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고가 주택 한 채에 모든 것을 거는 '똘똘한 한 채'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집을 사회적 지위의 상징으로 보는 인식과 단순한 거주 공간으로 인식하는 실용주의가 동시에 확산하며 부동산을 바라보는 국민의 가치관이 뚜렷한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와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최근 공동 발간한 '2026 부동산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1일부터 한 달간 서울·경기·부산 거주자 1천3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주택은 사회적 지위를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8%로 나타났다. 전년(40%)보다 8%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부동산을 자산 증식 수단으로 인식하는 시각도 강해졌다. "재테크는 주로 부동산으로 한다"는 응답은 46%로 전년 대비 10%p 늘었고, "집은 거주 가치보다 투자 가치가 중요하다"는 응답도 45%로 같은 폭으로 증가했다. 자산 격차가 확대되는 환경 속에서 부동산을 자산 방어의 최후 수단으로 여기는 심리가 강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집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실용적 인식도 동시에 확산했다. "집은 잠만 자는 공간이므로 큰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25%를 기록한 것이다. 고가 주택을 통한 과시 욕구와 주거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실용주의가 같은 시기에 함께 커지고 있는 셈이다.
세대별 인식 차이는 더욱 극명했다. 대부분의 연령대가 자가 마련을 선호한 것과 달리 20대는 전 연령층 가운데 유일하게 자가(42%)보다 전세 이주(56%)를 더 선호했다. 높은 집값과 대출 규제라는 현실적 장벽 앞에서 내 집 마련을 포기하거나 미루고, 당장의 주거 비용과 이동성을 중시하는 '비자발적 실용주의'가 20대의 주거 선택을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 같은 인식의 혼란과 선택의 압박 속에서 주거 공간의 역할 자체가 바뀔 것으로 내다봤다. 집을 소유의 대상이 아닌 경험과 효용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강화되며, 미래 주거의 핵심 키워드로 '소유보다 경험'과 '내 곁의 케어'를 제시했다.
초고령 사회 진입과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맞물리며 아파트는 더 이상 잠을 자는 공간에 머무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거주자의 건강 상태를 상시 관리하고 원격 의료와 연계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공간이 유연하게 바뀌는 '적시적변'(適時適變) 주거가 확산될 것이란 분석이다.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는 선택적 소통을 바탕으로 공유 라운지와 코리빙(Co-living) 형태의 주거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건설·부동산 산업 역시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공사비 상승과 유동성 압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규제 강화로 산업 전반의 '탄성 한계'가 시험대에 올랐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AI 활용과 디지털 트윈 기술 도입을 꼽았다.
이현 알투코리아부동산투자자문 대표는 "소비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압박과 좌절을 동시에 경험하며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선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앞으로 부동산의 가치는 입지나 크기 같은 전통적 기준을 넘어, 거주자에게 얼마나 실질적인 효용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댓글 많은 뉴스
한덕수 내란 재판 징역 23년 선고, 법정구속…"12·3계엄=내란"[영상]
李대통령 "북한 노동신문 국비 배포?…누가 이런 가짜뉴스를"
단식하는 張에 "숨지면 좋고"…김형주 전 의원 '극언' 논란
李대통령 "이혜훈, '보좌관 갑질' 했는지 안 했는지 어떻게 아나"
경찰 출석 강선우 "원칙 지키는 삶 살아와…성실히 조사 임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