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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김수용] 고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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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논설실장
김수용 논설실장

인공지능(AI)이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인간 창작의 시대를 끝장낼 것처럼 떠들지만 현실에는 어두운 단면도 있다. '딥러닝' '자율주행' 같은 용어로 포장된 기술의 기저(基底)에는 인간의 단순 반복 노동이 촘촘히 깔려 있다. AI가 스스로 학습한다고 믿고 싶겠지만, 챗봇이 예의를 갖춰 답하고 혐오 발언을 피해 가는 것은 기계의 자율성 때문이 아니다. 누군가 화면 앞에서 '부적절한 문장' '폭력적인 이미지'라는 판단을 수천 번 반복한 덕분이다. 여러 자료로 추정한 전 세계 온라인 플랫폼 노동 계정 수는 1억~1억6천만 개. 이들 중 고액 연봉을 받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를 뺀 밑바닥 노동자들이 수천만 명을 헤아린다. 이들이 AI 학습을 위해 자신의 눈과 손을 기계에 빌려준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검은 옷을 입고 소품을 옮기지만, 결코 관객에게 들켜서는 안 되는 연극판의 그림자 같은 존재들이다. 유튜브 혐오 영상을 거르는 이들은 하루 수천 번 '삭제' 버튼을 누르며 마음의 상처를 입지만, 인형 눈알 붙이는 수준의 수수료를 받는다.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 가치를 창출할 때 이들은 '노동자'라는 이름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플랫폼 접속자(接續者)'로 분류된다. 4대 보험, 산업재해는 오프라인 시대의 유물이다. 인도, 남미, 아프리카의 저임금 노동자들이 24시간 멈추지 않는 세계적인 '디지털 조립 라인'을 형성한다. 글로벌 플랫폼의 한국어 콘텐츠를 걸러내는 작업 역시 국내 하청업체를 거쳐 개인 계약자에게 넘어가는 구조다.

AI는 문제를 찾고, 인간은 정답을 가르친다. AI는 속도를 맡고, 인간은 마지막 판단을 지킨다. 이런 보이지 않는 노동자가 '고스트 워커 (Ghost Worker)'다. 폭력, 혐오, 성 착취 콘텐츠를 걸러내면서 정신적 외상(外傷) 위험은 개인이 떠안고, 기업의 책임은 계약서 뒤로 숨는다. 기술이 노동을 해방한 것이 아니라, 노동을 보이지 않는 구석으로 밀어낸 뒤 책임만 없애버렸다. 스마트한 일상은 고스트 워커의 반복적 클릭 위에 세워진 결과물이다. 일부 국가가 최소한의 노동권 부여를 위한 법 개정을 언급하지만 결과물이 없다. AI가 발전해도 고스트 워커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들이 일컫는 '접속자'를 대체하려면 기업이 훨씬 비싼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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