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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 <334>아! 그림이 참으로 도움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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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작가 모름,
작가 모름, '사복시'(숙천제아도 중), 19세기, 종이에 담채, 40×60㎝, 하버드대학 옌칭도서관 소장

한필교(1807~1878)가 자신의 40여 년 관직 생활 근무지를 그림으로 그리게 한 '숙천제아도(宿踐諸衙圖)' 15점 중 '사복시(司僕寺)'다. 종로구 수송동에 있었던 사복시의 공간 구조와 문화 경관을 전해주는 유일한 이미지다.

사복시는 말과 수레를 담당하는 병조 소속 관청이었다. 그래서 수레를 보관하는 창고와 마구간이 사면에 있는 독특한 구조다. 제일 윗 구역 왼쪽의 신당(神堂)이 눈길을 끈다. 마신(馬神)을 모셔 소중한 말의 무사안녕을 기원했다. 중심부에 책임자인 정3품 사복시정(正)이 근무한 열청헌(閱淸軒)이 우뚝하고 그 뒤로는 연못까지 있었다. 넓은 뜰에서는 정6품직 이마(理馬)의 지휘 아래 말을 조련하는 중이다. 동그랗게 원형을 이룬 말과 채찍을 든 마부의 묘사가 원의 각도에 따라 제각각이라 동작 하나하나를 보면 재미있다. 반차도(班次圖)에 익숙한 화원의 솜씨다.

미술사는 건축, 조각, 회화, 공예로 구성된다. 전통 건축은 도성, 궁궐, 종교 건축이 있고 관아, 학교, 주택으로 이어진다. 조선의 궁궐이나 서원, 누정 등에 비해 관아 건축의 경우는 한양이든 지방의 감영, 병영, 수영, 객사, 동헌, 역참이든 근대사회로 들어오는 과정에서 거의 사라졌다.

한양에 있었던 중앙 관아는 궁궐 안의 궐내각사 몇 채, 종친부의 경근당, 옥첩당 정도가 전할 뿐 육조 등 주요 관아들은 완전히 망실돼 단 한 곳도 남아 있지 않다. 또 300여 곳에 있던 지방 관아는 몇몇 군현의 일부 건물이 그 옛날의 관아터임을 증언할 뿐이다. 관아 건축을 알려주는 '숙천제아도' 화첩이 더욱 소중한 이유다.

사복시는 말똥 냄새가 나는데다 말 울음소리, 조련 소리 등으로 항상 시끄러워 다들 근무를 꺼렸다고 한다. 한필교는 사복시에 두 번 근무했다. 37세 때 판관(종5품)으로, 49세 때 첨정(종4품)으로 부임했었다. 이 화첩의 서문에서 그는 "아! 그림이 참으로 도움이 없지 않다(噫 畵固不爲無助矣)"라고 하며, 은퇴 후 이 그림들이 자신의 젊은 날을 추억하게 해줄 것이라고 했다.

한필교는 쉼 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미래를 떠올리며 현재를 기록했다. 다사다난했던 또 한 해를 뒤로하며 병오년! 붉은 말의 해에 행운이 융성하여 복혜구족(福慧俱足) 하기를 빌어본다.

대구의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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