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집중,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삼중고 속에서도 지방대학은 끊임없이 활로를 모색하며 나아가고 있다. 매일신문은 2026년 새해를 맞이해 지역 대학을 이끌어가고 있는 총장들을 만나 신년 포부와 당찬 계획을 들어본다.
정현태 경일대학교 총장은 2026년을 '전환의 해'로 규정하며, 경일대가 미래를 말하는 대학을 넘어 변화를 먼저 적용하고 실행하는 대학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2026년 경일대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전환'을 꼽았다. 그는 "산업전환, 에너지대전환이 사회 전반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경일대의 전환은 선언이 아니라 이미 대학 운영과 교육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 실질적 변화"라며 "전환의 성과는 계획이 아니라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느냐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역량 강화 위한 인프라 구축
대표적인 사례로는 이번 달부터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제공을 시작한 인공지능(AI) 서비스 도입을 들었다. 최신 버전의 챗GPT와 구글 제미나이를 대학 구성원 누구나 무제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고, 영상·디자인·콘텐츠 제작용 AI는 전용 공간을 마련해 필요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정 총장은 "기술 도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학습 방식과 교수법, 행정 처리 방식까지 함께 바꾸는 것"이라며 "AI를 활용한 과제 방식, 수업 설계, 의사결정 구조 전반의 변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진정한 전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변화가 단기 사업이나 이벤트로 끝나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AI는 도구일 뿐이고, 결국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어떤 교육 모델을 만들 것인가"라며 "경일대는 변화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기준으로 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2026년은 경일대가 미래를 이야기하는 대학에서, 변화를 먼저 적용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1963년부터 시작된 역사, 경일대 근간은 '공학'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경일대가 반드시 지켜야 할 정체성으로는 '공학 중심 대학'을 분명히 했다.
경일대는 1963년 공업고등전문학교와 산업대학을 전신으로, 토목·건축·기계·섬유·화공 등 공학계열 5개 학과로 출발한 대학이다.
정 총장은 "최근 콘텐츠대학과 스포츠대학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경일대의 근본과 중심에는 여전히 공학계열이 자리하고 있다"며 "학과 명칭과 교육과정은 시대에 맞게 변했지만, 60년 넘게 이어진 공학 교육의 맥은 경일대의 뿌리이자 우리 산업 발전과 함께해 온 역사"라고 설명했다.
공학 인재 양성을 위한 정책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경일대는 기초공학 인재 육성을 위해 입학생 전원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장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계전기공학부에는 '공학인재육성장학금', 건축토목공학과에는 4년 전액 장학과 함께 대형 건설사 취업까지 연계하는 'ACE장학금'을 지급한다. 스마트팩토리융합학과, 방위시스템학과, 에너지솔루션학과 등 조기취업형계약학과에서도 1학년 전액 장학금과 2학년부터 정규직 급여와 장학금을 동시에 받는 구조를 구축했다.
◆선택과 집중의 시대… 콘텐츠·스포츠 두 축으로
정 총장은 "공학을 정체성으로 지킨다는 것은 과거에 머무르겠다는 뜻이 아니라, 공학 위에 새로운 산업을 담아내겠다는 선택"이라고 강조하며 '선택과 집중' 전략의 또 다른 축으로는 콘텐츠와 스포츠 분야를 제시했다.
정 총장은 "디지털 플랫폼과 IP(지식재산권) 기반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흐름 속에서, 경일대는 콘텐츠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웹툰과 웹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3D 콘텐츠를 연계한 융합형 교육을 통해 원천 IP부터 제작, 유통까지 이어지는 산업 구조를 교육과정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일대는 사진영상학부, 만화애니메이션학부, 게임콘텐츠학과, 미디어크리에이터학과, 디자인융합학부, 건축학과(5년제) 등을 콘텐츠대학 체계로 묶고, '메타콘텐츠융합전공'을 신설해 생성형 AI, XR(확장현실) 등 핵심 기술을 실무 중심 교육에 결합하고 있다.
그는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를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기획, 촬영, 편집, AI 활용까지 대학에서 전 과정을 학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대학 역시 선수 양성에 그치지 않고 스포츠마케팅, 스포츠미디어, 스포츠복지, 스포츠재활, 스포츠행정 등 산업 전반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정 총장은 "스포츠 산업은 경기력뿐 아니라 콘텐츠, 행정, 복지까지 포괄하는 영역"이라며 "산업 전반을 이해하는 전문 인력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고 역설했다.
◆RISE 사업으로 대학-지역 관계 재설계
정 총장은 지난 2025년을 "RISE 사업을 통해 지역 대학의 역할을 실제로 점검한 첫 해"로 평가했다.
경일대는 RISE(지역혁신기반대학지원체계) 사업 8개 과제를 수행하며 향후 5년간 43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확보한 바 있다.
그는 "재정 확보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의 교육과 연구, 산학협력이 하나의 구조로 작동하느냐는 점"이라며 "RISE 사업이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대학과 지역의 관계를 재설계하는 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이 지역 산업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청년 정주 역시 요원하게 된다"며 "경일대는 현대로보틱스와의 협업, 현직 산업기술자를 대상으로 한 PLC·오토폼 교육 등을 통해 산업 현장과 교육 현장을 직접 연결하는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RISE 제도에 필요한 보완점으로는 "사립대학이 RISE 체계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 여건을 고려한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며 "모든 대학에 동일한 목표와 지표를 요구하기보다는, 각 대학이 지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인정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정주 인재 양성, 일자리 창출까지 확장해야
지역 정주 인재 양성과 관련해선 "결국 핵심은 지역에 남아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일자리"라며 "대학은 인재 배출에 그치지 않고 산업 경쟁력 강화와 일자리 창출 구조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경일대는 MOBIX 사업을 통해 모빌리티 산업 중심의 앵커기업 발굴과 기술 실증, 상용화를 연계하고, 이를 기반으로 모빌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한 연쇄 성장과 일자리 확충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NEXUS 사업을 통해 채용 연계형 교육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는 ACE 사업단을 중심으로 메타콘텐츠 특화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에 특화된 융합 교육과 실무 중심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 정주와 콘텐츠 기반 신산업 창출로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의 역할은 교육과 산업을 연결해 청년이 지역에 남을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를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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