않았음을 알게 된 편작은 태자를 살릴 수 있다고 장담했다. 시종들은 처음에 그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편작의 치료 방법을 듣고 크게 감명받아 즉시 괵나라 왕에게 보고했다. 왕은 편작을 궁궐로 불러들였다. 편작이 왕에게 "제 생각에는 태자는 기혈이 막혀 기절한 실신 상태입니다.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며 아직 살릴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약재를 준비하고 태자의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자는 의식을 되찾았고, 약을 먹고 나서 완전하게 회복했다. 이 사건 이후 사람들은 편작이 "죽은 사람을 살릴(生死人)" 수 있다고 칭송했다. 하지만, 편작은 "나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단지 스스로 살 수 있는 사람을 내가 일어나게 해준 것뿐이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죽은 사람을 살리다"라는 말이 생겨났고, 뛰어난 의술을 묘사할 때나 절망적인 상황을 역전시킬 때 사용하게 되었다. 이후 기사회생이란 말은, 명나라 말기의 장대(張岱)가 그의 친구이자 명의였던 '노운곡'의 삶과 인간적인 면모를 쓴 『노운곡전(魯雲谷傳)』 등에 등장한다. 어쨌든 이 사자성어는 중국과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로서 두루 사랑받아오고 있다. 상처 입지 않은 영혼이 없듯, 어느 시대 어느 땅에서건, 목숨을 잃어가는 절박한 지경의 사람이 왜 없으랴. 이럴 땐 의술이 뛰어난 명의처럼 좋은 인연을 만나면 천운으로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목숨이란 꼭 사람의 신체에만 붙어있는 것이 아니다. 정치, 경제, 과학기술, 인문 예술…어디에든 다 있다. 자, 무엇이 어디서 싸늘히 죽어가는가. 눈 있는 자 보고, 귀 있는 자 들어라! 그리고 이것을 살릴 자는 또 누구인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2026-07-10 12:45:00
2026-07-10 12:30:00
[쉽고 재미있는 사투리]<1>개구리는 왜 지역마다 이름이 다를까?
여름이 되면 논둑과 개울가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사람들은 흔히 "개굴개굴"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그렇게 듣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머굴머굴"이라고 듣는다.정말 개구리는 "개굴개굴" 하고 우는 걸까? 아니면 "머굴머굴" 하고 우는 걸까? 흥미롭게도 옛사람들은 두 소리를 모두 인정했다. 1938년에 간행된 문세영의 『조선어사전』에는 '개구리'와 '머구리'가 모두 표준어로 올라 있다. 지금은 '개구리'만 표준어가 되었지만, 당시에는 두 이름 모두 널리 쓰였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표준어를 지키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을 보존하는 데 표준어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투리는 문법에 맞지 않는 시골말이라는 편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날 언어학에서는 사투리를 어느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사용되는 소중한 지역어로 본다.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언어유산인 셈이다. 개구리의 사투리를 살펴보면 지역마다 이름이 무척 다양하다. 대표적으로 머구리, 개고리, 멱장구, 갈개비 등이 있다. 먼저 머구리는 개구리 울음소리를 '머굴머굴'로 들은 데서 생긴 이름이다. '머굴'이라는 의성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 '머구리'가 만들어졌다. 이 말은 1463년 『법화경언해』부터 19세기 초 『물명고』까지 문헌에서 확인된다. 함경도 지역에서 특히 많이 쓰였고, 전남에서는 '머거리'라는 형태도 나타난다. 경북에서는 더욱 흥미로운 말이 등장한다. 바로 앙마구리와 엉머구리이다. '악머구리'라는 말이 발음 변화로 '앙마구리', '엉머구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개구리인데도 지역에 따라 이름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사실이 무척 재미있다. 현재 표준어인 개구리도 원래는 '개고리'였다.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개골개골'로 듣고 이름을 붙인 것이다. '개골'이라는 의성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 '개고리'가 되었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개구리'로 바뀌었다. 