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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건강한' 노인의 놀거리 찾아 삼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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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5일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린 중구
지난 1월 25일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린 중구 '어르신한마당' 행사 현장. 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저마다 연습한 장기를 뽐내고 있다. 중구청 제공.

은퇴는 더 이상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정년 이후의 시간은 수십 년에 이르는 또 하나의 인생이 됐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배우고, 사람을 만나고, 취미를 즐기며 살아가려는 노인도 늘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준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났지만, 이들이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맺을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노인들은 지하철역과 공원으로 향한다. 저렴한 밥 한 끼를 먹고 의자에 앉아 시간을 보내지만, 그 공간이 외로움을 달래주거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몇 없는 노인복지관 역시 처음 발을 들이는 데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낯선 사람들 사이에 섞여야 하고, 익숙한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결국 공간이 있어도 문턱이 높으면 이용은 쉽지 않다.

대구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제 노인 정책은 돌봄과 생계 지원을 넘어, 건강한 노년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사회와 연결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늘어난 수명만큼 길어진 노년의 시간.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기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살펴봤다.

한 노인이 침대 위에서 무릎을 안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한 노인이 침대 위에서 무릎을 안고 있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누구나 때가 되면 정년을 맞는다. 오랜 시간 이어온 일을 내려놓고, 새로운 일상을 마주하는 시기다.

최근에는 은퇴 이후의 삶이 과거와는 달라지고 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이후의 삶이 길어졌다. 이들은 가진 자산을 알뜰하게 관리하면서도, 사회 생활과 여가를 적극적으로 즐기려 한다.

하지만 이들을 뒷받침할 지역 사회의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이어갈 공간이 마땅치 않다. 준비된 노년과 달리, 이를 담아낼 도시의 환경은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노인 놀거리 '빈약' 도시

2024년 기준 대구 지역의 노인 인구(60세 이상) 1천 명당 노인 여가 복지 시설 수는 2.7개에 불과하다. 전국 평균인 4.9개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서울(1.6개), 인천(2.1개) 등과 함께 대도시 중에서도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노인 여가 시설 1천858개 중 경로당이 1천806개로 전체의 약 97.2%를 차지하는 것 역시 문제다. 경로당은 거주지 가까이에 다수 설치돼 있어 접근성이 좋지만, 회원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다수여서다. 특정 연령에 도달해야 하거나, 기존 회원의 추천이 없다면 쉽게 어울릴 수 없다. 게다가 면적이 좁은 경로당에서 교육을 받거나, 다양한 여가 활동을 펼치기는 어려워 단순 사교장으로만 활용된다.

그나마 노인들에게 다양한 여가거리를 제공하는 노인복지관은 대구 전역에 24개뿐이다. 종합노인복지관의 경우 전문 인력이 항상 상주하는 데다가, 건강 관리 및 일자리 지원 등 체계적인 노인 복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설이다.

수업 신청도 쉬운 일이 아니다. 대구 북구노인복지관의 경우, 43개 수업 중 비인기 과목 9개 가량을 제외하고 전 과목이 수강 인원보다 많은 신청 인원을 받는다. 복지관 측은 무작위 추첨을 통해 최종 수강신청자를 선정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중구 신천둔치 쉼터에서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둑을 두고 있다. 매일신문 DB.
중구 신천둔치 쉼터에서 노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바둑을 두고 있다. 매일신문 DB.

◆ 대안은 시니어 주택? 대구엔 없어

비교적 건강한 시니어가 갈 곳은 없을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들을 위한 시설로 여가 시설과 주거지를 결합한 '노인복지주택'이 떠오른다.

과학기술인공제회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주택 '사이언스 빌리지'는 노인들의 취향을 반영한 부대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스크린골프연습장부터 영화감상실, 그림과 공예 공방, 노래방, 당구장, 도서관 등을 갖추고 있다.

거주지와 가까운 곳에 여가 환경이 조성돼있다보니, 별다른 노력 없이도 자연스럽게 여가 활동을 누릴 수 있다. 건전한 여가활동을 통해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건강을 증진할 수있다는 장점도 있다.

아쉽게도 대구에는 돌봄이 필요 없는 시니어를 위한 이런 시설은 아직까지 없다. 공공은 물론이고 민간이 운영하는 시설조차 찾아볼 수 없다. 현재 대구에 있는 노인주거시설은 대부분 요양이 필요한 이들 혹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만 운영된다.

◆ 놀거리 없으니… 일하러 가자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 4월 노인일자리사업 참여 노인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점차 비경제적 이유로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13년과 비교했을 때, 74세 이하 노인 중 생계비 및 용돈 마련으로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83.6%에서 2025년 68.4%로 줄어들었다.

이에 비해 건강 유지나 자아 실현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찾은 이들은 16.4%에서 31.6%로 대폭 상승했다. 사회 참여와 다른 노인들과의 관계 유지 욕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신중년 사회공헌 경력형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권오후(왼쪽) 참여자가 달서구노인복지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대구평생학습진흥원 제공.
신중년 사회공헌 경력형 일자리사업에 참여한 권오후(왼쪽) 참여자가 달서구노인복지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습. 대구평생학습진흥원 제공.

◆ 우울한 노인… 대책은

이 가운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노인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3년 기준 대구 65세 이상 노인의 최근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9점으로 나타났다. 대구시 전체 평균(6.3점)이나 예비 노인층(6.2점)보다 낮은 수준이다. 80세 이상 노인 삶의 만족도는 5.5점, 행복 정도는 5.4점으로 전체 노인 평균보다 더 낮았다.

이들이 겪는 가장 큰 심리적 문제는 '외로움과 소외감'이었다. 특히 대구 남구와 수성구 노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대구 평균보다 높았다. 남구는 노인 인구 비율이 28.6%에 달하고, 수성구는 비교적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이 결과는 다소 의외다. 노인이 많이 모여 있으면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나, 경제적 여건이 나으면 삶의 만족도도 높을 것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결과다.

건강하고, 놀 준비가 돼 있는 시니어들을 위한 '유토피아'는 아직 지역 안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여가와 관계를 이어갈 공간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이들은 스스로 머물 곳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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