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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의 헬기 이야기] 한미일 삼각관계, '썸'의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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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대성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하대성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썸'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관계다. 겉으로는 다정해 보여도, 결정적 순간이 오면 진심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국제정치도 다르지 않다. 한미일 관계를 보며 드는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는 미국과 설레는 썸을 타는 연인인가, 아니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동거인가.

헬기가 전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려면 먼저 '전력화'를 거쳐야 한다. 부대와 인력, 장비, 교리, 훈련 수준이 갖춰져야 비로소 전장에 내보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헬기도 상호운용성과 출동 태세가 받쳐주지 않으면, 유사시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 동맹도 마찬가지다. 위기 때 반응해야 한다.

한미일 협력의 본질은 이상이 아니다. 미국의 전략적 효용성이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거점이고, 한국은 대북 억지의 핵심이며 대중국 견제에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셋이 함께한다는 말은 연대의 선언이 아니라 역할 분담의 계산이다. 동맹은 감정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필요가 있고, 계산이 있고, 위기 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썸'은 언제 끝나는가-위기 때 드러나는 신뢰의 온도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항상 예측 가능한 파트너로 인식돼 온 것은 아니다. 정권 교체 때마다 대북·대중 정책 기조가 변동했고, 한일 관계 역시 역사 문제에 따라 흔들렸다. 이 경험은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의 위기 대응을 일정 부분 유보적으로 바라보게 만든 요인이다.

이 취약성은 호르무즈 사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군함 파견에 이어, 5월 한국 선박 HMM 나무호가 피격된 직후에는 미국 주도의 호위 연합(프로젝트 프리덤) 참여까지 압박했다. 하지만 두 차례 요구 모두 확답을 피했다. 동맹의 눈으로 보면 이 지연은 신중함이 아니라 신뢰의 불확실성으로 읽힌다. 썸의 온도가 식는 순간이 바로 이때다.

대만해협 같은 고강도 위기에서 한국의 역할이 불투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이 일본에는 보다 직접적이고 확대된 역할을 기대하지만, 한국에는 신중하고 제한적인 역할을 상정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일본이 '본명 저장 연인'이라면, 한국은 아직 썸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대다. 필요하지만 확신하지 못하는 관계, 그것이 지금 한미 동맹의 솔직한 온도다. 같은 동맹이라도 기대치가 다르다는 현실을 냉정히 봐야 한다.

◇'대체 불가'와 '중요 동맹'은 다르다-조선업 협력의 교훈

산업 협력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한다. 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손을 내미는 이유는 냉정하다. 미국은 스스로 군함을 제때 건조하지 못하고 있고, 한국 조선소는 생산성과 납기 경쟁력에서 매력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맹애가 아니라 필요의 문제다. 중요 동맹과 대체 불가능한 동맹은 다르다. 한국이 그 차이를 읽지 못한다면, 미국의 관심은 언제든 다른 선택지로 옮겨갈 수 있다.

문제는 한국 스스로가 불확실성을 키워왔다는 점이다. 중국과의 경제적 얽힘, 예측 불가능한 북한, 요동치는 여론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대외 메시지는 정권마다 달라졌다. 사드 배치와 전작권 전환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균형 위에 서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략적 모호함이 길어질수록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결정적 순간에 함께하지 않을 상대라는 의심만 남을 뿐이다.

◇썸을 끝내는 법-세 가지 실천 과제

한국의 고민은 단순히 미국 편에 설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위기 시 즉각성, 예측 가능성, 신뢰 유지를 위해 언제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두어야 한다.

첫째,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대외전략의 연속성이 필요하다. 호르무즈 사태처럼 예상치 못한 위기가 왔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으려면, 동맹 의무의 범위와 한계를 미리 국민적 합의로 만들어 두어야 한다. 둘째, 위기 시 행동 범위를 사전에 합의해두는 운용 매뉴얼이 필요하다. '어느 수위까지 협력한다'는 틀이 없으면 다음 위기에도 같은 지연이 반복된다. 셋째, 한미일 연합훈련과 상호운용성을 실질적으로 높이는 현장 협력이 뒤따라야 한다. 선언이 아니라 함께 작동한 기록이 신뢰를 만든다.

한미일 관계의 본질은 감정이 아니라 구조다. 강대국은 사랑하지 않는다. 필요를 계산할 뿐이다. 썸은 결정적 순간에 끝난다. 지금 우리에게 함께 작동한 기록이 있는가. 그 답이 동맹의 온도를 결정한다.

하대성 전 육군 헬기부대 대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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