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새해 벽두에 '도산서원 악취'를 다루자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럼에도 연초부터 그 악취의 근본 원인 제거에 나서야 안동이 살고 영남이 번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 덕담보다 직언(直言)하기로 한다.
6.3지방선거로 인해 올해도 이 문제를 그냥 넘길 수 있다. 특히 인문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만큼 중요한 현안은 없다는 생각이 작용했다. '한국정신문화의 성지' 도산서원 앞 안동댐 오염은 퇴계학, 즉 한국 '심학(心學)'의 오염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는 '다 말하게 하라'에서 "퇴계에게서 오염되지 않은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마음은 오염되지 않은 진리와 하나가 되려는 마음과 통한다"고 갈파했다. 그런데 그 자연이 오염됐으니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더욱이 지난해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이후 세계의 인문학적 이목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지 않는가. 머지않아 전 세계 인문학자들과 관광객들은 한국 '심학'에 관심을 가질 터. 그리고 가장 먼저 도산서원을 방문할 것이다. 하지만 안동댐 녹조현상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란 거창한 슬로건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안동댐 녹조현상 등으로 인해 봄-여름-가을이면 도산서원이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네이버나 구글에 '2025년 안동댐 녹조현상'을 검색하면, 'AI브리핑'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2025년 안동댐에서는 전 구역에서 녹조현상이 심각하게 발생해 조류경보제 '경계' 단계가 발령되었습니다. 이는 남조류의 대량 증식으로 인한 것으로, 최근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AI마저 안동댐 녹조현상을 일반적인 자연현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기후행동'은 2025년 8월 말 '안동선성수상길'을 답사한 뒤 안동댐 녹조현상에 대해 "안동댐으로 향하는 다리 초입부터 땅과 맞닿아 있는 경계면에 녹조들이 잔뜩 고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서 매일신문이 2024년 8월 6일 "안동호 상류 도산서원 앞 시사단 일대가 짙은 녹색의 녹조로 뒤덮혀 있다"고 보도하자 K-water 안동권 지사는 녹조 제거선을 투입하는 등 녹조 제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녹조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는 그해 9월 중순 도산서원을 세 번째 방문했을 때 심한 악취가 나서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주말이어서 많은 관람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들은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한 신문이 2023년 8월 23일 "도산서원 시사단(試士壇) 일대, 호수 주변은 온통 물감을 푼 것처럼 진녹색으로 변한 녹조와 부유물이 뒤엉켜 오폐수처리장을 방불케 했다"고 보도했던 것을 상기하면, 안동댐 녹조현상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도산서원이 어떤 곳인가.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다. 얼마나 중요했으면 1천원 지폐 뒷면에 도산서원의 모체인 도산서당의 진경이 담긴 '계상정거도(溪上靜居圖)'를 실었겠는가. 이 그림은 겸재 정선이 71세 되던 1746년에 퇴계 이황의 대표 저술 '주자서절요'의 친필 서문을 입수한 것을 기념해 그린 작품. 1973년 7월 10일 보물 제585호로 지정된 '퇴우이선생진적(退尤二先生眞蹟)'에 실려있다. 퇴계가 고요한 도산서당 안에서 '주자서절요'를 짓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도산서원에서 낙동강을 건너 맞은편 상류 월란정사 쪽으로 올라가서 바라보면 그림 속 전경과 일치한다. 계상서당을 그린 것이란 주장도 있으나, 영남퇴계학연구원이 2024년 '퇴계학논집 35'에서 규명한 '도산서당을 그린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퇴계가 18세 때 지은 '야지(野池)'라는 시를 보아도 도산서원 앞 개울물이 얼마나 깨끗했는지 알 수 있다. "이슬 젖은 고운 풀이 물가를 둘렀는데/조그마한 연못 맑고 깨끗해 모래도 없네/구름 날고 새 지나는 것이야 제 맘대로이나/단지 때때로 제비가 물결 찰까 두려워라(露草夭夭繞水涯(노초요요요수애)/小塘淸活淨無沙(소당청활정무사)/雲飛鳥過元相管(운비조과원상관)/只怕時時燕蹴波(지파시시연축파)"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유교 문화의 원형을 간직한 추로지향(鄒魯之鄕)의 도시'인 안동을 살리기 위해선 우선 안동댐을 청정호수로 만들어야 한다. 경북도청을 유치하면서 수많은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안동의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안동의 인구가 감소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조그마한 연못 맑고 깨끗해 모래도 없네'라는 퇴계의 절창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답이 있다. "맑고 고요하게 흐르는 것이 물의 본성입니다"라는 퇴계의 '자성록(自省錄)' 한 구절이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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