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여기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 강화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거래 단계에서 한 번, 보유 단계에서 또 한 번 조이겠다는 신호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오는 6·3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 작업에 곧바로 착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데자뷔'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부동산 정책의 출발점은 낯설지 않다. 집값 상승 억제, 다주택자 압박, 불로소득 차단. 명분은 언제나 분명하다. 문제는 이번에도 정책의 시야가 서울, 그것도 고가 아파트 시장에 지나치게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수십억원대 아파트를 겨냥한 규제 프레임이 전국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는 구조 역시 반복되고 있다.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보유세 강화는 서울에서는 강력한 경고로 작동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 부동산 시장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지방은 과열이 아니라 장기 침체 국면이다. 거래는 사실상 멈췄고, 미분양은 구조화됐다. 분양가를 낮춰도 계약이 쉽지 않은 곳이 적지 않다. 일부 지역의 주택 시장은 이미 거래 절벽과 가격 하락이 겹치며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상황에 가깝다.
이런 현실에서 보유세 강화는 지방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거래세는 팔 때 한 번 부담하면 끝이지만, 보유세는 매년 반복된다. 팔고 싶어도 살 사람이 없는 지방에서 세금 부담이 커지면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손실을 감수하고 헐값에 내놓거나, 세금을 견디며 버티는 것뿐이다. 어느 쪽도 지역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서울의 투기 억제를 위한 정책이 지방에서는 생존 압박으로 전이되는 구조다.
이 장면 역시 낯설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집값을 잡겠다며 강력한 규제가 연이어 도입됐지만, 결과는 시장 양극화였다. 서울은 규제 속에서도 반등과 급등을 반복했고, 지방은 회복의 계기조차 찾지 못한 채 장기 침체에 빠졌다. 지금 시장에서 '데자뷔'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정책의 의도가 아니라, 같은 방식으로 전철을 밟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정부는 여전히 부동산을 하나의 시장으로 본다. 그러나 서울과 수도권, 지방은 이미 전혀 다른 시장이다. 서울에서 아파트는 금융자산이자 투자 수단이지만, 지방에서는 생활 기반이자 처분하기 어려운 고정자산에 가깝다. 같은 규제와 같은 세금을 적용하는 순간, 형평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결과의 불균형은 더 커진다.
부동산 정책은 단순한 자산 정책이 아니다. 지역 경제와 인구 이동, 지방 소멸과 직결된 구조 정책이다.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가 지방의 회복 가능성까지 함께 누른다면, 정책은 목표를 넘어 부작용을 키우게 된다. 지방 부동산은 더 이상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 관리와 회복의 대상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부동산을 잡겠다는 의지 자체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과연 대한민국 전체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서울의 집값 그래프만 바라보고 있는가. 같은 길을 다시 걷는 정책이라면,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규제가 아니라, 서울과 지방을 구분해 바라보는 정책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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