문헌을 보면 '개고리'는 1576년 『신증유합』과 1690년 『역어유해』에 나타나며, '개구리'는 1748년 『동문유해』 이후 확인된다. 현재도 지역에 따라 '개고리', '깨구리', '꽤구리' 등 여러 형태가 남아 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다. 오늘날 국어사전에서는 '머구리'를 단순히 '개구리의 사투리'로 설명한다. 하지만 『동의보감』에서는 머구리와 개구리를 서로 다른 것으로 구분한다. 머구리는 몸집이 큰 종류, 개구리는 작은 종류로 기록되어 있다. 옛사람들은 울음소리뿐 아니라 생김새까지 구별했던 것이다. 평안도에서는 개구리를 멱장구라고 부르기도 했다. '멱을 감다'의 '멱'과 '물장구'의 '장구'가 합쳐진 말이다. 물속에서 첨벙거리며 헤엄치는 개구리의 모습을 그대로 이름에 담아 놓았다. 제주에는 갈개비라는 독특한 이름이 있다. '갈'은 옛말로 '물'을 뜻하고, '개비'는 벌레를 뜻하는 말이다. 결국 갈개비는 '물에 사는 벌레'라는 의미가 된다. 지금도 '가람'이나 '걸' 같은 옛말 속에서 '갈'이 물을 뜻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흔히 '개구리'라고 부르는 동물 하나에도 지역마다 서로 다른 이름과 이야기가 숨어 있다. 어떤 사람은 '개굴개굴'을 들었고, 어떤 사람은 '머굴머굴'을 들었다. 또 어떤 사람은 헤엄치는 모습을 떠올렸고, 어떤 사람은 물에 사는 작은 생물이라고 생각했다. 사투리는 단순히 표준어와 다른 말이 아니다. 지역 사람들의 귀와 눈, 그리고 삶의 방식이 오랜 세월 쌓여 만들어 낸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신승원 한국방언연구소 소장 sinswon5@hanmil.net
2026-07-10 12:24:00
[이정식의 시대의 창]대한민국의 다음 30년은 숙련인재가 결정한다
대한민국은 늘 사람으로 성장한 나라였다. 국토는 좁았고 자원은 부족했다. 석유도 철광석도 없었다. 그러나 이 땅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산업화를 이끈 것도 사람이었고, 반도체를 만든 것도 사람이었으며, 세계 최고의 조선업을 일군 것도 사람이었다. 오늘 AI가 세상의 속도를 바꾸고 있지만,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마지막 변수는 여전히 사람이다. 한마디로 사람에 대한 투자가 최고의 산업정책이다. 오는 9월 9일은 숙련기술인의 날이다. 2023년 숙련기술장려법 개정으로 법정기념일이 된 지 이제 3년째, 해마다 이날을 기리는 행사가 뜻깊게 이어지고 있다.지난 6월 30일에는 입법 3주년 기념행사도 개최됐다. 그러나 기념일 지정이 기능인의 노고를 기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노동·교육·산업정책과 지역균형발전도 결국은 모두 사람을 키우는 정책이라는 하나의 철학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정책의 이름은 서로 달라도 그 끝에서 만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다. 독일에는 마이스터가 있다. 마이스터는 단지 숙련공이 아니라 국가가 인정하는 기술적 권위이자 사회적 존경의 상징이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오랫동안 세계 정상권을 지켜온 것도 이 땅 기능인들의 묵묵한 축적의 힘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 공로에 걸맞은 사회적 존중은 늘 한 박자 늦었다. 기능교육은 '차선'으로 밀려났고, 숙련의 가치는 임금과 승진 체계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와 제조업 기피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청년들이 숙련의 길을 선택할 유인은 갈수록 약해졌다.이제 대한민국도 우리만의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K-MEISTER 2035'라는 국가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직업계고와 폴리텍, 대·중소기업 현장과 연구기관, 국가기술자격과 평생직업능력개발까지 분절된 경로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것이다. 디지털·신산업 교육이 자격으로 인정받고, 그 자격이 기업 간 장벽 없이 현장 경력으로 축적되며, 다시 더 높은 숙련으로 이어지는 끊김 없는 사다리.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조선 강국으로 성장한 것도 결국 오랜 시간 축적된 숙련의 힘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 숙련기술 정책이 가져야 할 다음 30년의 브랜드다. 