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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의 헬기 이야기]전쟁을 보는 시각: 실패할 자유와 승리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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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전 육군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하대성 전 육군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전쟁의 명분보다 치솟는 유가와 급락하는 주가에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사람들의 관심은 전쟁의 이유보다 '언제 끝날 것인가'에 더 쏠리지만,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란의 미사일, 드론, 대리세력, 호르무즈 해협 위협으로 이어지는 비대칭·하이브리드 전략이 아직 유효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이 전면 투입될 경우, 전세가 단기간에 급격히 기울 가능성도 존재한다.

4월 3일 피격된 F-15E에 탑승한 무기체계장교에 대한 탐색 및 구조작전은 이번 전쟁의 백미였다. 아무나 시도할 수 없는 작전이었고, 아무나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강력한 힘이 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작전 성과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실전과 훈련 속에서 축적된 전훈사례, 다시 말해 "실패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조직의 학습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군과 한국군의 아파치는 외형상 같은 성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 전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결코 같지 않다. 차이는 조종사의 비행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미군은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을 거치며 어떤 조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야 가장 높은 타격 효과를 얻는지에 대한 방대한 전훈을 축적해 왔다. 같은 기체라도,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전투력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미군 운용의 핵심은 실패의 기록에 있다. 사막의 모래폭풍 속에서 엔진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적의 대공화력에 노출됐을 때 어떤 고도와 기동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지, 지상군과 결합할 때 어느 시점에 진입해야 오폭을 줄일 수 있는지 등을 실제 경험으로 정리해 왔다. 반면 우리는 최정상급 기체를 도입하고도, 그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자체 전훈 데이터는 아직 제한적이다. 장비는 수입할 수 있어도, 실전적 운용 경험은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약점은 사고를 회피하는 문화에 있다. 지휘관들이 '무사고'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고 발생 시 전술적 유불리보다 행정적 책임과 사회적 비난이 먼저 거론되는 경직된 책임 추궁 구조 때문이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인사·평가 시스템과 여론 환경이 계속되는 한, 우리 군은 값비싼 장비를 운용하면서도 '실전적 경험'이라는 가장 중요한 자산을 얻을 기회를 스스로 제약하게 된다.

미군은 위험이 예상되는 저고도 침투 훈련이나 복합 지형에서의 극한 기동을 반복하며 기체와 조종사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조차 다음 작전을 위한 실전적 데이터로 축적한다. 그래서 미군의 헬기와 조종사는 전장의 핵심 전력이 된 것이다.

미래 전장은 드론과 헬기가 단순 결합을 넘어, 누가 더 정교한 전투 알고리즘을 갖고 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드론이 수집한 데이터를 AI가 분석하고, 이를 헬기 조종사가 실전 경험과 결합해 최종 판단하는 체계가 중요해진다. 이때 인간 조종사의 역할은 단순한 기체 운용이 아니라, 축적된 전훈을 바탕으로 최적의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미군이 강한 이유는 실패한 훈련조차 숨기지 않고, 왜 실패했는지 기록해 다음 작전의 기준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아파치의 대수나 미사일 사거리를 세는 수준을 넘어야 한다. 더 중요한 질문은 "우리는 실패를 통해 얼마나 많은 전훈을 축적했는가"이다. 실패를 허용하지 않는 군대는 평시에는 안전해 보일지 몰라도, 전쟁에서는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다. 승리할 권리는 실패를 기록하고 학습한 군대만이 가질 수 있다.

우리 군이 실전적 운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과정에서 얻은 데이터를 자산화할 때 K-방산과 함께 K-군대도 실질적인 억제력을 갖게 될 것이다. 축적해야할 데이터 자산은 극한의 기상과 지형에서 기체가 보인 물리적 반응, MUM-T(유무인 복합운용체계) 환경에서 AI가 최적의 공격·회피 경로를 산출할 수 있도록 돕는 '한국형 전투 알고리즘'의 원천 데이터까지 포함해야 한다. 실패를 관리하는 군대가 아니라, 실패를 학습으로 바꾸는 군대만이 미래 전장에서 승리할 수 있다.


하대성 전 육군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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