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교 야구대회에서 '5·18 조롱 응원'이 논란이 된 가운데, 준우승을 차지한 경북고 야구부의 '품격 있는 패배'가 지역사회에 울림을 주고 있다.
경북고는 지난 12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충북 세광고에 2대 6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통산 9번째 청룡기 우승을 노렸던 만큼 선수들과 동문들의 아쉬움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경기 직후 구교석 경북고 교장은 '경북고 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편지에서 무더위 속에서 최선을 다한 선수들과 코치진의 노고를 격려하는 한편 패배의 책임을 학교장인 자신이 짊어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예부터 큰일을 앞둔 사람은 잠자리를 불편하게 하고 음식 맛도 잊었다고 한다"며 "아무래도 우승기를 들어 올리기에는 제 잠자리가 편안했고, 제가 먹은 음식이 달았던 것 같다. 그 책임 또한 학교장인 제가 겸허히 안고 가겠다"고 적었다.
이어 "아쉬움은 오늘까지다. 이제 다시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부족했던 점은 냉철하게 돌아보며 더욱 단단한 각오와 준비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자"고 선수단을 독려했다.
이 편지는 학생, 학부모와 동문회 사이에서 빠르게 공유됐다. 이들은 "결승전 패배로 마음이 쓰렸는데, 교장 선생님의 편지를 읽고 나니 '지고도 이긴 기분'이 들었다", "교장 선생님이 앞장서 책임감을 보여주니 힘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북고의 품격은 결승전 상대였던 세광고와 충북 지역 사회까지 이어졌다. 세광고 동문 SNS에 이 편지가 소개되자 "경북고 127년 전통의 품격이 느껴진다", "승패를 초월해 고교야구가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의 한 장면"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충북 지역 언론들도 보도를 이어가며 해당 내용을 조명했다.
구 교장은 17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경기 직후 서울에서 대구로 내려오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편지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시상식에서 학생 선수와 학부모들이 아쉬워 눈물을 흘리고, 감독·코치들이 자책을 하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려서다.
그는 "경기에서 지고 나면 자책하거나 남 탓을 하며 분위기가 다소 처질 수 있다"며 "며칠 후 대통령배 야구대회가 시작되는 만큼 패배의 아쉬움을 달래고 새로운 경기를 위해 사기를 진작시킬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강부터 강팀을 연달아 만나며 응원을 통해 학생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과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응원 참여 독려, 조직적인 응원전 등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 학교장인 저의 노력과 정성이 실제로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구 교장은 승부에만 집착하느라 상대를 존중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맨십'은 뒷전인 '승리 지상주의'에 경종을 울렸다.
그는 "스포츠 경기는 아무리 준비를 잘하더라도 다양한 변수에 따라 충분히 질 수 있다"며 "학생들이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경기를 경험하며 시련을 이겨내고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북고는 1967~68년 2연패를 시작으로 1971·1974·1975·1981·1993년 청룡기 정상에 섰으며 2023년 30년 만에 다시 청룡기를 제패했다. 이승엽(현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을 필두로 배영수(SSG 랜더스 코치), 박세웅(롯데), 원태인(삼성) 등 수많은 프로야구 선수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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