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케플러와 바흐, 호킹과 베토벤…천문학과 음악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책] 천문대에 피아노가 떨어졌다
지웅배·김록운·천윤수 지음/롤러코스터 펴냄

우주 관련 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사건의 지평선'이 수록된 윤하 정규 6집

2022년 3월 발매된 가수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은 발매 당시 여러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음원차트에서 바로 반응이 나타난 곡은 아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대학 축제와 페스티벌등이 재개되면서, 윤하의 한 라이브 무대 영상이 입소문으로 화제가 됐고 해당 곡은 차트 상위권으로 역주행했다.

정규 6집 타이틀곡인 '사건의 지평선'은 천체 물리학 용어를 차용한 곡이다. 사건의 지평선은 블랙홀의 중력으로 인해 한번 넘어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공간의 경계를 뜻한다. 윤하는 이 개념을 되돌릴 수 없는 이별에 빗대, 그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노래했다. 직접 작사한 한글 가사로도 화제가 됐으며, 곡은 지난해 천재교육 고등 교과서 '2022 개정판 공통국어 1, 2(김수학)'에 문학 지문으로도 수록됐다.

책 내용 관련 사진. 사진은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천문대에 피아노가 떨어졌다' 책 표지

문과, 이과, 예체능으로 나뉘던 학창시절의 구분법 속에서 과학과 음악은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언어로 여겨졌다. '검증 가능한 설명'을 하는 과학과 '설명 너머의 체감'을 다루는 음악 사이에는 큰 간극이 있는 것처럼 인식돼왔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 두 영역은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래전 고대 철학자들은 과학과 음악을 한 분야로 취급했다. 고대 그리스 교양 교육의 체계에서 천문학과 음악은 기하학·대수학과 함께 4학(콰드리비움)으로 묶였으며, 조화와 비율을 탐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실제로 피타고라스 등 여러 고대 수학자들 사이에서 음악은 주요 관심사로 통했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음계와 같은 음악 문법 대부분 이들을 통해 만들어졌다. 반대로 중세 음악가들은 수학적 조화와 규칙에 집착했다.

우주 관련 사진. 클립아트 코리아

그중에서도 천문학과 음악은 모두 눈앞에 없는 것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가장 근접하다. 별과 은하는 닿지 않는 거리에 있어 실험할 수 없고, 음악 역시 보이지 않는 파동으로만 존재한다. 결국 두 분야는 관측·계산과 청취·연주라는 다른 도구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이해 가능한 형태로 번역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게다가 둘은 조화만큼이나 예외와 불협화음을 사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우주는 단 하나의 법칙으로 균형을 이루면서도 끊임없이 변칙을 만들고, 음악은 화음의 질서 안에서 불협화음을 통해 긴장과 해방의 서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천문학자이자 유튜버인 지웅배와 피아니스트 김록운, 작가 천윤수가 함께 시도한 동명의 렉처 콘서트를 책으로 옮긴 신간이 출간됐다. 이번 신간에서는 네 쌍의 천문학자와 음악가의 삶을 나란히 놓아 두 세계의 접점을 연결한다.

1장에서는 완벽한 원이 아닌 타원 궤도를 택한 케플러와, 약간의 오차를 허용하는 평균율을 받아들인 바흐를 통해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조율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2장은 '달'이라는 소재를 두고 울퉁불퉁한 달의 표면을 발견한 갈릴레이와, 기존의 문법을 벗어난 인상주의로 몽환적 달빛을 그린 드뷔시를 통해 '새롭게 보기'의 의미를 확장한다.

3장은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불확정성 원리로 미시 세계의 규칙을 바꿔놓은 하이젠베르크와, 조성(규칙)의 질서를 해체하고 12음 기법으로 예측불가한 무조 음악의 시대를 연 쇤베르크를 다루며 불안·혼돈이 창조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4장에서는 루게릭병으로 몸이 굳어가면서도 블랙홀과 우주의 기원을 탐구한 호킹과, 청력을 잃은 절망 속에서도 교향곡을 완성한 베토벤의 이야기로 지식과 예술이 결국 인간의 존엄을 확장하는 방식임을 전한다.

책은 독자들이 듣고, 보고, 생각하는 경험을 한 권 안에서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본문에는 음악 영상으로 연결되는 QR코드가 삽입돼있고, 갈릴레이의 달 스케치 등의 도판이 텍스트의 맥락을 보강한다. 그 과정에서 밤하늘을 계산하는 손과 건반 위에서 패턴을 찾는 손이 결국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해왔음을 깨닫게 된다. 236쪽, 1만7천900원.

책 내용 관련 사진. 사진은 구글 제미나이로 생성한 이미지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대미투자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무관심을 비판하며, 민주당이 대미투자특별법을 두 ...
대구시와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은 일본 IP 특화 게임 퍼블리싱 기업과 MOU를 체결하고 게임 개발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나 내부 사정으로...
60대 A씨가 소음 문제로 이웃을 공격한 사건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형량을 징역 5년으로 늘렸다. A씨는 지난해 7월 소음을 듣고 찾아...
프랑스 전직 상원의원 조엘 게리오가 여성 의원을 성폭행할 목적으로 엑스터시가 들어간 술을 건넨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으며, 피해자인 상..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