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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 칼럼] 대구는 청년이 살 만한 도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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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대구경북 지역은 오랜 기간 청년 순유출 지역이다. 순유출이 가장 많은 연령대는 20대이고 2024년 한 해에만 6천300명이 빠져나갔으며 대부분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대구경북에서 수도권으로 지난 20년 간 36만명이 순유출됐다. 그 주요 원인은 취업과 교육(진학), 문화이다. 대학을 졸업하거나 진학을 앞둔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혹은 더 나은 학업 환경과 문화 접근성을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화되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대학을 나오고, 지역에서 길러진 인재가 다시 지역을 떠나는 구조가 굳어졌다. 취업과 진학이라는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누적되면서 수도권으로의 '블랙홀 현상'이 만들어졌고, 이는 지방 쇠퇴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현 정부는 지방 소멸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균형 발전을 주요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 특히 '5극3특 국가균형성장 추진전략'을 통해 권역별 성장 엔진을 육성하여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고 균형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중앙부처와 공공부문의 인재를 지역으로 분산시키고, 권한과 기능을 지역에 이전하려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거시적 전략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가장 흔한 진단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문제는 일자리 하나로 설명되지 않는다. 청년이 삶의 목표와 꿈을 가지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지역인가, 문화와 교육 등 서비스 접근성을 충분히 누리면서 살 만한 지역인가에 대한 질문이 함께 묻혀 있다. 그리고 그 질문의 한가운데에 대학이 있다.

지역의 청년 상당수는 지역 대학에서 배출된다. 그럼에도 졸업과 동시에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실은 오랫동안 반복되어 왔다. 우리는 그동안 이를 '개인의 선택' 혹은 '구조적 한계'로만 설명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솔직히 말해 대학은 청년 유출의 구조 안에서 너무 오랫동안 방관자였다. 취업률이라는 지표에 매달리며, 청년이 지역에 남아 어떤 삶을 사는지는 대학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대학의 교육 역시 지역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왔다. 지역 산업과의 연계는 구호에 그쳤고, 산·학 협력은 단기 과제 중심으로 소모되었다.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교육보다는, 전국 어디서나 통용될 '스펙' 쌓기에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청년은 지역에 남을 이유를 배우지 못했다.

청년 정착은 단순히 일자리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일과 삶, 성장과 지역 속에서의 관계가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대학은 이 중 최소한 '성장의 경로'를 책임져야 하는 기관이지만 우리는 청년에게 지역에서 성장할 수 있는 경로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학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제 대학의 역할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취업률이 아니라 정착률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대학은 더 이상 지역 인재를 '배출'하는 기관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지역 안에서 인재가 순환하고 성장하도록 설계하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직장·주거·문화를 연계하여 청년들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는 직주문(職住文) 정책의 핵심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청년이 떠난 지역은 빠르게 활력을 잃는다. 노동시장은 위축되고,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며, 지역 경제는 정체된다. 이는 다시 양질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청년 유출을 더욱 부추긴다. 청년이 떠나는 도시는 결국 미래가 비어 있는 도시이다. 대학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역의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 떠나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은 대학의 선택이 아니라 책무이다.

대학이 변하지 않으면 지역은 더 빨리 늙어갈 것이다. 그리고 지역이 무너지면 대학 역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청년 정착 문제는 대학의 생존 문제이기도 하다. 이제 대학은 질문을 바꿔야 한다. '청년은 왜 떠나는가'가 아니라, '대학은 왜 붙잡지 못했는가'라고.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지역과 대학이 함께 살아남는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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