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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남은 생은 배부르고 행복하게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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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견 입양·임보하는 사람들

임지언 씨는 2024년 4월, 10살 순봉이를 입양했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60이다.
임지언 씨는 2024년 4월, 10살 순봉이를 입양했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60이다.

토끼처럼 뛰어다니던 강아지가 어느 날부터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눈은 희어지고, 귀는 잘 들리지 않는다. 강아지의 삶에서 예쁘고 건강한 시기는 생각보다 짧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그 짧은 시기만을 원한다. 늙고 병든 순간, 외면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반려동물 중 한 주인 밑에서 평생을 보내고 생을 마감하는 비율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함께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입양이 어려운 노견에게 손을 내미는 선택이다. 병든 몸을 돌보고, 치료 비용을 감수해가며 외로운 시간을 함께 견뎌준다. 임지언 씨는 2024년 4월, 10살 순봉이를 입양했다.

◆ 아무도 관심 없는 노견 입양

임 씨가 순봉이를 처음 만난 건 유기견 공고 속 사진이었다. 최소 8살로 추정되는 말티즈였다. 무지개별로 떠나보낸 반려견과 닮은 모습에 먼저 눈이 갔다. 여기에 어린 강아지를 선호하는 시장에서 입양이 되지 못하고 안락사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 마음을 움직였다.

보호소는 끊임없이 유기된 동물들로 채워진다. 자리가 비지 않으면, 공고 기간이 지난 개체는 안락사 대상이 되기도 한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지자체 동물보호소에는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유실동물이 입소했고, 이 중 절반가량이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 가운데 2만 마리 이상은 비용 문제 등으로 인도적 처리(안락사)를 당했다.

임 씨는 곧바로 보호소로 향했다. 보호소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공고번호를 말하자 한 강아지가 짐짝처럼 들려 나왔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그는 결심했다. "입양하지 않으면 이 아이는 여기서 생을 마칠 수도 있겠구나." 그날, 순봉이는 가족이 됐다.

◆ 몸 곳곳 망가진 노견, 병원비 부담

그렇게 데려온 노견에게는 '순봉'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온몸은 뼈가 드러날 만큼 말라 있었고, 체중은 2kg 남짓에 불과했다. 소변에는 피가 섞여 나왔다. 곧바로 병원을 찾았고,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노견을 임시로 보호하는 이들도 있다. 입양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노견을 임시로 보호하는 이들도 있다. 입양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노견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김보라 씨와 임보 노견의 모습.

심장병은 B단계에서 C단계로 진행 중이었고, 방광에는 큰 결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슬개골, 치석, 눈 핵경화, 곰팡이성 피부염 등 몸 곳곳이 망가진 상태였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아파서 버려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노견을 돌보는 일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어린 강아지보다 영양제와 사료, 생활 습관까지 더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한다. 현실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약값만 한 달에 30만~40만 원이 들어간다. 임 씨는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 그럼에도 왜?…"마지막 기억 행복하길"

하지만 노견만의 매력도 분명하다. 이미 세상을 겪은 만큼 성격이 안정적이고, 차분하다.

임 씨는 "다 큰 강아지를 입양했더니 배변 훈련이 잘 돼 있어 편했고, 아기 강아지처럼 끊임없이 에너지를 쏟기보다 함께 있을 때 차분하게 곁을 지켜주는 점이 오히려 좋았다"고 말했다. 어린 강아지처럼 사고를 치지 않아 혼자 두는 시간에도 부담이 적다는 점도 차이로 꼽힌다.

무엇보다 임 씨가 노견을 입양한 가장 큰 이유는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이 아이의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마지막 기억만큼은 차갑고 배고픈 보호소 뜬장이 아니라 따뜻하고 사랑받는 시간이었으면 했다"며 "모든 치료를 다 해주지는 못하더라도, 떠나는 순간까지 덜 아프고 좋은 기억을 안고 갔으면 하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없다"고 말했다.

◆ 노견 임보, 사실상 호스피스 개념

노견을 임시로 보호하는 이들도 있다. 입양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굳이' 노견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임시보호는 원칙적으로 새로운 가족을 찾아 보내는 과정이지만, 노견의 경우 입양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이들은 '언젠가'를 기대하기보다, 당장의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임시보호를 선택한다. 김보리 씨는 지난해 보호소에서 구조된 17살 노견을 임시보호 했다.

김 씨는"당시 강아지는 얼굴에 농이 흐르고 있었고, 치아와 잇몸은 대부분 무너진 상태였다. 몸 곳곳에는 종양도 있었다"며 "사실상 호스피스로 시간을 보내던 아이였다"고 말했다.

임시보호 기간이 끝난 뒤 그 강아지는 다시 구조처로 돌아갔고, 김 씨는 최근 해당 개체의 호스피스를 제안받아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호스피스 임보'는 입양을 전제로 하는 일반 임시보호와 달리, 아픈 노견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곁을 지키는 돌봄을 의미한다.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입양에 가까운 형태다.

현장에서는 개인의 선의에 의존한 돌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노령·중증 구조견을 위한 호스피스 센터 설립 필요성이 논의되는 이유다.

김 씨는 "쉼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구조견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노년기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 아이들의 마지막이 조금이라도 더 안락하고 존중받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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