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안팎까지 급등한 가운데 정유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가 상승이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오히려 실적 개선 기대가 반영되며 주가를 끌어올리는 흐름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 동안 SK이노베이션은 34.5%, S-Oil은 27.73% 상승했다. 통상 유가 상승은 원재료 비용 증가와 수요 둔화로 정유사에 부담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제품 가격 상승과 재고이익이 맞물리며 오히려 수익 개선으로 이어졌다.
실적 역시 큰 폭의 개선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S-Oil,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2조3000억원대, S-Oil은 1조원 안팎, GS칼텍스는 1조원 중반, HD현대오일뱅크는 2000억원 안팎의 실적이 예상된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정유사의 수익 구조가 있다. 핵심은 정제마진과 재고이익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휘발유·경유 등으로 가공해 판매할 때 남는 차익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다. 원유 가격보다 제품 가격 상승 폭이 더 크게 나타나면 이 마진은 확대된다.
중동 전쟁 이후 석유제품 공급이 불안해지면서 정제마진은 급등했다.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2월 배럴당 5.7달러에서 3월 16.5달러로 상승하며 손익분기점(4~5달러)을 크게 웃돌았다. 1분기 기준으로는 19달러 수준까지 올라서며 높은 수익 구간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제마진 확대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국내 정유사들은 매출의 50~70%를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인 만큼 글로벌 제품 가격 상승이 실적에 직접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재고이익까지 더해졌다. 정유사들은 평균 3~4개월치 원유를 재고로 보유하는데 유가 상승기에는 과거 저가에 확보한 원유가 원가로 반영되는 반면 제품 가격은 현재의 고유가를 반영하면서 마진이 확대되는 '래깅 효과'가 발생한다.
중동 지역 공급 차질이 이어지면서 일부 석유화학 제품에서는 실제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다. 사우디 국영 석유화학 기업 SABIC 등 주요 업체들이 가동 차질을 겪는 가운데 글로벌 화학기업 BASF는 제품 가격을 최대 25% 인상하는 등 가격 상승 흐름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업체들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상 가동이 가능한 기업들은 공급 공백을 메우며 가격 상승 수혜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 약 5985억원과 정제마진 개선이 반영되며 정유 부문 영업이익이 1조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1분기 복합 정제마진은 배럴당 19달러로 전분기 대비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가 상승이 비용이 아니라 이익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정유업황 역시 단기적으로는 수익 확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에는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과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구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유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2주간 국제유가가 20% 이상 상승했지만 정제마진은 오히려 하락했고 부타디엔·에틸렌·프로필렌 등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인 약세 흐름이 나타났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정제마진과 제품 가격이 하락하는 것은 수요 측면의 부담이 반영된 결과"라며 "유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는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흐름에 대해 "단기 실적은 시차 효과에 영향을 받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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