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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_[뉴스로 보는 고사성어]<3>주야장천(晝夜長川), '낮과 밤 길게 이어져 흐르는 강'처럼 밤낮 쉬지 않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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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어느 칼럼에서 '주야장천'을 말했다. "운 좋게도 무력한 야당이 이 대통령을 돕고 있다. 국민의힘 최대의 문제는 상상력 빈곤이다. 사실상 정치 전략이란 게 없고, '닥치고 단결·투쟁'뿐이다. 윤어게인에 "우리가 황교안이다. 전쟁이다"라고 주야장천 외친다."

'주야장천'(晝夜長川)은 '낮과 밤으로 길게 이어져 흐르는 시내(강)'로 '밤낮으로 쉬지 않고 계속하여'라는 뜻이다. 끝도 없이 지겹도록, 했던 말과 행동을 또 하고 또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친다. 이럴 때 주야장천이란 말을 쓴다.

주야장천 외에 유사한 말로 '주구장창', '주야창창'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은 주야장천에서 와전된 사자성어이다. 한글 전용 정책 이후 한자를 병기 하지 않다 보니, 언어소통 과정에서 비슷한 음의 한자나 한글이 마구 뒤섞여 뭐가 뭔지 모르게 돼버려 생겨난 듯하다. 실제로 '주구장창, 주야창창'의 '주구'나 '창창'은 무슨 한자인지를 맞추기 어렵다. 예컨대 주구를 '관청에서 백성의 재산을 강제로 요구하여 빼앗음'이란 뜻인 '주구(誅求)' 또는 '달음질하는 개'에서 '사냥할 때 부리는 개'라는 뜻이 된 '주구(走狗)'를 억지로 들이대나 수긍하기 어렵다.

하긴 주야장천의 '장천' 또한 '높고 멀고 넓은 하늘'이란 뜻의 '장천(長天)'이라는 사람도 있으나 '주야'와 서로 맞지 않는다. 기어코 끌어 붙인다면 『노자』에 나오는 '천장지구(天長地久)'의 '천장'이겠다. 덧붙인다면 원래 천장지구는 '천-구, 지-장' 식으로 조합되어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하늘은 시간을 상징하기에 '오래다'(=지속되다)라는 뜻의 '구(久)'와 붙어야 하고, 땅은 공간을 상징하기에 '길다'(=넓고 멀다)라는 뜻의 '장(長)'과 붙어야 마땅하다. 한편 천은 양(陽), 지는 음(陰)이고, 장(→공간)은 음, 구(→시간)는 양이라서, 그 조합을 '양(천)-음(장)-음(지)-양(구)' 식으로 한 것은 운율의 묘를 얻으려는 것이리라.

주야장천의 '주야'는 낮과 밤이고, '장천'은 긴 시내(강)이다. 밤낮의 끊임없이 반복되는 시간 개념과 시내(강)의 긴 물줄기 흐름이라는 공간 이미지가 결합한 말이다. 그 연원을 따지자면, 『논어』 「자한(子罕)」편에 나오는 "자재천상왈(子在川上曰),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 불사주야(不舍晝夜)"라는 구절이라 하겠다.

풀이하면, "공자께서 시냇물 가(上)에서 말씀하셨다. '흘러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 밤낮으로 그치지 않는다!'"이다. 이 구절 속에 이미 '밤낮'이라는 '주야' 그리고 '긴 시내(강)의 흐름'이라는 '장천'이 다 들어있다. 장천은 원래 공간적인 것이지만 끊임없이 흐른다는 이미지 때문에 구태여 주야를 붙이지 않아도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스레 시간과 연결돼왔다.

이처럼 주야장천의 기본 발상은 중국이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말은 한국에서 자주 사용하여 우리네 사자성어처럼 되었다. 실제로 중국, 일본에서는 일상에서 주야장천이란 말을 잘 쓰지 않는다. 물론 우리 전통 고전에서도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1915년 5월 13일 자 『매일신보』에 보면 "세월이 덧없도다! 작년 삼월 이별 시에 단단히 기약 맺고 주야장천 고대하다가…"처럼 불쑥 등장한다.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되었다.

처음에는 길이 없었다. 하지만 걸으면 길이 된다. 이처럼 말이란 것도 누군가 자꾸 쓰게 되면 어엿한 말 길이 새로 열려 생명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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