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오는 6월부터 주식 거래 시간을 현행 6시간 30분에서 12시간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밀어붙이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시장의 주인공인 동학 개미들과 기관 모두 "졸속 추진"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래소는 시장의 우려를 뒤로 한 채 오는 6월 29일 시행을 기정사실화하며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습니다.
거래소는 정규장(오전 9시~3시 30분) 외 프리마켓(오전 7~8시)과 애프터마켓(오후 4~8시)을 신설해 거래 시간을 12시간으로 늘리고, 중장기적으로는 2027년 말까지 24시간 거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 주요 거래소가 24시간 거래체계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 뒤처질 수 없다는 논리인데요.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개미 80% "반대"…감시 체계 허점 따른 부작용 우려
한국거래소의 이같은 계획이 알려지자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반대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대표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한투연이 개인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4.9%가 거래 시간 연장에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찬성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는데요.
정 대표는 "국내 증시 1대 주주인 개인 투자자 의견을 묻지도 않고 거래 연장을 추진하는 건 잘못된 처사"라면서 "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투자 피로도만 높아지고, 유동성이 분산돼 오히려 호가 공백과 변동성 확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감시 체계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거래 시간 연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정 대표는 "지금도 인력 부족으로 이상 거래 징후 포착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감시 시스템 고도화와 인력 충원 없는 새벽 개장은 투기 세력에게 활개 칠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라면서 "이른 시간의 거래량 분산으로 가격 왜곡이 나타나고 시장 전체적으로는 가격 발견 기능 약화로 결국 호가 및 유동성 공백을 이용한 시세 조종 세력이 활개를 쳐서 개인투자자들이 높은 변동성의 늪에 빠지게 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때문에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검토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인데요.
정 대표는 "미국이 시행하고 영국과 홍콩이 검토한다고 우리가 서둘러 시간을 연장하는 것은 완벽한 시기상조로 우리 증시 1대 플레이어인 개인 투자자들을 혹사해 수수료 수입을 늘리는 가혹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시간 연장에 따른 긍정 요소 및 부정 요소에 대한 연구조사 용역을 먼저 시행한 이후에 결과를 갖고 여론 수렴 후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증권업계 우려 목소리 확산…국회 "속도보다 안정 중요"
증권업계의 우려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달 28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본부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거래 시간 연장 반대 집회를 열었는데요.
이남현 금융노조 대신증권지부장은 "거래 시간 연장은 증권 노동자의 워라벨을 무너뜨릴 수 있고,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간 형평성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면서 "제도 시행을 위해 거래소와 증권사 모두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현재 증권사들은 이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증권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촉박한 일정입니다. 거래 시간 연장에 맞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는데 정식 개장 전 모의시장이 다음달 16일부터 시작될 예정이어서 사실상 증권사에 주어진 시간은 한 달가량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업계가 서로 경쟁을 하는 입장인 만큼 몇곳만 참여 의사를 밝혀도 전체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상장지수펀드(ETF)는 일반 주식과 달리 구조적으로 복잡한 상품으로 거래 시간이 프리·애프터마켓까지 확대될 경우 운용 인력과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부담이 급격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그럼에도 한국거래소가 자산운용사 등 ETF 유관 업계와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ETF 시장의 구조적 특성과 개인 투자자 비중을 고려할 때 충분한 준비 없이 추진되는 거래시간 연장은 심각한 투자자 피해와 현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안정이고 확장보다 앞서야 할 가치는 신뢰다. 증권업계 종사자들과 개인투자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거래소의 속내는…"NXT 견제·이사장 치적 쌓기"
그렇다면 거래소는 왜 이렇게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걸까요? 시장에서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거론됩니다.
우선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NXT)에 대한 경계심입니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넥스트레이드는 불과 10개월 만에 3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거래소의 독점 체제를 흔들었습니다. 노조 측은 "넥스트레이드의 오전 8시 개장으로 인한 거래소의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려는 점유율 방어"라고 지적했는데요. 실제로 거래소가 넥스트레이드보다 한 시간 더 빠른 '7시 개장'이라는 맞불을 놓은 셈입니다.
6월 일정 역시 NXT 견제설을 뒷받침합니다. 3분기로 예정된 NXT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진출 이전에 수비태세 전환을 마치겠다는 거래소의 의도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특히,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의 '치적 쌓기'라는 비판이 거셉니다. 정 이사장은 지난 5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왜 한국거래소는 12시간 체제인 대체거래소와 6.5시간으로 경쟁해야 하나"라며 거래시간 연장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 정 이사장은 "개별 거래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흐름 속에서 봐야 한다"고도 했는데요. 정작 거래소 인근에는 "새벽 7시 개장이 글로벌 스탠다드? 시대 역행하는 새벽노동, 새벽투자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펄럭입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대표 사례로 꼽히는 미국의 24시간 거래는 동·서부 간 시차 해결이 목적이었다"며 "단일 시간대인 한국에서 새벽 개장과 거래 시간 연장이 과연 어떤 효용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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