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사실상 거부하고 대법원장에게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헌법상 권한 충돌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각각 독립된 헌법상 권한인 만큼, 대통령이 원하는 후보가 나올 때까지 재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 가운데 특정 인사를 배제하고 남은 후보만을 대상으로 다시 제청하도록 하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 제104조 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 각각의 권한을 행사하도록 한 것으로, 어느 한쪽의 권한이 다른 기관에 종속되는 구조가 아니다.
정극원 대구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에는 재제청이라는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하며 "대법원장이 다시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절차를 밟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지만, 기존 후보 가운데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골라 다시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석화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총회 의장 역시 제청 단계에서 후보를 반려하고 다시 제청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부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제청 단계에서 반려해버리면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부인하는 것"이라며 "명백하게 헌법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진아 고려대 로스쿨 교수도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이 입법·행정·사법 각 기관의 독자적인 권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차 교수는 대통령에게 제청된 후보자를 받아들이지 않을 여지는 있지만, "대통령이 거부하려면 후보자에게 결격 사유나 자질·도덕성·직무수행 능력 등의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특히 현재 논란이 되는 '기존 추천 후보 중 특정 인사를 제외한 뒤 나머지 후보 가운데 다시 제청하라'는 방식에 대해 강하게 선을 그었다. 차 교수는 "기존에 추천된 후보 중에서만 다시 재제청하도록 하는 것은 현행 법원조직법에 위반될 수 있다"며 "헌법상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고 형해화하는 해석이기 때문에 위헌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절차가 '대통령의 뜻에 맞는 후보를 찾는 과정'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석화 의장은 "국회와 대통령이 부담해야 할 정치적 책임을 대법원장에게 떠넘기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과 국회가 자신들의 책임 아래 부동의하거나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 교수 역시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눈치를 볼 것 없이 자신의 제청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맞는다"며 "사전 협의라는 관행 역시 사법부를 대통령에게 종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조희대 대법원장이 즉각적인 대응에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31일 부친상을 당하면서 관련 논의와 공식 대응 체계도 주중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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