그러나 숙련은 교육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훌륭한 사다리를 놓아도 그 끝에 기다리는 보상이 초라하다면 청년들은 선뜻 발을 올려놓지 않는다. 비전이 현실이 되려면 보상과 형평성, 그리고 산업생태계라는 세 층위의 노동시장 구조 개혁이 함께 가야 한다. 첫째, 근속연수 중심의 호봉제를 직무와 숙련 중심의 임금체계로 점진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숙련의 깊이가 임금의 기준이 될 때 청년들은 비로소 기술의 가치를 믿고 숙련의 길을 선택하게 된다. 둘째, 업종·지역 단위의 사회적 대화와 교섭을 활성화해야 한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숙련이 정당하게 평가받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중소기업의 기능인도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셋째, 원청과 협력업체가 함께 숙련인재를 육성하고 그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숙련은 한 기업만의 자산이 아니라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숙련의 위기 앞에 서 있다. 산업 현장을 지탱해온 베이비부머 기능인들이 빠르게 은퇴하고 있지만, 그 자리를 채울 청년의 발걸음은 갈수록 뜸해지고 있다. 조선소와 뿌리산업 현장에서는 숙련공 부족이 이미 생산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은 문서로 전수되지 않는다. 손끝의 감각과 현장의 경험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이어진다. 지금 숙련의 다리를 놓지 않으면, 그 단절은 되돌리기 어려운 산업의 공백으로 남을 것이다. AI가 산업의 속도를 결정한다면 숙련은 산업의 품질을 결정한다. AI가 계산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로봇이 반복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경험을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미래를 만드는 것은 기술을 다루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은 자원이 아니라 사람을 키워 선진국이 된 나라다. AI 시대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기술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이다. 숙련을 존중하고 그에 걸맞은 교육과 노동체계를 갖춘 사회만이 진정한 기술강국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다음 30년은 결국 숙련인재를 얼마나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2026-07-10 12:12:00
[문학을 품은 영화] '데미지'…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조건
아들의 여자를 사랑한 아버지. 가능한 일일까? 1992년대에 나왔던 엄청난 소재의 영화 〈데미지〉. "나는 상처 입었어요. 상처 입은 사람들은 위험해요."피조물들의 고백. 미지의 것으로 가득찬 생각. 밤의 피. 밤에 비견될 만한 욕망. 이들은 번민의 함성을 울부짖는다. 그리고 욕정, 그건 지옥의 밑바닥에서 훔쳐낸 프로메테우스의 불이다. 소유하지 못할 것을 갖기란...... 그러므로 비록 이상해 보일지라도,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고, 본능을 유도하는 영원불멸한 높은 관념이다. 그 관념이 남자의 시선을 맹수의 발톱처럼 날카롭게 만들고 신경을 곧추세우게 하여 그녀를 관찰하면서 미지의 여인으로 만들어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긴다. 살기 위해선 그녀를 살해해야 한다는 듯이. 그는 잔혹하고 비극적인 격렬함에 자극을 받는다. 그 둘은 알고 있다. 인간들의 위기. 너무도 미친 듯이 격렬하여 그 앞에선 그 어떤 신도 아무 소용없어지는. 우리가 우리 외부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많은 것들이 사실 우리 내부에 있으며,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비밀이라는 것을 말이다. 일단 베일이 벗겨지면 사물이란 단순해 보이며, 지극히 단순한 것이다. "저를 가지세요. 제 손을 꼭 감아쥐고 제 눈꺼풀을 열어주고, 당신의 가슴을 제 가슴에 기대세요. 당신의 살로 저를 후벼 파세요. 저를 오래 안아주세요. 우리의 입을 느끼지 못할 때까지요. 저를 가까이 느끼도록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저를 마음대로 하세요......그리고 대답해보세요. 