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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희의 법도 문학도 아닌] 끔찍한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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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희 변호사
김계희 변호사

'주민들 대다수가 노인네들인데도 죽는 사람이 좀처럼 없어서 짜증이 날 정도였다. 병원에서도, 감옥에서도 관을 주문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일흔 살의 장의사 야코프에게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나날이 손해가 쌓이는 것과 같았다. 예컨대, 일요일과 축일에 일하는 것은 죄가 되고, 월요일은 흉한 날이라 일을 못 하고, 이런 식으로 쌓이다 보면 일 년에 이백일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놓고 놀아야 했다.

모처럼(?) 경찰서장이 골골댄다는 소식에 조바심을 내며 이 년을 기다렸지만, 치료하러 떠나자마자 그곳에서 죽어버려 그는 최소 10루블의 손해를 보고 말았다. 어디를 둘러봐도 사방에 손해, 손해뿐이던 어느 날 할멈이 몸져눕더니 죽고 말았다. 돈 들어갈 일이 많다는 이유로 차 마시는 것도 허락하지 않아 뜨거운 물만 마셔야 했지만, 그가 손해 본 것들에 관해 얘기하면서 야단칠까 봐 평생 불평 한마디 하지 못했던 그녀였다.

2루블 40코페이카. 아내의 관을 짜고 그는 이렇게 장부에 기록했다. 물론 손해였다. 부제(副祭)에게 줄 돈을 아끼려고 그는 직접 시편을 읊었고, 무덤 자리는 그의 대부인 묘지기의 연줄로 거저 얻었으며, 농부 네 명이 묘지까지 운구해 주었는데, 고인에 대한 공경심으로 한 일이라 돈을 받지는 않았다. 모든 일이 반듯하고 품위 있게 그리고 저렴하게 치러졌기에 그는 매우 만족했다.

체호프의 단편소설 속 마르파는 마침내 그 오두막과 관들과 야코프로부터 영원히 떠날 수 있게 되어 행복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마침내'가 오기 전에 탈출(?)을 감행한 그녀들이 현실에는 있었다.

집을 몇 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돈이 아까워서 아이들 학원비는커녕 대학등록금조차 주지 않는가 하면, 부부동반 모임에서 그녀가 들고 갈 명품 가방은 사 안기면서도 최저가 임플란트를 검색해 의료사고에 가까운 시술을 받게 하기도 하고, 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자신이 일러둔 타임세일 식품을 사두지 않았다고 고함을 치는 등 현실에서 마주한 그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했다.

처음에는 그녀들의 말을 선뜻 믿기 어려웠다. 멍든 눈에 아침부터 선글라스를 끼고 사무실을 찾는 이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만족스러운 부부관계를 가지기 위해 그녀의 몸에는 손을 대지 않지만, 그녀 대신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해 그 비명을 듣는 게 지옥 같았다는 이야기에는 '설마?' 싶었다. 어렵게 용기 내 찾아와서도 "변호사님은 제 남편을 몰라서 그래요. 너무너무 무서운 사람이에요.

이 이혼소장을 받으면 당장에 저를 죽이러 올지 몰라요."라고 그녀들은 말한다. 그렇게 돈이 아까운 사람은 절대 이혼하지 않으려 할 것이기에 조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주어도 그녀들은 믿지 않는다. 학비, 병원비, 식비가 그렇게나 손해였던 그들에게 이혼은 곧 재산분할이기에 이는 비교 불가한, 말 그대로 까무러칠 정도의 손해 그 자체이다. 그래서 예외 없이 그들은 단연코 이혼 사유는 없노라고 강변한다.

퇴근 후 돈 쓸 일 없이 곧바로 귀가하는 그이기에 해가 지는 것이 늘 두려웠다던 그녀는 이혼조정실에서 말쑥하게 차려입고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그를 보자마자 턱까지 바들바들, 주체할 수 없이 온몸을 떨었다. 연기로 그것이 가능하다면 과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감이라 할 만했다.

그는 잠시 당황한 듯했으나, 곧 다정한 남편 모드로 돌아가 저렇게 약한 아내를 자신이 돌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사십여 년 만에 탈출한 그녀는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제는 해가 지는 게 두렵지 않다는 거, 그게 가장 기쁘다고 했다.

묘지에서 돌아오는 길 야코프는 한집에서 살아온 세월이 오십이 년이나 길고 길게 이어져 왔지만, 그 세월 동안 한 번도 그녀에 대한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어째서 그는 평생 욕을 하고, 으르렁대고, 주먹을 흔들어대며 자신의 아내를 함부로 대했는가? 도대체 왜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망치는가? 이 얼마나 끔찍한 손해인가! 증오와 악의가 없다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줄 텐데 말이다.

소설 속 야코프는 손해를 만회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지만, 현실 속 우리에게는 아직 끔찍한 손해를 피할 기회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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