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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로 보는 고사성어]<22>이전투구(泥田鬪狗), "진흙밭에서 싸우는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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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일정(一鼎) 이창수 서예가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

<정책대결 앞선 '이전투구 양상'; "지방선거 뒤 난파선의 이전투구 볼만할 것"…>이전투구는 선거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대표적 사자성어다. 거리 유세나 뉴스에서 후보 상호 간에 서로 헐뜯으며 싸우는 모습을 으레 보기 마련이다.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진흙 이(니), 밭 전, 싸울 투, 개 구"로, "진흙밭에서 싸우는 개"를 말하며, 권력・이익 등의 승부를 위해 추하게 싸우는 모습을 비판적으로 가리킬 때 사용하는 사자성어이다. 이 말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보이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쓴다.

'이전'(=진흙밭)은 '도'(塗: 진흙탕) 자처럼 '진흙탕'으로 읽기도 한다. '구(狗)'는 작은 개(강아지)인데 '주구'(走狗: 달음질하는 사냥 부리는 개)와 같이 부정적 의미나 '구육'(狗肉: 개고기), '구팽'(狗烹: 개가 삶김)처럼 식용 관련으로 쓰여왔다. 한편 '견(犬)'은 큰 개로 '충견, 애견, 반려견, 군견, 경찰견'처럼 비교적 긍정적 맥락에서 사용됐다. 견(犬) 자는 큰 대(大)자와 닮아 제1공화국 때 어느 신문사에서 대통령을 견통령(犬統領)이라 잘못 표기한 예도 있었다.

과거 우리 문화에서 '개' 자가 들어가는 말은, 욕설 혹은 '개떡, 개꿈, 개살구…'라는 말처럼 "야생의, 품질이 낮은, 쓸모없는" 의미의 비속어 접두어로 좋은 뜻이 아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층 사이에서는 신조어(속어)로 개 자를 붙여 '개이득, 개고생, 개꿀잼, 개좋다…'처럼 "아주, 엄청난"이라는 의미를 강조할 때 자주 쓴다. 이처럼 '개'자의 쓰임에도 등급이 있다.

네이버<한자사전>에서는 '이전투구'를 두 가지로 정의한다: ①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으로,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이르는 말. ②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비열하게 다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여기서 이전투구를 "강인한 성격의 함경도 사람을 이르는 말"(①)로 규정한 근거는 무엇일까? 인터넷에 떠도는 말로는 한결같이 태조 이성계와 정도전이 나눈 '조선 팔도 인물평'이라 하나,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

실제 우리의 고전 자료에서는 "진흙탕에서의 짐승 싸움"이라는 뜻의 "이수지투"(泥獸之鬪)(『숙종실록』 숙종8년(1682) 12월 22일 자)나 "이중지투수"(泥中之鬪獸)"(『승정원일기』 영조 3년(1727) 9월 18일 자) 등이 보이나 '이전투구'라는 말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1921년 8월 1일 자 『개벽』 제14호에 <고인(古人)이 본 팔도인심(八道人心)>이라는 기사가 보인다, 내용은 이렇다: "경기도(京畿道) 경중미인(鏡中美人), 충청도(忠淸道) 청풍명월(淸風明月), 전라도(全羅道) 풍전세류(風前細柳), 경상도(慶尙道) 태산교악(泰山喬嶽), 황해도(黃海道) 청파투석(靑波投石), 평안도(平安道) 청산맹호(靑山猛虎), 강원도(江原道) 암하로불(巖下老佛), 함경도(咸鏡道) 이전투구(泥田鬪狗)".

어느 때부턴가 전해오는 민간 속담을 실어놓은 듯하다. 습관적으로 들어온 '남남북녀'라는 말처럼 특정 지역의 한두 가지 지리・인물의 성향을 거칠게 관찰, 성급하게 단정한 어휘들이다. 이런 종류의 지역 특성 규정은 그냥 재미로 읊조리기는 좋지만, 성급하고 무리하게 일반화해선 안 된다.

어쨌든,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비열하게 다투는 저 '이전투구'의 근저에는 밑 빠진 독 같은 욕망이 입 벌리고 있다. 어차피 삶이 싸움이라치면, 누구든 개인적인 욕심만을 채우기보다는 사회의 보편가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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