여기 나는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이 고통을 당신도 느끼겠어요?" 무거운 어둠 속에서, 그 둘은 알몸의 제물이 되어 자신들의 죄악을 갈기갈기 찢어서 상대방에게 제공한다. 그들 각자가 서로에 대해 하나의 숨 막히는 비밀이란 사실에, 서로의 온몸과 온마음이 황홀함에 도취된다. 그러나 그 둘은 함께 있지만, 서로를 결합시키는 그 무엇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들 사이에는 공허가 있을 뿐이다. 말하고 움직이고 반항하고 미친 듯이 일어서고 몸부림치고 위협을 해도 소용이 없다. 결국 고독이 인간을 굴복시킨다. 서로를 향해 극단에 이르도록 호응했지만, 서로의 일부만을 나누었을 뿐 진정 하나가 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현기증이 날 만큼 각자가 혼자다. 그들은 서로가 은밀하고 긴밀한 사랑으로 공모를 한다고 여기지만, 진실인즉슨, 서로를 알지 못하고, 바라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다. 그들을 묶어주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영화 〈데미지〉는 인간의 가장 어둡고 통제 불가능한 욕망이 어떻게 한 개인과 그를 둘러싼 완벽한 세계를 철저하게 파괴하는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야기는 남부러울 것 없는 성공을 거둔 정치인이 아들의 연인과 걷잡을 수 없는 격정적 사랑에 빠져들며 겪게 되는 파멸의 과정을 그린다. 영화를 지켜보는 내내 불안감과 공포를 떨칠 수 없다. 그리고 작품 전반을 지배하는 무겁고 정적인 분위기는 역설적으로 인물들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뜨거운 욕망과 대비를 이룬다. 주인공들이 이 맹목적인 미혹에서 깨어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멈추지 않는 그들의 질주를 보며 깊은 무력감과 불안감을 마주하게 된다. 이 영화는 인간 본성의 가장 유약하고도 위험한 이면을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인간이 규범과 윤리라는 단단한 껍데기가 통제 불가능한 원초적 본능 앞에서 얼마나 쉽게 부서져 버리는지를 보여주며, 깊고 지울 수 없는 상흔(Damage)을 새긴다.
2026-07-10 11:40:00
◆대구시립국악단 제222회 정기 연주회 '젊은 국악인의 밤' 7월 16일 오후 7시30분 대구문화예술회관 팔공홀 입장료 1만원 문의 053-430-7391 대구시립국악단의 젊은 단원들과 협연해 국악관현악 협주곡을 들려주는 무대다.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한상일이 지휘한다. 김동진류 대금산조 협주곡 '부활'(대금 김영산 협연), 25현 가야금을 위한 협주곡 '비가 2번'(가야금 정현정), 해금 협주곡 '푸른 달'(해금 박은경), 소금 협주곡 '파미르 고원의 수상곡'(소금 김남이), 타악 협주곡 '북이라 둥둥'(타악 이현정·이승엽·정요섭·박희재) 등을 선보인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전통 무용 공연 〈창해를 건넌 우리 춤〉 7월 12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챔버홀 입장료 1만원 문의 053-430-7700 클래식 전용 극장인 대구콘서트하우스가 한국 전통춤의 전승과 교류를 살펴보는 특별한 무대를 마련했다. 궁중 정재인 '처용무'와 '춘앵전'을 비롯해 '화선무', '한량무', '교방살풀이', '달구벌입춤', '진쇠춤', '장고춤' 등을 선보인다. 국가무형유산 처용무 전승교육사이자 국립국악원 무용단 예술감독을 지낸 이진호가 예술감독을, 국가무형유산 처용무 이수자인 정진용이 연출을 맡았다. 김일지, 김순주, 권영심, 김현태, 정구영, 강모세, 서관식 등 전통무용계에서 활동해 온 무용수들이 출연하며, 공성재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소리와 장단, 국악기 현장 연주가 함께한다. ◆수성아트피아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 해외교류협력사업 -콘서트 오페라 〈리골레토〉 7월 17일 오후 7시30분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입장료 2만원 문의 053-668-1800 수성아트피아와 독일 카를스루에 국립극장이 함께하는 콘서트 오페라다. 사랑과 비극, 인간 내면의 갈등을 그린 베르디의 대표 오페라 〈리골레토〉를 무대 장치를 최소화하고 성악가의 목소리와 오케스트라 음악에 집중해 콘서트 형식으로 선보인다. 널리 알려진 아리아 '여자의 마음'과 질다의 아리아 '그리운 이름' 등을 감상할 수 있다.
2026-07-10 11: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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