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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욱 교수의 별별시선] 이혜훈 청문회, 때려봐야 야당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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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작가·전 숭실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내가 겪은 일도 아닌데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를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벌렁거린다. 인턴 직원을 향해 포효하던 그 목소리가 이제는 백두산 호랑이의 그것처럼 웅혼하게 들리기까지 하니 충격으로 내 머리까지 어떻게 된 모양이다. 그리고, 좀 안쓰럽다. 중순쯤 후보자 청문회를 한다는데 그 혈기방강(血氣方剛)한 분이 쪼그라져서 고양이 앞 쥐처럼 빌빌댈 걸 생각하면 대체 장관 자리가 뭐길래 싶어진다.

장관 후보자 청문회, 아마 장관일 것이다. 국민의 힘은 잔뜩 벼르고 있는 모양인데 정말 모르는 걸까. 그게 누워서 침 뱉는 자리라는 거, 파면 팔수록 자기들만 한심해질 거라는 거. 이혜훈 후보자는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지역에서 3선을 했다. 계속 공천을 받았다는 얘기인데 그동안은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하늘에서 석고대죄할 죄라도 뚝 떨어진 듯 몰아세우는 건 피차 민망한 일이다.

공천 검증과 인사청문회 검증의 기준은 다르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댁들 좋아하고 툭하면 입에 올리는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그게 그거다. 대통령이 던져준 이전투구용 먹잇감에 지나치게 열 올리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2016년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악화된 여론이 강남권까지 위협하던 때다. 보수 후보들이 신승을 하거나 심지어 고배를 마시는 상황에서 이혜훈 후보자만이 민주당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서면서 5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역구 관리를 잘했다는 얘기다. 들은 소문으로도 그는 좋은 지역 정치인이었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 초선 시절 아들 학교에 운동회가 있어 아침에 김밥을 싸줬단다. 손에 참기름 냄새가 뱄는데 마침 국회에서 마주친 심상정 의원한테도 같은 냄새가 나길래 오늘 아들 학교에 운동회 있냐고 물어 심상정 의원이 기절했다는 일화다. 김밥 한 줄로 단정하기는 좀 그렇지만 자상한 엄마였던 것 같다. 문제는 이런 미덕들이 때로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배우 조진웅 사태 때도 사람들이 느꼈던 '배신감'이다. 보냈던 지지와 성원에 난 '기스'를 보상받기 위해서 사람들은 한 번 미워할 거 두 번 미워하고 그냥 넘어갈 것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대한민국 국민들, 공직자에 대해 정말 관대하다. 부동산 투기 의혹, 자녀 입시 특혜 의혹 같은 건 이제 있는 게 정상이고 없으면 오히려 어색하다. 그러려니 혹은 오! 기록 갱신했네, 하며 넘어간다(짜증나지만 말은 그렇게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갑질에 대해서는 여전히 예민하다. 아, 갑질이라는 말은 이번 "제발 나로 하여금 살인자가 되지 않게 해줄래?" 발언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 건 '학대'라고 한다. 사람은 죽이겠다는 협박을 평생 한 번 듣기도 어렵다.

하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진짜 죽일 놈도 그런 소리는 안 듣고 산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쉽다. 국회의원은 보좌관에게 제 돈으로 월급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 돈이 안 들어갔으니까 사람을 자산이 아니라 소모품으로 인식한다. 그저 국가가 내게 붙여준 사람, 내 권한으로 여기고 이때부터 업무 경계가 사라지면서 사적 영역이 침투한다.

게다가 인사권도 독점이고 외부 통제 기능은 부재다. 사람을 막 대할 수 있는 환경이 완벽하게 갖춰지는 것이다. 피 같은 자기 돈으로 월급 준 사람은 그런 짓 안 한다. 고용주에게 직원은 악착같이 능력을 뽑아 먹어야 하는 대상이다. 투자한 돈이 얼만데 쓰레기 대신 버리는 업무 따위를 시키겠나. 자발적으로 그런 일을 하겠다고 해도 말린다, 내가 이런 거 하라고 당신 채용한 줄 알아? 화를 낸다. 인격이 아니라 고용 구조가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다.

국민의 힘은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갑질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마시라. 그보다는 문제를 제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질의와 답변으로 도출하는 게 더 윗길이다. 방법 있고 의원들 다 안다. 권한만 조금 내려놓으면 된다. 국민의 힘도 가끔은 미래 지향적이라는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이혜훈 이야기를 쓰다 보니 또 포효가 들리는 듯 하다. 무섭다. 술 마시고 빨리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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