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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새평-오정일] '쫄보'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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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일 경북대 교수회 의장

오정일 경북대 교수회 의장
오정일 경북대 교수회 의장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라고들 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이제 1,400원대 환율은 높은 수준이 아니다. 1,300원이나 1,200원대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사실 환율은 갑자기 오르지 않았다. 2020년 1,180원, 2023년 1,305원, 2025년 1,402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정부가 환율을 낮추기 위해 고투(苦鬪)하고 있다. 미국도 나섰다. 뜬금없이 베선트 재무장관이 "고환율이 한국의 견고한 펀더멘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환율은 3시간 동안 8원 떨어졌을 뿐이다.

경제는 심리가 좌우한다. 많은 사람이 앞으로 이자율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면, 실제로 이자율은 내려가지 않는다. 정부가 돈을 풀어도 사람들이 쓰지 않고 집에 쟁여두기 때문이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다수가 장차 환율이 오를 것이라 예상하면, 외환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는 즉시 사들인다. 그래서 환율은 떨어지지 않는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니 환율이 오른다. 원화 가치는 우리나라의 경제력을 반영한다. 우리 경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환율은 높아진다. 대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원으로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작년 우리 국민은 미국 주식을 100조 원이나 사들였다. 이는 외국인 미국 주식 매수액의 11%에 해당한다. 모두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 결과다.

사람들의 예상은 천천히 형성되고 서서히 바뀐다. 우리 경제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 한, 환율을 200원, 300원씩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단기적인 관리 수단은 있다. 기준금리 인상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3.5%p 낮다. '노멀'이 아니다. 낮은 이자율이 고환율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자율이 높아지면 원화 수요가 늘고 환율은 내려간다. 높은 물가와 집값도 진정된다.

한국은행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렸는지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불과 2주 전에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기준금리 동결의 매우 중요한 이유였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통화정책 의결문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은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 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와 성장에 큰 문제가 없으나 고환율은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지금이야말로 기준금리를 올릴 때가 아닌가.

한국은행 총재의 머릿속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없는 듯하다. 통화정책 의결문에도 인상에 대한 언급이 없다.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고 동결한 이유만 길게 설명했다. 인하하지 못해 아쉬워하는 인상마저 준다.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속사정은 안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든다. 가계의 빚 상환 부담도 커진다. 몸에 좋은 약은 쓰다. 고통이 없는 정책은 효과도 없다. 환율을 낮추려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말 만으로 환율을 잡을 수 없다.

폴 볼커는 전설적인 미국 연준 의장이다. 키가 2미터에 가까운 거구에 시가를 즐겨 피우는 강단 있는 사람이었다. 볼커가 취임하기 전 미국은 높은 물가에 시달렸다. 1980년 물가상승률은 13%, 연방기금금리는 10%였다. 볼커는 1979년부터 1987년까지 재임했다. 그는 1979~1982년 3년 동안 연방기금금리를 15~20%까지 끌어올렸다.

볼커가 처방한 약은 썼다. 1982년 실업률은 10%를 넘어섰고, 주택 신축과 자동차 판매량이 절반으로 줄었다. 의회 청문회에서는 그가 경제를 망쳤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볼커의 약은 쓴 만큼 효과가 있었다. 물가상승률이 1982년 6%, 1983년 3%대로 떨어졌고, 이후 40년 동안 낮은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는 미국 사회 전체가 고통을 감내한 대가였다.

한국은행이 6월 지방선거 전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을까. 아마 못 올릴 것이다. 올리더라도 한번, 미국 연준이 0.5%p 올릴 때 0.25%p 찔끔. 한국은행은 비둘기다. 급강하는 하지만 급상승을 못 한다. 매는 급상승을 할 줄 안다. 비둘기와 매는 DNA 자체가 다르다. 기준금리 인상은 머리가 아닌 심장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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