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은 이제 교과서 밖의 신기술이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 언어가 된 것 같다. 문제는 '아이들이 AI를 얼마나 빨리 쓰느냐'가 아니라 'AI를 통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느냐'다.
전자는 기능을 익히는 데 그치지만 후자는 문제를 정의하고 근거를 확인하며 결과를 검증한다. 미래 교육의 승부는 속도가 아니라 사고력에서 갈린다. 대구의 교육정책은 이제 '체험을 넘어 역량'으로, '프로그램을 넘어 생태계'로 나아가야 한다.
교육 현장을 다니다 보면 한 가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좋은 교육은 행사나 특강이 아니라 생태계다. 수성구의 경우 미래교육관과 지역 교육 인프라를 활용해 로봇 코딩과 드론, AI 등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방학과 주말에도 학생들이 직접 만들고 발표하는 학습 경험을 쌓게 했다. 아이는 그 과정에서 '콘텐츠 소비자'가 아니라 '문제 해결자'로 변한다. 한 번의 체험이 아니라 반복되는 프로젝트 경험이 역량을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는 시야를 대구 전체로 넓혀야 한다. 대구는 '어느 동네에서나 같은 기회를 보장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학교 정규 과정과 지역 프로그램을 한 장의 지도처럼 연결하는 일이 필요하다. 방과 후는 물론 주말, 도서관, 청소년 시설에 흩어진 프로그램이 학교 수업과 진로 교육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교육은 그저 재미있는 '이벤트'로 끝난다.
학교와 지역, 민간이 공동으로 설계하고 공동으로 쓰는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대구형 AI 프로젝트 모듈을 표준화해 교과 연계 지도안과 평가 기준까지 제공해야 한다. '대구형 AI 프로젝트 은행'을 구축해 어느 학교든 어느 학년이든 현장에서 바로 꺼내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사 혼자 감당하게 한다면 정책은 오래가지 못한다. 교사와 강사, 대학과 기업이 함께 수업을 설계하고, 현장에 바로 쓰는 자료와 연수를 '공동 제작'하는 지원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실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수업을 기준으로 예산과 인력을 붙이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다.
그다음으로는 교육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디지털 교육은 가정의 기기 환경, 사교육 접근성, 부모의 정보력에 따라 출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구형 AI 교육은 공공성부터 설계해야 한다.
취약계층 우선 접근을 분명히 하고, 기기 대여·이동 지원·수준별 분반·기초 보충 트랙을 표준으로 포함해야 한다. '의욕 있는 일부 학생만의 무대'가 아니라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교육'이 공교육의 책무다. 특히 동네별 여건 차이를 줄이기 위해 학교와 가까운 생활권 거점에서 반복 참여가 가능하도록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AI 윤리와 책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출처를 확인하는 습관, 편향을 의심하는 태도, 개인정보와 저작권을 존중하는 기준이 더 중요해진다.
아이들이 보고서를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고 데이터를 다룰 때 기술만 가르치지 말고, '왜 그렇게 믿는가'를 묻는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 AI 활용 교육은 반드시 디지털 시민성 교육과 함께 가야 한다. 빠르게 배우는 것만큼 바르게 쓰는 기준을 세우는 일이 공교육의 본질이다.
대구는 교육에 강한 도시다. 이제 그 성과를 '대구의 표준'으로 확장해야 한다. 아이 한 명의 가능성이 곧 대구의 경쟁력이다. 대구를 'AI를 배우는 도시'에서 'AI로 생각하는 도시'로 바꾸는 일, 그 변화의 책임을 끝까지 지는 정치가 필요하다.
교육은 구호로 완성되지 않는다. 아이들이 직접 만들어 보고 실패해 보고 다시 고쳐 보는 경험이 누적될 때 비로소 미래 역량이 된다. 대구가 그 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을 반드시 끝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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