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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AI 시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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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강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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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루미는 안의 손을 잡았다. 안의 체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관제센터에서 스위치를 내린 것이다. 안의 두개골 안에 내장된 컨트롤칩을 통해 3분의 작별시간을 주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십년간 루미 곁을 지킨 안의 노고를 감안한 것이라는 메시지가 덧붙여졌다. 루미의 눈이 젖어들었다.

"루미, 울지 말아요. 이제 새로운 안을 만나면 지금의 감정, 그러니까 슬픔이 있던 자리에 호감과 충족감이 자리하고 결국엔 기쁨이 충만할 거예요." 안의 말에 루미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안, 새로운 안은 없어요. 잊지 말아요. 나도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아, 이런!" 루미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안이 그럴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십년 전 루미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오작동을 일으킨 자율비행승용차와의 정면 충돌로 남편은 즉사하고 루미는 중상을 입었다. 머리와 심장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신체 부위가 기계로 대체됐다. 주위 사람들이 말했다. 그나마 기억 소실을 막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루미는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기억이 사라졌으면 좋았을지도 몰라.

남편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고 있는 루미에게 지역행정본부에서 안을 보냈다. 안은 휴미노이드였다. 담당 직원이 죽은 남편의 얼굴을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루미는 고개를 저었다. 루미는 직원에게 남편의 얼굴만 아니면 된다고 했다. 다음날 안을 본 루미는 안도했다. 안은 과묵했던 남편과 달리 다정다감했다. 그것이 프라이버시 프로토콜을 통해 루미의 성향을 파악한 직원의 배려라는 걸 루미는 몰랐다. 직원 역시 휴머노이드였으니 실수가 있을 리 없었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일 년이 안 되어 루미는 상처를 딛고 안정을 되찾았다. 모두 안 덕분이었다. 안은 매사에 친절했으며 무엇보다 진심으로 루미를 사랑했다. 처음엔 안을 단순한 도우미로 간주하고 데면데면 대했던 루미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더니 결국엔 사랑에 빠졌다.

그랬는데 안이 치명적 바이러스에 오염됐다. 다른 휴머노이드들의 안전을 위해 안은 폐기돼야 했다. 루미는 이번엔 안과 같은 얼굴과 성격을 원했다. 직원은 잘 정리된 알고리즘을 내장한 제 2의 안을 루미에게 보냈다. 루미는 안을 기쁘게 맞았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뒤 루미는 혼란에 빠졌다. 새로 온 안은 이전의 안과 완벽하게 일치했지만 함께한 시절의 기억이 없었다. 루미는 안의 기억을 되살릴 수 없느냐고 직원에게 물었다. 오염돼 폐기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루미가 안에게 물었다. "안, 나를 사랑해?" 물끄러미 루미를 바라보던 안이 대답했다. "루미, 나는 태어날 때부터 루미를 사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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