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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정성태] 일상을 지탱하는 작은 의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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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태 꾸꿈아트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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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나는 드립 포트를 꺼내 물을 끓인다. 납작한 종이 필터를 가지런히 펴 드리퍼에 얹고 뜨거운 물을 부어 데운 뒤, 원두를 넣고 뜸을 들인다. 천천히 물을 부어 커피 한 잔을 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다. 누군가에겐 번거로운 습관일지 모르지만, 내게 이 과정은 하루를 여는 작은 의식과 같다.

이른 아침, 세상도 내 생각도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았을 때 커피를 내리는 몇 분은 묘하게 단단하고 고요한 나만의 리듬을 만든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이 의식만은 지킨다. 게으른 주말에도, 피곤이 겹친 나른한 날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하루가 어딘가 비어 있고 어색한 느낌마저 든다.

살다 보면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의식 같은 습관'을 갖게 된다. 잠들기 전 책을 몇 쪽 읽거나, 좋아하는 컵에 물을 마시고, 혼자 사는 집에 들어오며 "다녀왔어"라고 중얼거리는 순간들이다. 어떻게 보면 무의미해 보이는 이런 의식은 하루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의식은 거창한 전통이나 의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 속 아주 사소한 것들이 의식이 되고, 그 반복은 단조로움이 아니라 리듬을 만든다. 퇴근 후 양말을 벗는 몇 초 사이, 나는 '일'에서 '쉼'으로 넘어간다. 손을 씻고 물기를 닦는 순간 하루의 피로를 내려놓고, 거울 앞에 잠시 멈춰 서는 사이 오늘의 나를 다독인다. 삶은 그렇게 작은 의식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정돈하고, 자기를 확인한다.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저마다의 리듬을 만들기 위해 '작은 의례'를 만들어왔다. 차를 마시는 방식, 식탁을 차리는 순서, 잠시 창밖을 바라보는 망중한의 시간. 이런 반복 속에서 인간은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 감정을 구조화해 낸다. 그것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을 돌보는 하나의 기술에 가깝다.

문화는 흔히 대단한 선언이나 제도로 이야기되지만, 실제로는 훨씬 낮은 곳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무엇을 반복하고, 무엇을 생략하며, 어떤 행위를 끝까지 지키는 가가 문화의 방향을 결정한다.

요즘처럼 변화가 빠르고 불확실한 시대일수록, 나만의 작은 의식은 사치가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작동한다.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즉각적인 반응이 일상이 된 삶 속에서, 하루를 구획 짓고 자신을 스스로 정돈하는 반복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우리는 효율적인 삶을 가능하게 만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정돈된 삶까지 지켜내고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우리의 일상에는 아직, 우리를 지켜낼 만한 의식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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